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요>
꽃의 향연, 고양국제꽃박람회
2026.09.05 20:10
대한민국 경기도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에서 펼쳐지는 고양국제꽃박람회는 1997년 첫 회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화훼 문화와 산업을 세계에 알려온 대표적인 꽃 축제입니다.
드넓은 호수를 배경으로 수천만 송이의 다채로운 야외 테마 정원과 전 세계 희귀 식물들이 모여드는 실내 전시관이 어우러져 매년 봄마다 여행자들에게 황홀한 설렘을 선물합니다.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계절의 싱그러움과 향긋한 꽃내음이 가득 차오르는 이 축제의 현장으로 설레는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일산호수공원 광장에 들어서자마자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웅장한 꽃 아치가 여행자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붉은색과 흰색의 작은 초화류 및 초록 잎사귀들을 정교하게 엮어 거대한 식물의 새싹 모양으로 조형한 대형 플라워 게이트(Flower Gate)와 하단의 알록달록한 화단의 모습입니다.
붉고 흰 꽃송이들이 빼곡하게 모여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푸른 봄 하늘 아래 눈부신 자태를 뽐냅니다.
바닥에는 주황색 팬지와 붉은 꽃들이 마치 꽃길 양탄자처럼 포근하게 깔려 있어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절로 멈추게 만듭니다.
가족들과 손을 잡고 아치 아래를 지나는 사람들의 얼굴마다 봄 햇살보다 화사한 미소가 번져납니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붉은 잎맥을 닮은 날개를 단 커다란 목조 풍차가 호수에서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풍차의 탑신 전체는 붉은색, 보라색, 노란색의 싱그러운 꽃송이들로 촘촘히 옷을 입어 마치 동화책의 한 페이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합니다.
곁에는 프랑스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Tour Eiffel) 조형물과 백조 토피어리가 함께 어우러져 이국적인 유럽 정원의 정취를 풍깁니다.
고대 유럽에서는 풍차가 바람을 모아 대지에 풍요를 가져다주는 상징으로 여겨졌다고 전해집니다.
화단 한편에서 눈이 시리도록 화사하고 짙은 노란빛으로 활짝 피어난 라넌큘러스(Ranunculus) 한 송이가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습니다.
수백 장의 얇고 섬세한 꽃잎이 겹겹이 포개져 풍성한 볼륨감을 자랑하는 선명한 노란색 라넌큘러스입니다.
양귀비꽃이나 장미를 닮은 얇디얇은 꽃잎들이 수백 겹으로 부드럽게 겹쳐져 풍성한 황금빛 구름을 연상시킵니다.
라넌큘러스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개구리를 뜻하는 '라나(rana)'에서 유래되었는데, 주로 습지나 연못가 등 물기가 많은 곳을 좋아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매력', '매혹'이라는 꽃말처럼 들여다볼수록 겹겹의 꽃잎 속에 숨겨진 그 신비로운 온기에 흠뻑 빠져들게 됩니다.
초록 잎사귀 사이로 불꽃처럼 타오르는 붉은 튤립들이 군락을 이루며 봄바람에 가볍게 한들거립니다.
꽃잎 끝자락마다 머금은 선명한 주홍빛과 붉은빛은 마치 잔에 담긴 맑은 포도주처럼 투명하게 빛납니다.
뒤편에 자리한 하얗고 짙은 보라색 꽃들과 노란 비올라 화단이 붉은 튤립의 도도한 색채를 한층 더 돋보이게 받쳐줍니다.
터키의 옛 전설에는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깊은 슬픔에 빠져 절벽에서 뛰어내린 청년의 핏방울에서 튤립이 피어났다는 애절한 이야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터키의 전통 모자인 터번(turban)을 닮아 붙여진 이름처럼 단정하면서도 기품 넘치는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화사한 햇살 아래 수풀을 가득 메운 영산홍(映山紅)이 짙은 자줏빛 융단을 펼쳐놓은 듯 화려하게 피어 있습니다.
활짝 벌어진 다섯 갈래 꽃잎 안쪽에는 꿀샘을 알리는 붉은 점들이 섬세하게 박혀 있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솟아오른 암술과 수술이 생동감을 더합니다.
