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탈레반 살해표적’ 목숨건 도피…남편은 피살

“다시는 연기를 할 수 없다는 슬픔보다 당장 목숨을 걱정하는 공포가 더 큽니다.”

한때 아프가니스탄에서 유머 넘치는 연기로 사랑받는 여배우였던 파윈 무시타켈(41·사진). 그는 3개월째 수도 카불에서 도망다니는 신세다. 이슬람 근본주의에 따라 여성의 사회활동을 부도덕하고 타락한 행위로 보는 탈레반이 최근 아프간에서 세력을 확장하면서 무시타켈이 표적이 된 것이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일 아프간이 다시금 ‘여성들의 지상 지옥’으로 변해가고 있다면서 그의 사연을 전했다.

무시타켈이 19살 나이로 데뷔하던 1970년대 카불은 아프간 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스카프로 머리를 가리지 않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채 거리를 마음대로 활보할 수 있었다. 연극 무대는 정부의 지원과 함께 동경받는 자리였다. 97년 탈레반의 집권으로 잠시 무대에 서지 못했지만, 2001년 미국의 침공으로 탈레반이 카불에서 사라진 이후 무시타켈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현지 다리어로 번안한 연극과 TV 드라마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최근 18개월간 탈레반이 부쩍 세력을 강화하고 카불 외곽까지 점령하면서 무시타켈에 대한 위협이 거세졌다. 남편 나와 굴은 “TV에 부인이 등장하지 않게 하라”는 협박에 시달리다 지난해 12월 괴한에게 피살됐다. 이후 무시타켈은 두 아이와 함께 친구 집을 며칠씩 전전하며 숨어 살고 있다. 그는 “분위기가 전혀 달라졌다”며 “날마다 점점 많은 여성들이 사회활동에서 쫓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피로와 스트레스에 찌든 무시타켈은 “내 연기가 남편을 죽게 만들었다. 이 나라를 아예 떠나는 것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도 했다.

위협에 시달리는 것은 무시타켈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아프간에서 유명한 여성 경찰관 말랄라이 카카르가 살해된 것을 시작으로 여성 언론인과 교사, 외국인 구호활동가 등이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 11월에는 칸다하르 지역 여학교에서 염산으로 여교사와 학생들을 공격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유엔여성개발기금(UNIFEM)의 테레사 델란지스는 “한 명 한 명 여성들이 살해됐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남은 여성들은 오싹한 공포에 사로잡힌다.

- 인터넷 경향신문에서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