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즈스탄, 종교법 개악 진행 중

2008.10.24 15:45

정근태 조회 수:4777 추천:42


키르기즈스탄의 의회인 조고르쿠 케네시가 최근 종교법을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개정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구소련 붕괴 이후 그런대로 부흥의 길을 걸어 왔던 교회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우선 키르기즈스탄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북쪽으로는 카자흐스탄, 동쪽으로는 중국, 서쪽으로는 우즈베키스탄, 남쪽으로는 타지키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내륙국가이다.  문제가 되는 종교법 개정안은 10월 하순 경에 의회의 심의를 거칠 예정이다.  이는 키르기즈스탄 국가종교사무국의 카니베크 오스마날리에프 국장이 직접 밝힌 말이므로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

오스마날리에프 국장은 새로운 개정안이 국내 종교단체들이 합법적인 지위를 얻을 수 있는 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종교를 전파할 수 있는 여건을  제한하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의회의 지도자급 의원들은 그것이 바로 새로운 개정안의 목적이자 취지라고 밝혀 의회와 정부가 신앙의 자유를 크게 제한할 의도를 가지고 새로운 법률을 만들고 있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심의를 앞둔 새 법안의 내용은 아직은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앞으로 여건의 변화에 따라 다소간의 변화가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이 법안이 어떤 내용을 담고 어떻게 처리될지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우선 집권 아크졸당(광명의 길)의 소속의 의회 부의장인 라시드 타가예프의 발언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타가예프는 이 법안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정치인이다.  그러한 그 역시도 아직도 새 법안의 내용이 완성되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주도세력이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외의 반대세력의 쏟아질 비난도 상당히 의식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오스마날리에프 국장은 그 나름대로 새로운 종교 관련법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는 정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종교단체들의 무분별한 활동을 적절하게 통제해야 할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새 법안은 종교사무국이나 정부 부처보다는 의회가 주도권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라면서 자세한 언급은 피하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면 종교사무국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정리된 입장이 있지만, 밝힐 수는 없다.”는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앞서 말했듯이 키르기즈스탄 의회와 정부는 이러한 종교법 개악을 추진하면서도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을 상당히 의식하는 듯하다.  실제로 의회 내에서 이 법안을 심의하는 위원회가 유럽안보협력기구에 전문가의 의견을 보내 줄 것을 요청한 것만 봐도, 종교법 개악을 추진하면서도 가급적 국제적인 반발은 최소화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보인다.  오스만리에프 국장은 아직 유럽안보협력기구가 새 법안의 검토를 했는지 여부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하면서도 이를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 공보국의 관계자도 현행법이 여러모로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말하여 어떤 식으로든 법률 개정이 이루어 질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익명을 전제로 한 인터뷰에서 “키르기즈스탄 내의 종교단체들이 아무런 통제 없이 도를 넘어선 자유를 누리면서 적지 않은 혼란을 초래했기 때문에 공정하면서도 합리적인 통제장치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 내용은 10월의 심의 과정을 통해 변화가 있을 수 있으므로 현재의 시점에서는 확정지어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구소련권 선교상황에 정통한 한 기독인권단체는 이 법안이 자이니딘 쿠르마노프, 투르두칸 주르마베코바, 이브라힘 주누소프 등 3명의 의원에 의해 발의되어 의회에 제출되기에 앞서 의회 내에서 인권과 합헌성을 심의하는 기구인 의회 헌법, 국가구조, 법률, 인권 위원회에 제출하여 지난 6월 10일에 승인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법의 공동발의자인 쿠르마노프 의원은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종교 단체들과 선교사들의 활동, 그리고 이들에 의해 행해지는 종교 관련 교육에 대해 보다 철저한 통제와, 인가 허가의 요건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법안은 종교 관련 문서와 책자, 오디오, 비디오 자료 등의 내용을 사전에 심의하는 내용과 심의된 것들만 수입 혹은 배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의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종교의 자유를 옥죄는 법률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대통령 측은 지난 2월 이러한 의회 움직임에 반대하며, 양심과 신앙, 그리고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령을 거부하는 등 의회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통령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키르기즈스탄의 종교계는 의회 사이드에서 종교활동을 제한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만들기 위한 물밑작업이 계속되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새로운 법 개정을 추진한 측이 새로운 법률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가장 쉽게 대는 이유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개종자의 수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통계로도 입증되는데 특히 키르기즈스탄의 다수 종족인 키르기즈족 젊은이들 가운데 교회를 찾는 사람의 수가 분명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이 원래의 자신의 종교를 버리고, 다른 종교로 개종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들은 또 일부 종교 단체들이 반사회주의 고립주의를 추구하는데 이런 종교단체들이 커지면 사회 불안이 야기된다고 보고 있다.  그들은 이러한 종교단체의 대표 격으로 모르몬교와 명상종교단체인 하레 크리쉬나를 들고 있다. 또 건전한 종교라 하더라도 갑작스럽게 최근 몇 년 사이에 교회와 모스크 등 종교 관련 건물이 급증하는 것도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