산 전체를 붉게 비춘다는 영산홍의 이름답게 봄날의 숲을 단숨에 화사한 생명력으로 가득 채워 넣습니다.
조선 시대 연산군이 이 꽃의 화려함에 매료되어 궁궐 뜰 가득 심고 완상(玩賞)했다는 역사적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첫사랑'이라는 순수한 꽃말을 품은 채 봄날의 정열을 아낌없이 토해내는 그 고혹적인 빛깔 앞에 한참을 머무릅니다.
실내 온실 전시관에 들어서자 커다란 유리 부스 안에 우뚝 솟은 거대한 식물이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냅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Pulau Sumatera)의 열대우림 깊은 곳에서 자생하는 타이탄 아룸(Titan arum, 학명 : Amorphophallus titanum)으로, 그 독특하고 기괴한 형태가 압도적입니다.
주름치마처럼 펼쳐진 짙은 자주색 포엽 한가운데로 거대한 원뿔 모양의 꽃대인 육수화서가 하늘을 향해 높게 솟아 있습니다.
꽃이 피어날 때 고기 썩는 듯한 지독한 악취를 풍겨 파리와 딱정벌레를 유인하여 가루받이를 하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시체꽃(Bunga bangkai)'이라 불립니다.
수년에 한 번, 단 며칠 동안만 꽃을 피우고 사라지는 아주 희귀한 식물이기에 이 거대한 생명의 신비를 마주한 순간이 더없이 경이롭습니다.
은은한 빛이 감도는 전시장 안쪽에 민들레 홀씨를 형상화한 거대한 빛의 구조물들이 환상적인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둥근 조명 갓마다 파란색, 노란색, 갈색의 정교한 나비들이 날개를 쉬고 있어 마치 밤하늘에 뜬 별무리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하단에는 '고양 600'이라는 조형물이 묵직하게 자리하여 고양시가 지녀온 유구한 역사와 새로운 도약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민들레 씨앗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척박한 땅에서도 강인한 새 생명을 틔워내듯, 새로운 희망이 세상으로 퍼져나가는 형상입니다.
투명한 유리 화병 가득 꽂혀 있는 샛노란 퐁퐁국화(Pompon Chrysanthemum)는 마치 밤하늘에 뜬 작고 귀여운 보름달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듯합니다.
수많은 꽃잎이 빈틈없이 촘촘하게 엮여 둥근 공 모양을 이루고 있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푸근한 온기가 전해집니다.
서양에서는 털모자에 달린 방울을 뜻하는 프랑스어 '퐁퐁(pompon)'에서 그 이름을 따왔으며, 단정하고 깔끔한 매력 덕분에 현대적인 꽃꽂이에서 큰 사랑을 받습니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사군자(四君子)의 하나로서 늦가을 서리를 이겨내고 맑은 향기를 지키는 군자의 지조와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흐트러짐 없이 빚어낸 단아한 원형의 자태는 보는 이의 마음에 모난 구석 없는 평온함과 따스함을 선사합니다.
전시장 테이블 위에는 푸른 바다 빛을 머금은 기다란 유리 화병 위로 나비가 날아오르는 듯한 우아한 꽃들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부드러운 살구 분홍빛과 신비로운 하늘빛을 띤 호접란(Phalaenopsis) 꽃송이들이 공중에서 부드러운 춤사위를 펼치듯 흔들립니다.
호접란은 나비를 닮았다고 하여 '호접(胡蝶)'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행복이 날아온다'는 더없이 축복된 꽃말을 품고 있습니다.
그 아래로는 반짝이는 하트 모양의 붉은 꽃받침 잎과 촛대 모양의 노란 꽃차례를 뽐내는 안스리움(Anthurium)이 강렬한 색채의 대비를 이룹니다.
고요한 어둠이 깔린 공간 한편에서 한 송이의 청초한 난초 꽃이 가녀린 줄기 끝에 오롯이 피어나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꽃잎 바깥쪽은 맑은 미색을 띠고 있으며, 중심으로 갈수록 옅은 분홍빛이 수채화 물감처럼 부드럽게 번져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은은한 조명을 받아 빛나는 그 모습은 마치 깊은 밤하늘에 홀로 떠오른 샛별처럼 고결하고 신비롭습니다.
