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고위층은 “한국의 경험이 필요하다”면서도 ‘한국의 문제점’도 빼지 않고 지적한다. 대통령산하 전략연구소 불라트 술타노프 소장은 “1990년대 한국의 자동차·전자제품의 인기가 좋았지만 카자흐스탄이 잘살게 되면서 국민이 일본 제품을 더 좋아하게 됐다. 비싸도 질이 더 좋다”고 했다. 그는 “현지에 진출한 LG가 질을 추구하는 카자흐스탄의 수요를 덜 고려한다”고 했다. “연구소의 벤츠도 도요타로 바꿨고, 휴대전화는 한국제가 괜찮아도 카메라는 일제”라고도 했다. 카자흐스탄은 ‘브랜드 시장’이라는 자부심의 표현이다.

또 “한국이 고려인 관계에 치우치는 것은 감점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인이 고려인 관계만 중시하고 자신을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카자흐스탄 부유층이 중국·일본과 사업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우즈베키스탄의 인구(2500만 명)가 카자흐스탄(1700만 명)보다 많다고 우즈베키스탄에 먼저 투자한 것은 실수”라며 “한국은 장기적 관점에서 협력을 추구하지 못한 실수가 있었다”고 했다. 91년 대우가 우즈베키스탄에 자동차 공장을 만든 점을 두고두고 섭섭하게 여기는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정서를 반영한 말이다.

게나디 안드레프 국가전력연구소장은 “한국 업체들이 올 때마다 서류를 들고 와 발전소를 세우겠다며 정신없게 만든다. 그때마다 ‘당신 돈으로 건설할 거냐’고 묻는데 그 다음엔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정확한 시장조사도 없이 와서 큰소리치는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카지나-삼룩 펀드의 불라트 악출라코프 총괄본부장(장관급)은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커졌다. 예전엔 태권도·LG 정도였는데 요즘 자동차 등도 많이 안다”고 했다. 한국인 대부분이 카자흐스탄을 여전히 ‘석유 좀 나는 초원 국가’ 정도로 내려다보듯, 카자흐스탄에서의 한국 인식도 ‘한국인이 뻐기듯’ 높지 않다는 투로 들렸다. BTA의 로만 솔로첸코 은행장도 “한국 기업들의 카자흐스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박력 있게 움직이는 중국은 ‘겁나면서도 필요한 나라’로 본다. 이양구 알마티 총영사는 “석유에 집중했던 중국은 이미 비자원 쪽으로도 눈을 돌렸다. 카자흐스탄 소비재의 70%를 중국이 점령했다. 후진타오 주석이 2007년 8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적극적인 비자원 분야 협력을 얘기했고 50개의 구체적 액션 플랜을 말했다”며 “한국은 경제성을 따지지만 중국은 전략적으로 본다”고 했다. 또 “카자흐스탄이 내심 중국을 겁내지만 최대 관심사인 산업 현대화에 중국 외에는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지니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육로·철도·송유관 등 3대 물류 사업도 한다. 육로는 ‘유럽까지 가는 길’ 개척을 목표로 중국~카자흐스탄 6차로 도로를 건설 중이다. 국경지역 중국~카자흐스탄 철도도 중국 측 구간 건설은 완료됐고 카자흐스탄은 공사 중이다. 송유관도 2011년까지 카자흐스탄의 카스피해와 중국 서부가 연결된다. 2006년엔 카자흐스탄~중국을 연결하는 송유관 1000㎞가 완공됐고, 2010년 완공을 목표로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중국을 잇는 가스관 공사도 진행 중이다. 석유 생산에서 중국의 비중이 24%까지 올라가다 보니 견제를 받을 정도라는 게 석유공사 카자흐스탄사무소 류상수 소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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