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바자르

2016.10.03 10:10

정근태 조회 수:4393







성 소피아 성당에서 서쪽으로 펼쳐진 대로를 따라 이동하면 거대한 시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전체면적 30만제곱미터의 그랜드 바자르로 알려져 있는 이 시장의 진짜 이름은,
‘카파르 차르시’로 터키어로 ‘지붕이 있는 시장’이란 뜻입니다.
예전 대부분의 시장과 달리 이 시장에는 지붕이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랜드 바자르는 메메드 2세가 각지에서 모인 상인과 시민들이 안심하고 물건을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곳입니다.
당시에는 엄청나게 거대한 시장이었다고 합니다.
그랜드 바자르는 58개의 좁은 길로 연결되어 있는데 출입구만 22개가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누루오스마니에 게이트(nuruosmanive)와 베야즈트(Beyazıt kapısı) 게이트인데,
베야즈트 게이트를 통하여 바자르로 들어갑니다.





‘지붕이 있는 시장’이라는 명칭처럼 지붕이 있는 아케이트형 시장에 온갖 상품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 그랜드 바자르에는 5000개가 넘는 상점이 있지만 상점 수보다 훨씬 많은 상품과 복잡한 통로로 유명합니다.
20여 개의 출입구와 65곳에 달하는 통로가 상점과 상점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그랜드 바자르는 이스탄불 방문객의 필수 방문 코스입니다.
물건을 사도 좋고, 신기하고 이국적인 물품을 구경하기 위해서 가기도 하지만,
서민들의 삶과, 수백년 대를 잇는 상인들의 삶의 엿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매일 수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그랜드 바자르는 소란하고, 혼잡스럽지만,
어떤 유적지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서민의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뭍어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상품들이 있지만, 그 중 특히 많은 것이 금으로 만든 물건입니다.
반지에서부터 금괴까지 그리고 온갖 귀금속들을 취급하는 상점이 수백 곳에 이릅니다.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콘스탄티노플을 방문한 후,
“이스탄불에 가면 그랜드 바자르를 꼭 들러 봐야한다. 도시의 심장부가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고 하지요.
매일 25만에서 40만의 방문객들로 넘쳐나고,
2014년엔 총 9,125만 명의 관광객들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화려한 장신구들 중에는 꼭 나자르 본주(Nazar Boncugu)가 있습니다.
사진의 가운데 부분에 파란색과 흰색의 원으로 되어 있는 눈 모양의 유리 제품인데요,
이는 악마를 도망가게 하여 재앙을 막아 준다는 터키의 부적으로,
목걸이나 팔찌 등의 장신구를 비롯해서 각 가지 형태로 제작되어 판매된고 있습니다.
영어로는 '이블 아이(Evil eye 악마의 눈')라고 하는데,
‘가장 강력한 악마의 눈을 가두어 놓아 주위의 악마를 도망가게 하고,
타인의 질투를 빨아들여 주위의 재난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준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상점의 입구, 버스 등의 문 옆을 살펴보면 어김없이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랜드 바자르는 비잔틴 제국 시대에는 마굿간으로 사용하던 곳이라 전해 집니다.
마굿간이 시장으로 바뀌게 된 것은 오스만제국의 제7대 술탄인 메흐메트 2세의 명령에 의해서였는데요,
처음 이곳은 실크 무역상들이 물건을 팔면서 낙타와 함께 잠시 쉬어가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동‧서양의 문물과 문화, 그리고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만나는 장소이기도 했지요.
동서양의 무역을 중계하면서 대상(隊商, 카라반)들이 많아지게 되고,
그들이 묵을 숙소가 필요해졌고,
이 숙소에는 상인들을 위한 사원과 목욕탕, 말과 낙타를 위한 우리도 있었고,
당연히 그들의 물건을 사고 파는 시장이 형성되었지요.





이후 제10대 술탄인 술레이만 1세 때에는 대대적으로 규모를 확장했습니다.
그러나 1894년에 대규모의 지진으로 인해 시장이 파괴되었는데요,
이 때 새롭게 증축을 하면서, 시장 안에 있던 분수와 우물, 사원, 학교와 목욕탕은 복구에서 제외되었다고 합니다.
몇 번의 증‧개축으로 인해 규모가 점점 커졌고, 지금의 지붕 있는 석조건물의 형태가 되었습니다.





그랜드 바자르에는 각 품목마다 판매하는 구역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각 매장들이 체계적으로 번호로 관리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좁은 길이 많고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조금만 헤매고 돌아다녔다간 길을 잃기 십상이죠.


2016325.JPG

우물들을 없애기는 했지만, 그래도 수도 시설은 남아 있습니다.
물을 공급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하루에 다섯 번 기도할 때에 우두(몸을 씻는 것)를 위해서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왼쪽의 카펫가게에는 실크 카펫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귀금속 상점 다음으로 많은 500여개의 카펫 상점이 있는데요,
터키는 질 좋은 카펫으로 유명합니다.
16세기 이전까지는 카펫시장을 터키의 이스탄불이 독점했다고 합니다.
터키에는 13세기에 이미 카펫제작소가 있었고,
가장 오래된 생산지로는 터키의 중부 도시 ‘콘야(Konya)’를 들 수 있다.
오른쪽의 도자기 상점도 화려한 문양의 도자기들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유목민과 이슬람교도들에게 필수적인 생활용품인 양탄자, 도자기, 담배 파이프, 앙증스러운 토산품과 의류,
그랜드 바자르에는 없는 것 빼놓고 다 있다는 말이 잘 어울립니다.
도자기와 조명장식은 문양과 색상의 화려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아라베스크 문양, 구름 문양, 당초 문양 등으로 그려져 있는 그릇들은 직접 손으로 그린 것으로,
제각각 조금씩 다른 무늬를 띄고 있다.
특히 이즈니크 도자기는 그 화려함으로 유명합니다.
조명들도 장식과 색상이 형형색색 찬란하고,
과자나 향신료, 도자기, 조명, 가방 등 패션잡화 등을 보면 화려한 장식과 색상을 좋아하는 터키인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사막의 실크로드를 건너온 동양의 비단, 칠기, 도자기들,
지중해를 건너 온 유럽의 보석, 유리병, 직물이 만나
어울어지는 곳이 바로 이 그랜드 바자르이지요.
물건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상인들이 모여 다양한 인종들이 서로 교역을 하던 곳,
단지 물품들만의 교류만이 아니라 종교와 문화, 사람이 만나는 통로로서의 역할을 하는 곳이었지요.





눈치를 채셨겠지만,
그랜드 바자르의 지붕은 구역마다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동양적인, 혹은, 서양적인 모양 뿐 아니라,
당연히 이슬람적인, 심지어는 아프리카의 냄새가 풍기는 지붕까지 다양한 모양을 뽐내고 있습니다.





이런 독특한 지붕의 문양들을 구경하는 것도,
그랜드 바자르를 둘러보는 재미중의 하나이지요.





지붕뿐 아니라 기둥들, 기리고 지붕을 받치고 서있는 기둥들도,
나름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누르오스마니에 게이트(nuruosmanive kapısı)로 빠져나왔습니다.
누루오스마니에 게이트에는 의장용 무기와 책, 깃발이 새겨져 있고,
그랜드 바자르의 터키어 이름인 ‘카파르 차르쉬’라는 글과,
술탄 메흐메트 2세가 이곳을 시장으로 바꾼 해인 1461년이 새겨져 있습니다.

명실 공히 문화의 교차로인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
요즈음은 터키의 정정이 불안하여 마음놓고 다니기 힘들다는 소식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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