예로부터 깊은 산골짜기에서 홀로 자라며 은은한 향기를 멀리까지 퍼뜨리는 난초는 세파에 흔들리지 않는 굳은 절개와 고결한 인품을 상징해 왔습니다.
어스름한 빛이 감도는 온실 한쪽에서 불꽃이 터지듯 강렬한 붉은빛을 발하는 선인장 꽃 두 송이가 여행자의 눈길을 끕니다.
가시 대신 부드러운 마디 줄기 끝에 매달려 피어난 꽃잎들은 마치 밤하늘을 수놓는 별자리처럼 완벽한 균형미를 자랑합니다.
브라질의 습한 열대 고산 우림이 고향인 이 선인장은 봄철 부활절 무렵에 화사하게 꽃을 피워 유럽에서는 '부활절선인장(Easter cactus)'이라 불립니다.
사막의 거친 메마름을 이겨내는 일반적인 선인장과 달리, 깊은 숲속 나뭇가지에 기대어 살아가며 계절의 기쁨을 전하는 특별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시 밖으로 나와 호숫가에서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람을 따라 걷다 보면, 늠름하게 서 있는 소나무 고목 아래로 펼쳐진 거대한 꽃의 바다를 마주합니다.
보랏빛 무스카리와 어우러진 짙은 자주색 튤립부터 햇살을 머금어 눈부신 주황빛과 분홍빛 튤립까지, 다채로운 색채가 황홀하게 일렁입니다.
옛 네덜란드에서는 이 눈부신 꽃 한 송이를 차지하기 위해 집 한 채 값을 치렀다는 튤립 파동의 이야기가 전해질 만큼,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영원한 사랑'이라는 고백을 품은 채 대지를 화려하게 수놓은 꽃물결 사이를 거닐며 완연한 봄의 행복을 만끽합니다.
실내 전시관 중앙에 놓인 탁자 위에는 대자연의 풍파를 견뎌낸 듯 거친 나무껍질로 만든 둥근 조형물이 시선을 압도합니다.
투박하고 메마른 질감의 고목 구체 위에서 거짓말처럼 싱그럽고 짙붉은 장미 덤불이 피어나 강렬한 생명의 대비를 보여줍니다.
장미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가 태어날 때 바다의 거품 속에서 함께 피어난 꽃이라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거칠게 뻗어 나온 덩굴 뿌리와 짙은 초록 잎사귀, 그리고 벨벳처럼 부드러운 붉은 꽃송이가 어우러져 한 점의 경이로운 조각품을 보는 듯합니다.
온실 안쪽의 건생 식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사막의 거친 환경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국적인 선인장 숲이 펼쳐집니다.
그 한가운데에서 곧게 뻗은 푸른 선인장 기둥 위에 마치 복슬복슬한 양털 모자나 산호초를 얹어놓은 듯한 기이한 선인장이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식물의 생장점이 기형적으로 선 형태로 자라나 부채꼴이나 물결 모양의 주름을 형성하는 이 현상을 원예학에서는 ''철화(綴化, Crest)'라고 부릅니다.
멕시코(México)의 메마른 고원 지대에서 강렬한 태양빛과 건조함을 견디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며 진화해 온 사막의 신비로운 지혜가 깃들어 있습니다.
한참을 다니다 보니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할 즈음, 축제장 곳곳에 정성스레 마련된 정원 쉼터에 눈이 갑니다.
격자무늬로 뻗어나간 덩굴 줄기와 붉은 촛대 모양의 장식들 아래, 묵직한 고풍스러운 나무 벤치가 여행자들을 따스하게 품어줍니다.
화단 가득 피어난 들꽃 사이에서 마치 맑은 눈망울을 반짝이듯 피어난 하얀 마가렛(Marguerite) 한 송이를 가까이 들여다봅니다.
