김삿갓 유적지와 한반도지형

2020.05.10 17:10

정근태 조회 수:1136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와석리 노루목에는 김삿갓 유적지가 있습니다.
유적지로 들어가는 길은 잘 정비되어있고,
유적지내에는 ‘'곡동천’이 흐릅니다.
봄에는 사진처럼 수량이 얼마 안되지만,
여름철에는 풍부한 수량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입구에는 작은 석탑이 있고,
그 앞에는 김삿갓의 시 한편이 돌에 세겨져 있습니다.
‘향수(鄕愁)’라는 시인데,
나그네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내용은,
對酒欲歌無故人(대주욕가무고인) - 마주하여 술 마시며 노래도 부르고 싶지만 죽은 이는 먼 길 떠나고
一聲黃鳥獨傷神(일성황조독상신) - 꾀꼬리의 한가닥 울음소리에 홀로 마음 상하네.
過江柳絮晴獨電(과강유서청독전) - 강건너 버들강아지는 홀로 싱그럽고
入峽梅花香如春(입협매화향여춘) - 골에 들어서니 매화꽃 향기가 봄을 알리네.
地接關河來往路(지접관하내왕로) - 나룻터는 많은 사람들 오고 가는 길목이라
日添車馬迎送塵(일첨거마영송진) - 날마다 맞이하고 떠나보내는 말과 마차의 흙먼지만 더하는구나.
臨津關外萋萋草(임진관외처처초) - 임진강 나루터 관문 밖에의 우거진 잡풀처럼
管得羇愁百種新(관득기수백종신) - 나그네의 걱정거리는 수없이 늘어만 가네






조금 더 올라가니 또 다른 돌탑,
그리고 또 다른 시비.
이 검은 바위에 세겨진 시는 ‘팔죽시(八竹詩)’인데요,
재미있는 것은 불교계에서는 이 시를 신라시대 부설(浮雪)거사가 지었다고 알려져왔는데,
이 시가 김삿갓의 시집에 수록되어 전해지고 있어,
저자에 대한 논란이 있는 시이기는 합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모든 문장의 끝 글자가 ‘죽(竹)’인데요,
이를 대나무로 해석하면 시가 해석되지 않고,
‘죽(竹)’자가 의미하는 ‘대나무’와 같은 음인 ‘~대로’라고 해석해야 시가 된다는 것이죠.
시인의 재치이기도하고,
운을 맞추는 묘미이기도 합니다.
내용은,
차죽피죽화거죽(此竹彼竹化去竹) - 이대로 저대로 되어가는 대로
풍취지죽낭타죽(風吹之竹浪打竹) -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반반죽죽생차죽(飯飯粥粥生此竹) -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생기는 대로
시시비비부피죽(是是非非付彼竹) - 시시비비는 저에게 맡긴 대로
빈객접대가세죽(賓客接待家勢竹) - 손님 접대는 가세대로
시정매매시세죽(市井賣買時勢竹) - 시정 매매는 시세대로
만사불여오심죽(萬事不如吾心竹) - 만사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연연연세과연죽(然然然世過然竹) - 그렇고 그런 세상 지나가는 대로 살리라.






조금 더 올라가면 유적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시선 김삿갓 난고 선생 유적비”라고 세겨져있는데,
김삿갓은 김병연(金炳淵)의 별칭이고,
난고(蘭皐)는 그의 호입니다.
1807년(순조7년)3월 13일 경기도 양주군 회동면에서 출생한 김병연은,
6세 때 조부 김익순이 선천부사로 있다가 홍경래 난을 진압하지 못하고 오히려 투항한 것과 관련하여 폐족을 당했지요.
이후 그의 부모는 영월 삼옥리(三玉里)에 정착하여 화전을 일구며 살게 되었지요.
조부의 행적을 모르고 자랐던 그는 20세 때 영월동헌에서 열리는 백일장에서,
“홍경래난 때, 순절한 가산 군수 정공의 충절을 찬양하고, 항복한 김익순을 규탄하라.”(論鄭嘉山忠節死 嘆金益淳罪通于天)는 시험 제목의 향시(鄕試)에서 장원급제를 합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김익순이 바로 그의 조부라는 것을 알게 되고,
조상을 욕되게 하여 하늘을 쳐다 볼 수 없다고 삿갓을 쓰고 시를 쓰며 방랑생활을 하게 됩니다.




2020122.JPG

조금 더 올라가니 김삿갓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삿갓을 쓰고,
오른손으로 이 지역의 특산인 단감을 들고 있는 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을씨년스러운 서낭당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김삿갓은 전국 각지를 방랑 걸식하게 되는데요,
그의 삶을 마친 곳은 전라남도 화순군 동복면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적벽(赤璧)"이 있는데,
그는 이에 매료되어 그 곳에서 지내다가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김삿갓은 57세로 화순에서 객사했지만,
훗날 그의 차남 김익균이 영월 고향 땅으로 이장하여 이곳에 안치하였습니다.






김삿갓의 묘소,






묘 옆에는 ‘시선난고김병연지묘’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고,
묘 앞에는 바위 제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묘 앞에서 내려다본 올라오는 길입니다.
봄비가 내리는 날,
노란 꽃이 봄임을 실감하게 합니다.






삿갓을 걸처놓은 또 하나의 시비,
시비에는 ‘自詠(자영, 저절로 읊어진다)’라는 시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내용은,
寒松孤店裡(한송고점리) - 쓸쓸한 소나무 밑 외딴 주막에서
高臥別區人(고와별구인) - 고상하게 누었으니 딴 세상 사람같도다
近峽雲同樂(근협운동락) - 산이 가까우니 구름을 즐기고
臨溪鳥與隣(임계조여린) - 개울가에서는 새와 정다운 벗되네
錙銖寧荒志(치수영황지) - 치수를 따지는 야박한 세상에 어찌 뜻을 두랴
詩酒自娛身(시주자오신) - 시와 술로서 나를 스스로 위로하리
得月卽寬憶(득월즉관억) - 달이 떠오르매 생각 너그러이 하고
悠悠甘夢頻(유유감몽빈) - 한가로이 단꿈 자주 꾸네






돌아오는 길에 들른 ‘영월 한반도 지형’입니다.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에 있는 이 멋진 굽이는,
2011년에 명승 제75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리고 2015년에는 한반도습지(韓半島濕地)라는 이름으로 람사르 습지에 등록되었습니다.
볼거리가 많은 영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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