결국 이러한 시각은 새로운 법률안에서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모든 종교활동을 금지시키는 내용으로 나타난다.  보다 구체적으로 그 내용을 살펴보면, 불법 종교활동은 반드시 처벌하게 되어 있고, 한 종교 단체가 정부에 등록을 하려면 최소한 200 명의 성인 신도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다른 종교를 믿고 있는 사람들을 개종하도록 독려 혹은 회유해서는 안된다.  즉 전도가 금지된다는 이야기이다.  또 러시아정교회, 카톨릭 등은 교회의 수장이 러시아, 혹은 바티칸에 있다는 점을 들어 외국인의 지도를 받는 종교로 간주하고 이러한 종교는 반드시 등록은 해야 하지만, 등록을 했다 해도 법적인 합법정은 부여해 주지 않도록 했다.  따라서 이들 종교단체는 관련 문서나 책자를 국내에서는 유통이 매우 어려워지는 등 다른 종교단체보다 훨씬 어려운  입장에 처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일인지 키르기즈스탄 러시아정교회의 이고르 드로노프 신부 같은 이는 오히려 새로운 제도를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긍정적인 면이 많이 보이는 개정안이다.  지금까지의 법은 너무 폭넓은 자유를 허용해 놓아 국민들의 정신문화에 급격한 변화와 혼란을  초래하는 면이 있었다.  이제라도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법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형행 법이 왜 문제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파괴적이고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 단체들까지 국내에서 아무런 장애 없이 활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새 법을 통해 이러한 활동이 충분히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종교단체로 여호와의 증인과 함께 다수의 개신교 종파를 꼽았다.  결국 그의 계산은 새로운 법률로 인해 모든 종교단체의 활동이 제한되면 오랜 세월에 걸쳐서 키르기즈스탄에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지배종교인 러시아정교회가 여러모로 유리할 것이라는 아주 실리적인 계산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역시 오래 전부터 키르기즈스탄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슬람 쪽도 비슷하다.  익명을 요구한 이슬람 성직자는 “새로운 면이 있다.  이제 우리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만들기 위해 안정적인 법적장치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1991년 이후 키르기즈스탄은 너무 불안전하고 마치 뭔가 둥둥 떠 있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새로운 법률을 반대하는 쪽은 최근에 키르기즈스탄에 진출한 종파들이다.  수도인 비쉬케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개신교회 목사는 “새 법은 결국 개신교를 겨냥하고 있다.”고 단정 지어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새로운 법률 추진에 대해 이들 소수 종교들의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지도부에서 성명을 발표하는 정도 외에는 구체적인 입장 표명이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칫 섣부르게 시위 등을 벌였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일단은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그러나 겉으로는 별다른 반대 움직임이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지난 5월부터 집권 아크졸 당이 키르기즈스탄 내의 종교단체들 특히 소수종교단체들의 실태를 확인하기 위한 15인 위원회를 만들고, 이들 위원회가 직접 소수종교단체의 본부나 예배 현장을 조사하기 위해 방문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자 과연 이 위원회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촉각이 곤두서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위원회 측은 일단 키르기즈스탄의 전체적인 종교 판도와 상황을 알려고 하는 정도 외의 어떤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은 여전하다.