눈송이처럼 순백의 꽃잎들이 둥글게 펼쳐져 있고 그 중심에는 따스한 봄볕을 가득 머금은 노란 꽃술이 소담스럽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카나리아 제도(Islas Canarias)가 원산지인 이 꽃은 프랑스에서는 '마르그리트'라 부르며,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점치는 꽃잎 떼기 놀이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스어로 진주를 뜻하는 '마르가리테스(margarites)'에서 유래된 이름처럼, 풀밭에 떨어진 영롱한 진주 한 알을 연상시킵니다.
단정한 흰색 꽃송이들 틈에서 유독 신비로운 푸른빛 눈동자를 반짝이는 특별한 꽃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매끄러운 흰색 꽃잎의 안쪽 끝에 은은한 보랏빛 테두리가 감돌고, 중심부가 신비로운 짙은 남빛을 띠는 오스테오스페르뭄(Osteospermum)입니다.
순백의 꽃잎들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펼쳐져 있고, 중심부의 화심은 깊은 심해나 우주를 품은 듯 영롱한 짙은 남색으로 빛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의 고원 지대가 고향인 이 꽃은 아프리카 데이지 혹은 '푸른 눈의 데이지'라는 아름다운 별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밤이 되거나 날씨가 흐려지면 꽃잎을 오므려 스스로를 보호하다가, 눈부신 아침 햇살이 비추면 다시 활짝 피어나는 신비로운 성질을 지녔습니다.
화단 한구석에 마치 아기자기한 분홍빛 솜사탕을 얹어놓은 듯한 귀여운 데이지 한 송이가 다소곳이 피어 있습니다.
숟가락 모양의 수많은 옅은 분홍빛 꽃잎들이 촘촘하게 모여 부드러운 돔 형태를 이루고 있는 잉글리시 데이지(English Daisy)입니다.
연한 살구 분홍빛의 얇은 꽃잎들이 수없이 겹쳐져 둥근 공 모양을 이루고, 가운데에는 작은 노란 햇살 조각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고대 켈트족의 전설에 따르면 아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슬퍼하는 부모를 위로하기 위해 신이 대지 위에 뿌려준 꽃이 바로 데이지라고 전해집니다.
영국에서는 '태양의 눈(Day's eye)'이라는 고대 영어에서 유래하여 데이지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태양이 뜨면 꽃잎을 열고 해가 지면 꽃잎을 닫습니다.
'순진무구'와 '평화'를 상징하듯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모습은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이들의 입가에 따스한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바로 곁에는 방금 전 보았던 연분홍 데이지보다 한층 더 짙고 선명한 자줏빛을 머금은 또 다른 데이지가 피어 있습니다.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분홍빛에서 선명한 붉은 자줏빛으로 물들어가는 꽃잎들의 그라데이션이 마치 정교한 세밀화를 보는 듯합니다.
로마 신화에서는 숲의 요정 벨리데스(Belides)가 과수원의 신 베르툼누스(Vertumnus)의 집요한 구애를 피하기 위해 가련한 들꽃으로 변했다는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습니다.
화사한 봄 햇살이 정수리에 쏟아지는 순간, 마치 태양빛을 그대로 흡수하여 스스로 빛을 뿜어내는 듯한 강렬한 자줏빛 꽃을 마주합니다.
중심부의 붉은 수술 주위로 순백의 고리가 둘러져 있고, 그 바깥으로 눈부신 형광 자줏빛 꽃잎들이 방사형으로 펼쳐진 리빙스턴 데이지(Livingstone Daisy)입니다.
가운데에는 짙은 자주색 꽃밥이 촘촘히 박혀 있고, 그 주위를 둥글게 감싼 하얀 빛의 띠와 형광빛 꽃잎이 극적인 색채의 조화를 이룹니다.
남아프리카의 황량한 사막 지대에서 자라는 이 꽃은 잎 표면에 얼음 결정처럼 반짝이는 투명한 세포를 지니고 있어 현지에서는 '얼음 식물(Ice plant)'이라고도 불립니다.
