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러시아와 가난한 이웃들…

2011.12.09 09:14

정근태 조회 수:6298

부자 러시아와 가난한 이웃들… 푸틴 '소비에트 연방 2.0(유라시아연합·옛연방 재결합)' 추진


구 소련 연방에 대한 분석 기사가 조선일보에 실렸습니다.
특히 정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앙 아시아 지역의 나라들에 대한 분석이 눈길을 끕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보하기를 기도합니다.

15개국으로 쪼개진 뒤 4개 블록 형성
러시아·벨라루스 - 같은 슬라브족… 재통합 모색
우크라이나·그루지야 - 거대 러시아에 불안 느껴 EU·NATO 가입하려다 불발
발트 3국 - 옛 소련에 강제 합병된 아픔, 2004년 EU 회원국으로
중앙아시아 이슬람국들 - 장기 독재와 빈곤의 늪에 러시아 경제 의존도 심해져

"우리나라는 20년 전 소련(소비에트연방)시절만 해도 15개 국가로 구성된 대국(大國)이었다. 우크라이나·벨라루스…."

모스크바 동부 코신스카야 거리에 있는 '402번 중고등학교' 9학년(중학교 3년)의 지난달 말 역사 수업 시간. 교사 레오니트 피르소프씨가 소련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학생 알렉세이가 손을 번쩍 들더니 "이젠 남의 나라인데 우리가 굳이 알 필요가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알렉세이 등 많은 학생들은 "그루지야는 러시아의 적이나 다름없고 러시아를 뺀 나머지 14개국 모두 제 갈 길을 가는데 우리가 굳이 그 나라들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소련은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후 레닌이 같은 슬라브족인 우크라이나·벨라루스를 통합해 1922년에 만든 나라다. 레닌에 이어 스탈린은 서구에 맞선 공산주의 체제를 만들기 위해 1924년부터 주변 중앙아시아의 이슬람 국가들을 연방 내로 편입시켰고, 2차대전을 앞둔 1940년에는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을 무력으로 압박해 연방에 포함시켰다.

◇4개 블록으로 나뉜 15개국

하지만 강제적으로 결합된 이질적인 나라들 간의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소련이란 '지붕' 아래 살던 15개국은 고르바초프의 개혁을 계기로 독립을 모색하다가 1991년 12월 소련 해체와 함께 모두 독립을 선언했다. 하지만 자원이 풍부하고 영토가 넓은 러시아를 제외하고 나머지 나라들은 모두 고난의 20년을 보냈다. 이들에겐 서구나 러시아, 둘 중 하나에 의존하지 않고는 달리 생존방법이 없었다.

역사학자 알렉세이 아르바토프 하원 국방위 부위원장은 "희망 속에 독립한 15개국이 지난 20년 동안 추구해온 생존방식에 따라 4개의 그룹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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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브족 국가들인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재통합을 모색 중이다. 거대한 러시아의 존재에 불안감을 느낀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는 EU와 NATO 가입을 성급하게 추진했다. 그러나 서방이 러시아와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가입협상을 중단하는 바람에 현재 어정쩡한 상황에 처했다. 발트 3국은 2004년 EU 회원국이 됐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장기 독재와 자원 부족에 따른 빈곤의 늪에 빠진 채 러시아의 경제적 지원에 기대고 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의 이고리 야코벤코 박사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독립을 막기 위해 각국에 특정산업만을 육성한 스탈린 정책의 유산 때문에 이들은 독립 후에도 자립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이 약했다"고 말했다.

◇중앙아는 러시아 의존도 심화

모스크바 남부 초플르이스탄의 노브이 체료무시키 시장. 이곳 200여 점포의 종업원들은 대부분 중앙아시아 출신들이다. 타지키스탄 출신 근로자 파르핫(19)은 "모스크바 시민의 월평균 수입 3만루블(약 110만원)은 우리나라에선 1년을 벌어야 하는 돈"이라고 말했다. 파르핫처럼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로 유입되는 인구는 연간 7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교역에서 러시아 의존도는 70% 이상이다. 15개국이 정치적 독립을 이루기는 했으나 발트 3국과 우크라이나·그루지야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러시아의 '경제적 위성국'이 돼 가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내년 대선에 도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소련의 재통합을 뜻하는 '소비에트 연방 2.0'을 추진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푸틴은 10월 4일자 이즈베스티야 기고문에서 "2012년 1월 1일부터 러시아·카자흐스탄·벨라루스와의 단일경제공동체가 출범하고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도 동참시켜 '유라시아연합'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모스크바에 사는 키르기스 출신 불법근로자 굴나즈씨는 "지금처럼 궁핍하게 살 바에는 러시아에 편입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정치평론가 알렉산드르 두긴 박사는 "옛 소련 국가들을 규합하려는 푸틴의 구상은 서방에는 공포로, 중앙아시아에는 당근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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