“조사단이 우리 교회에 와서는 약 15분 정도 머물렀다.  그들이 조사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교인들 가운데 키르기즈족이 몇 명이나 되느냐와 교회에서 하는 활동 가운데 아동과 관련된 활동은 어떤 것 이냐 하는 것이었다.”라고 익명을 요구한 한 개신교 목사는 말했다.  이 목사 말고도 여러 개신교 목사들이 비슷한 답변을 해 왔다.  한편 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은 이러한 조사활동은 불법성도 없고,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목적도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키르기즈족 신자수와 아이들 관련 활동을 조사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위원회의 목적이 종교 관련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질문이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물론 답변하는 측도 답변을 거부할 권리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사를 당해야 하는 교회의 입장은 미묘하다.  아동관련 활동의 경우는 자칫 교회의 등록 취소로 이어질 수도 있는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반면 조사단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오스만리에프는 교육 문제나 아동관련 활동 문제는 민감한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등록 여부이다.  우리는 우리가 찾은 교회가 미등록 상태이면, 등록을 할 것을 권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오스만리에프는 또 침례교위원회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참고로 침례교위원회는 중앙아시아권의 침례교 계통의 교파로 등록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등록도 거부하는 교파이다.  현재 키르기즈스탄에는 침례교위원회 소속 교회가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십 여 곳 정도 존재한다.  그는 침례교위원회에 대해서도 계속 등록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도 유럽안보협력기구 등의 인권관련 원칙과 협약 등을 검토해 보았지만, 교회 등록제가 유럽의 보편적인 가치와 원칙에 크게 반한다고 보지 않으며, 이왕에 법이 존재하는 이상 키르기즈스탄에 있는 개인과 단체는 법을 지켜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다.

또 다른 정부쪽의 인사도 “지금까지 투르크메니스탄은 종교와 관련한 별다른 불안 요소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너무 다양한 종교단체들이 난립하고, 이러한 단체들이 지나치게 세력을 확대해 나가면서 새로운 불안 요소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조정하여 안정을 기하려는 정도의 정부의 노력을 신앙의 자유를 탄압한다고 매도하는데, 우즈베키스탄이나 투르크메니스탄 등과 비교해 보면 키르기즈스탄이 얼마나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지 알 수 있지 않는가 ”라고 반문했다.

그는 최근 의회에서 새로운 종교법을 만드는 것을 놓고, 종교의 자유를 제약하려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의회도 이러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진지한 검토에 검토를 거듭하여 법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한다.  사회 일각에서 누군가가 최악의 경우를 우려하여 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어나기 힘든 최악의 경우이다.”라고 의회 쪽을 두둔했다.

한편 최근 키르기즈스탄의 분위기에 정통한 한 단체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정부의 이러한 법 제정의 움직임은 민간에서 일고 있는 비이슬람 종교, 특히 개신교에 대한 견제 심리에 힘입은바 크다.  특히 올해 들어서 이슬람 신자가 아닌 사람이 사망 후 묘지의 사용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5월, 나린 지역에서 발생한 14세 소년에 대한 장례 관련 사건이다.  마을 주민들은 물론 지역 행정당국의 책임자와 경찰까지 합세하여 이 소년의 시신이 마을 묘지에 매장되는 것을 방해한 사건이다.

그런가 하면 6월에는 비쉬케크개신교연합신학교에서 교수로 일하던 뉴질랜드인 선교사가 추방당한 사건도 있었다.  그 이유는 국가보안국이 학생들의 신상관련 서류를 열람하도록 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개인 사생활 침해라는 이유로 거부한 때문이었다.  국가보안국은 또 이 연합신학교가 입주해 있는 건물에 이 학교 말고도 관련 교회와 다른 기관이 입주해 있는 것을 트집잡아 한 건물에 복수의 개신교 단체가 입주한 것을 불법이라며 억지를 부리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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