탐험가 데이비드 리빙스턴(David Livingstone)의 이름에서 유래되었으며, 구름이 걷히고 뜨거운 태양이 내리쬘 때만 활짝 피어나 사막을 순식간에 꽃의 바다로 물들입니다.
사막의 거친 메마름 속에서도 가장 눈부신 불꽃으로 피어나는 그 경이로운 생명력 앞에서, 봄날 꽃박람회의 여정은 더욱 깊은 감동과 여운으로 물들어 갑니다.
붉은색과 흰색의 작은 초화류 및 초록 잎사귀들을 정교하게 엮어 거대한 식물의 새싹 모양으로 조형한 대형 플라워 게이트(Flower Gate)와 하단의 알록달록한 화단의 모습입니다.
붉고 흰 꽃송이들이 빼곡하게 모여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푸른 봄 하늘 아래 눈부신 자태를 뽐냅니다.
바닥에는 주황색 팬지와 붉은 꽃들이 마치 꽃길 양탄자처럼 포근하게 깔려 있어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절로 멈추게 만듭니다.
가족들과 손을 잡고 아치 아래를 지나는 사람들의 얼굴마다 봄 햇살보다 화사한 미소가 번져납니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붉은 잎맥을 닮은 날개를 단 커다란 목조 풍차가 호수에서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풍차의 탑신 전체는 붉은색, 보라색, 노란색의 싱그러운 꽃송이들로 촘촘히 옷을 입어 마치 동화책의 한 페이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합니다.
곁에는 프랑스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Tour Eiffel) 조형물과 백조 토피어리가 함께 어우러져 이국적인 유럽 정원의 정취를 풍깁니다.
고대 유럽에서는 풍차가 바람을 모아 대지에 풍요를 가져다주는 상징으로 여겨졌다고 전해집니다.
화단 한편에서 눈이 시리도록 화사하고 짙은 노란빛으로 활짝 피어난 라넌큘러스(Ranunculus) 한 송이가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습니다.
수백 장의 얇고 섬세한 꽃잎이 겹겹이 포개져 풍성한 볼륨감을 자랑하는 선명한 노란색 라넌큘러스입니다.
양귀비꽃이나 장미를 닮은 얇디얇은 꽃잎들이 수백 겹으로 부드럽게 겹쳐져 풍성한 황금빛 구름을 연상시킵니다.
라넌큘러스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개구리를 뜻하는 '라나(rana)'에서 유래되었는데, 주로 습지나 연못가 등 물기가 많은 곳을 좋아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매력', '매혹'이라는 꽃말처럼 들여다볼수록 겹겹의 꽃잎 속에 숨겨진 그 신비로운 온기에 흠뻑 빠져들게 됩니다.
초록 잎사귀 사이로 불꽃처럼 타오르는 붉은 튤립들이 군락을 이루며 봄바람에 가볍게 한들거립니다.
꽃잎 끝자락마다 머금은 선명한 주홍빛과 붉은빛은 마치 잔에 담긴 맑은 포도주처럼 투명하게 빛납니다.
뒤편에 자리한 하얗고 짙은 보라색 꽃들과 노란 비올라 화단이 붉은 튤립의 도도한 색채를 한층 더 돋보이게 받쳐줍니다.
터키의 옛 전설에는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깊은 슬픔에 빠져 절벽에서 뛰어내린 청년의 핏방울에서 튤립이 피어났다는 애절한 이야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터키의 전통 모자인 터번(turban)을 닮아 붙여진 이름처럼 단정하면서도 기품 넘치는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화사한 햇살 아래 수풀을 가득 메운 영산홍(映山紅)이 짙은 자줏빛 융단을 펼쳐놓은 듯 화려하게 피어 있습니다.
활짝 벌어진 다섯 갈래 꽃잎 안쪽에는 꿀샘을 알리는 붉은 점들이 섬세하게 박혀 있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솟아오른 암술과 수술이 생동감을 더합니다.
산 전체를 붉게 비춘다는 영산홍의 이름답게 봄날의 숲을 단숨에 화사한 생명력으로 가득 채워 넣습니다.
