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요르단·오만 선심성 유화책 안먹혀
유혈시위 확산…바레인선 “국왕 물러나라”


리비아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과 반정부 세력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트리폴리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아랍의 민주화 기운이 본격적으로 중동의 왕정국가로까지 번지고 있다. 애초 부분적 개혁 요구에서 출발했던 이들 국가들의 시위는 튀니지·이집트 혁명과 리비아 정권 붕괴 위기의 영향을 받아 전면적인 체제개혁 요구로 커지고 있다.

카부스 빈 사이드 국왕이 41년째 집권중인 전제왕국 오만에서는 27일(현지시각) 처음으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적어도 6명이 숨지는 유혈사태가 벌어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북부 제2의 항구도시 소하르에서는 2000여명이 참가한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으며, 시위대는 다음날인 28일 항구로 오는 화물의 입출입을 봉쇄하며 경찰과 대치해 이틀째 시위가 이어졌다. 카부스 국왕은 유화책으로 5만명 취업과 실업자에게 1달 389달러(약 44만원) 지급을 약속했으나, 시위대는 직접선거 방식의 의원내각제 등의 근본적인 정치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수니파 왕정에 대해 다수파인 시아파 국민들이 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시작된 바레인 시위는 수니파 왕정 폐지 분위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수도 마나마의 진주광장에서 시위대 수천명은 “하마드 국왕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친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바레인에선 최근 2주새 최소 7명이 숨졌다.

부분적 개혁 조처만으로는 국민들이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은 요르단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다. 요르단은 헌법상으로는 입헌군주제지만, 국왕이 총리 지명권, 의회 해산권 등 광범위한 권리를 갖고 있다. 압둘라 2세 국왕은 올해 초 시위가 일어나자 지난 1일 사미르 리파이 총리를 해임해 상황을 무마하려 했지만, 시위대는 수도 암만에서 선거로 뽑은 의원들이 내각을 구성하고 총리를 지명하게 해달라며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민주화 요구는 중동에서 가장 보수적 전제왕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왕실까지 겨냥하고 있다. 사우디 지식인 119명은 27일 인터넷을 통해 입헌군주제 도입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사우디 정부는 2003년과 2004년 입헌군주제를 요구하는 이들을 체포한 바 있다.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지난주 360억달러(약 40조8000억원)에 이르는 선심성 정책에 이어 27일에는 임시직 공무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약속까지 내놨지만, 인터넷에서는 오는 3월11일에 ‘분노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시위를 벌이자는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 왕조가 미국 대이란 정책의 핵심 파트너이자 세계 원유의 주요 공급처라는 점에서 이들 국가에서의 급변상황은 미국의 대중동 정책은 물론 국제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인터넷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