조선 시대 연산군이 이 꽃의 화려함에 매료되어 궁궐 뜰 가득 심고 완상(玩賞)했다는 역사적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첫사랑'이라는 순수한 꽃말을 품은 채 봄날의 정열을 아낌없이 토해내는 그 고혹적인 빛깔 앞에 한참을 머무릅니다.
실내 온실 전시관에 들어서자 커다란 유리 부스 안에 우뚝 솟은 거대한 식물이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냅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Pulau Sumatera)의 열대우림 깊은 곳에서 자생하는 타이탄 아룸(Titan arum, 학명 : Amorphophallus titanum)으로, 그 독특하고 기괴한 형태가 압도적입니다.
주름치마처럼 펼쳐진 짙은 자주색 포엽 한가운데로 거대한 원뿔 모양의 꽃대인 육수화서가 하늘을 향해 높게 솟아 있습니다.
꽃이 피어날 때 고기 썩는 듯한 지독한 악취를 풍겨 파리와 딱정벌레를 유인하여 가루받이를 하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시체꽃(Bunga bangkai)'이라 불립니다.
수년에 한 번, 단 며칠 동안만 꽃을 피우고 사라지는 아주 희귀한 식물이기에 이 거대한 생명의 신비를 마주한 순간이 더없이 경이롭습니다.
은은한 빛이 감도는 전시장 안쪽에 민들레 홀씨를 형상화한 거대한 빛의 구조물들이 환상적인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둥근 조명 갓마다 파란색, 노란색, 갈색의 정교한 나비들이 날개를 쉬고 있어 마치 밤하늘에 뜬 별무리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하단에는 '고양 600'이라는 조형물이 묵직하게 자리하여 고양시가 지녀온 유구한 역사와 새로운 도약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민들레 씨앗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척박한 땅에서도 강인한 새 생명을 틔워내듯, 새로운 희망이 세상으로 퍼져나가는 형상입니다.
투명한 유리 화병 가득 꽂혀 있는 샛노란 퐁퐁국화(Pompon Chrysanthemum)는 마치 밤하늘에 뜬 작고 귀여운 보름달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듯합니다.
수많은 꽃잎이 빈틈없이 촘촘하게 엮여 둥근 공 모양을 이루고 있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푸근한 온기가 전해집니다.
서양에서는 털모자에 달린 방울을 뜻하는 프랑스어 '퐁퐁(pompon)'에서 그 이름을 따왔으며, 단정하고 깔끔한 매력 덕분에 현대적인 꽃꽂이에서 큰 사랑을 받습니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사군자(四君子)의 하나로서 늦가을 서리를 이겨내고 맑은 향기를 지키는 군자의 지조와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흐트러짐 없이 빚어낸 단아한 원형의 자태는 보는 이의 마음에 모난 구석 없는 평온함과 따스함을 선사합니다.
전시장 테이블 위에는 푸른 바다 빛을 머금은 기다란 유리 화병 위로 나비가 날아오르는 듯한 우아한 꽃들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부드러운 살구 분홍빛과 신비로운 하늘빛을 띤 호접란(Phalaenopsis) 꽃송이들이 공중에서 부드러운 춤사위를 펼치듯 흔들립니다.
호접란은 나비를 닮았다고 하여 '호접(胡蝶)'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행복이 날아온다'는 더없이 축복된 꽃말을 품고 있습니다.
그 아래로는 반짝이는 하트 모양의 붉은 꽃받침 잎과 촛대 모양의 노란 꽃차례를 뽐내는 안스리움(Anthurium)이 강렬한 색채의 대비를 이룹니다.
고요한 어둠이 깔린 공간 한편에서 한 송이의 청초한 난초 꽃이 가녀린 줄기 끝에 오롯이 피어나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꽃잎 바깥쪽은 맑은 미색을 띠고 있으며, 중심으로 갈수록 옅은 분홍빛이 수채화 물감처럼 부드럽게 번져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은은한 조명을 받아 빛나는 그 모습은 마치 깊은 밤하늘에 홀로 떠오른 샛별처럼 고결하고 신비롭습니다.
예로부터 깊은 산골짜기에서 홀로 자라며 은은한 향기를 멀리까지 퍼뜨리는 난초는 세파에 흔들리지 않는 굳은 절개와 고결한 인품을 상징해 왔습니다.
어스름한 빛이 감도는 온실 한쪽에서 불꽃이 터지듯 강렬한 붉은빛을 발하는 선인장 꽃 두 송이가 여행자의 눈길을 끕니다.
가시 대신 부드러운 마디 줄기 끝에 매달려 피어난 꽃잎들은 마치 밤하늘을 수놓는 별자리처럼 완벽한 균형미를 자랑합니다.
브라질의 습한 열대 고산 우림이 고향인 이 선인장은 봄철 부활절 무렵에 화사하게 꽃을 피워 유럽에서는 '부활절선인장(Easter cactus)'이라 불립니다.
사막의 거친 메마름을 이겨내는 일반적인 선인장과 달리, 깊은 숲속 나뭇가지에 기대어 살아가며 계절의 기쁨을 전하는 특별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시 밖으로 나와 호숫가에서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람을 따라 걷다 보면, 늠름하게 서 있는 소나무 고목 아래로 펼쳐진 거대한 꽃의 바다를 마주합니다.
보랏빛 무스카리와 어우러진 짙은 자주색 튤립부터 햇살을 머금어 눈부신 주황빛과 분홍빛 튤립까지, 다채로운 색채가 황홀하게 일렁입니다.
옛 네덜란드에서는 이 눈부신 꽃 한 송이를 차지하기 위해 집 한 채 값을 치렀다는 튤립 파동의 이야기가 전해질 만큼,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영원한 사랑'이라는 고백을 품은 채 대지를 화려하게 수놓은 꽃물결 사이를 거닐며 완연한 봄의 행복을 만끽합니다.
실내 전시관 중앙에 놓인 탁자 위에는 대자연의 풍파를 견뎌낸 듯 거친 나무껍질로 만든 둥근 조형물이 시선을 압도합니다.
투박하고 메마른 질감의 고목 구체 위에서 거짓말처럼 싱그럽고 짙붉은 장미 덤불이 피어나 강렬한 생명의 대비를 보여줍니다.
장미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가 태어날 때 바다의 거품 속에서 함께 피어난 꽃이라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거칠게 뻗어 나온 덩굴 뿌리와 짙은 초록 잎사귀, 그리고 벨벳처럼 부드러운 붉은 꽃송이가 어우러져 한 점의 경이로운 조각품을 보는 듯합니다.
온실 안쪽의 건생 식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사막의 거친 환경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국적인 선인장 숲이 펼쳐집니다.
그 한가운데에서 곧게 뻗은 푸른 선인장 기둥 위에 마치 복슬복슬한 양털 모자나 산호초를 얹어놓은 듯한 기이한 선인장이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식물의 생장점이 기형적으로 선 형태로 자라나 부채꼴이나 물결 모양의 주름을 형성하는 이 현상을 원예학에서는 ''철화(綴化, Crest)'라고 부릅니다.
멕시코(México)의 메마른 고원 지대에서 강렬한 태양빛과 건조함을 견디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며 진화해 온 사막의 신비로운 지혜가 깃들어 있습니다.
한참을 다니다 보니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할 즈음, 축제장 곳곳에 정성스레 마련된 정원 쉼터에 눈이 갑니다.
격자무늬로 뻗어나간 덩굴 줄기와 붉은 촛대 모양의 장식들 아래, 묵직한 고풍스러운 나무 벤치가 여행자들을 따스하게 품어줍니다.
화단 가득 피어난 들꽃 사이에서 마치 맑은 눈망울을 반짝이듯 피어난 하얀 마가렛(Marguerite) 한 송이를 가까이 들여다봅니다.
눈송이처럼 순백의 꽃잎들이 둥글게 펼쳐져 있고 그 중심에는 따스한 봄볕을 가득 머금은 노란 꽃술이 소담스럽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카나리아 제도(Islas Canarias)가 원산지인 이 꽃은 프랑스에서는 '마르그리트'라 부르며,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점치는 꽃잎 떼기 놀이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스어로 진주를 뜻하는 '마르가리테스(margarites)'에서 유래된 이름처럼, 풀밭에 떨어진 영롱한 진주 한 알을 연상시킵니다.
단정한 흰색 꽃송이들 틈에서 유독 신비로운 푸른빛 눈동자를 반짝이는 특별한 꽃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매끄러운 흰색 꽃잎의 안쪽 끝에 은은한 보랏빛 테두리가 감돌고, 중심부가 신비로운 짙은 남빛을 띠는 오스테오스페르뭄(Osteospermum)입니다.
순백의 꽃잎들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펼쳐져 있고, 중심부의 화심은 깊은 심해나 우주를 품은 듯 영롱한 짙은 남색으로 빛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의 고원 지대가 고향인 이 꽃은 아프리카 데이지 혹은 '푸른 눈의 데이지'라는 아름다운 별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밤이 되거나 날씨가 흐려지면 꽃잎을 오므려 스스로를 보호하다가, 눈부신 아침 햇살이 비추면 다시 활짝 피어나는 신비로운 성질을 지녔습니다.
화단 한구석에 마치 아기자기한 분홍빛 솜사탕을 얹어놓은 듯한 귀여운 데이지 한 송이가 다소곳이 피어 있습니다.
숟가락 모양의 수많은 옅은 분홍빛 꽃잎들이 촘촘하게 모여 부드러운 돔 형태를 이루고 있는 잉글리시 데이지(English Daisy)입니다.
연한 살구 분홍빛의 얇은 꽃잎들이 수없이 겹쳐져 둥근 공 모양을 이루고, 가운데에는 작은 노란 햇살 조각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고대 켈트족의 전설에 따르면 아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슬퍼하는 부모를 위로하기 위해 신이 대지 위에 뿌려준 꽃이 바로 데이지라고 전해집니다.
영국에서는 '태양의 눈(Day's eye)'이라는 고대 영어에서 유래하여 데이지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태양이 뜨면 꽃잎을 열고 해가 지면 꽃잎을 닫습니다.
'순진무구'와 '평화'를 상징하듯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모습은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이들의 입가에 따스한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바로 곁에는 방금 전 보았던 연분홍 데이지보다 한층 더 짙고 선명한 자줏빛을 머금은 또 다른 데이지가 피어 있습니다.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분홍빛에서 선명한 붉은 자줏빛으로 물들어가는 꽃잎들의 그라데이션이 마치 정교한 세밀화를 보는 듯합니다.
로마 신화에서는 숲의 요정 벨리데스(Belides)가 과수원의 신 베르툼누스(Vertumnus)의 집요한 구애를 피하기 위해 가련한 들꽃으로 변했다는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습니다.
화사한 봄 햇살이 정수리에 쏟아지는 순간, 마치 태양빛을 그대로 흡수하여 스스로 빛을 뿜어내는 듯한 강렬한 자줏빛 꽃을 마주합니다.
중심부의 붉은 수술 주위로 순백의 고리가 둘러져 있고, 그 바깥으로 눈부신 형광 자줏빛 꽃잎들이 방사형으로 펼쳐진 리빙스턴 데이지(Livingstone Daisy)입니다.
가운데에는 짙은 자주색 꽃밥이 촘촘히 박혀 있고, 그 주위를 둥글게 감싼 하얀 빛의 띠와 형광빛 꽃잎이 극적인 색채의 조화를 이룹니다.
남아프리카의 황량한 사막 지대에서 자라는 이 꽃은 잎 표면에 얼음 결정처럼 반짝이는 투명한 세포를 지니고 있어 현지에서는 '얼음 식물(Ice plant)'이라고도 불립니다.
탐험가 데이비드 리빙스턴(David Livingstone)의 이름에서 유래되었으며, 구름이 걷히고 뜨거운 태양이 내리쬘 때만 활짝 피어나 사막을 순식간에 꽃의 바다로 물들입니다.
사막의 거친 메마름 속에서도 가장 눈부신 불꽃으로 피어나는 그 경이로운 생명력 앞에서, 봄날 꽃박람회의 여정은 더욱 깊은 감동과 여운으로 물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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