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요>
사마르칸트 아프라시압 박물관과 야외 유적지
2026.08.25 21:11
계속되는 아프라시압 박물관의 유물입니다.

박물관 한편에 고대 사그디아인들의 가옥 내부 구조를 재현해 놓은 흙벽 모퉁이 전시 공간이 소박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거칠게 쌓아 올린 베이지색 진흙 벽돌벽을 배경으로, 진흙과 점토를 정교하게 이겨서 만든 고대의 벽난로와 아궁이 시설이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되어 있습니다.
왼쪽에는 아치형 구멍이 뚫린 가마 형태의 조리용 아궁이가, 오른쪽에는 기둥 장식이 돋보이는 큼직한 상자 모양의 화로 겸 난방 시설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의 매서운 겨울철 모래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소그드인들은 벽난로 시스템을 고안하여 집안을 따스하게 데웠습니다.
기둥 머리 부분의 둥근 조각 장식과 아치형 구멍의 곡선미를 보면, 이들이 아주 사소한 가구와 가옥 시설 하나에도 예술적인 품격을 불어넣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화로 주변의 그을린 자국과 거친 흙의 질감을 바라보며, 추운 겨울날 이곳에 옹기종기 모여 불을 쬐며 이야기를 나누었을 소그드인 가족들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투명한 쇼케이스 안에 검은 탄소 덩어리로 변해버린 커다란 고대 목조 조각상이 흰색 도식판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조각상 뒤쪽 벽면에는 이 유물이 고대 소그드인들의 화려한 다층 가옥 천장을 받치고 있던 기둥 장식물인 카리아티드(Caryatid)였음을 보여주는 세밀한 라인 드로잉이 그려져 있습니다.
유리창 아래 진열대 위에는 이 목조 건물을 짓고 고정할 때 사용했던 7~8세기의 쇠못들과 단단한 철제 고리 장식들이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습니다.
설명판에 따르면, 본래 나무로 정교하게 조각된 여신상 기둥이었으나 이슬람 세력의 침공이나 고대의 대화재 당시 불에 타 숯(Carbonized wood)이 되면서 기적적으로 땅속에서 썩지 않고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건물을 무너뜨린 파괴적인 화마가 이 멋진 목조 예술품을 보존하여 천년의 세월을 넘어 우리에게 전해주는 수호자가 된 셈입니다.
까맣게 그을린 여신의 실루엣과 그들의 도구들을 바라보며, 화려한 궁전과 가옥들이 붉은 불길 속으로 사라지던 고대 사마르칸트의 비극적인 마지막 날을 생각해 봅니다.
박물관 전시실 바닥의 진흙 더미 위에 입구가 비스듬하게 뉘어 있는 엄청난 크기의 백색 토기 항아리가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항아리는 오래되어 군데군데 실금이 가고 주둥이 부분이 마모되었지만, 전체적인 둥근 원형의 형태를 완벽하게 유지한 채 진흙 속에 굳건히 박혀 있습니다.
항아리 옆에는 유물의 명칭과 연대를 알리는 정갈한 하얀색 종이 안내판이 관람객들을 향해 조심스럽게 놓여 있습니다.
이 거대한 항아리는 7~8세기 소그드인들이 맑은 식수나 곡식, 또는 실크로드의 귀한 특산물이었던 포도주(Wine)를 저장하기 위해 사용했던 대형 저장 용기입니다.
사마르칸트 지역은 예로부터 물이 맑고 토질이 좋아 과일과 포도 재배가 성하였으며, 소그드인들이 빚은 포도주는 당나라 황실까지 수출될 정도로 명성이 높았습니다.
전시실의 한쪽 벽면 전체를 웅장하게 메우고 있는 고대 아프라시압 유적지의 거대한 연대별 지층 단면도입니다.
부드러운 연초록빛 구릉지대 아래로 가로로 길게 굽이치는 수많은 흙과 벽돌, 자갈의 층위들이 오랜 역사의 나이테처럼 층층이 쌓여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오른쪽 벽면에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 지층이 형성된 세기(Century)와 역사적 사건들을 색상별로 세밀하게 구분해 놓은 연대표가 깔끔하게 부착되어 있습니다.
이 단면도는 아프라시압 언덕의 깊은 지하 세계가 품고 있는 기원전 6세기 소그디아 시기부터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 제국, 이슬람 왕조, 그리고 13세기 몽골 침략기에 이르는 파란만장한 역사의 켜를 시각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해 줍니다.
하나의 도시가 파괴되면 그 위에 다시 흙을 덮고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기를 반복하면서, 사마르칸트의 대지는 거대한 역사책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붉고 황량한 대지 아래 묻혀 있는 인류의 수많은 기쁨과 눈물, 번영과 몰락의 흔적들이 이 정교한 지층의 흐름 속에서 장엄한 대서사시가 되어 묵묵히 요동치고 있습니다.
아프라시압 박물관의 전시실을 지나 야외로 발걸음을 옮기면, 찬란했던 벽화와 유물들을 품고 있던 고대 도시의 본모습인 아프라시압 유적지(Afrasiab Archeological Site)가 펼쳐집니다.
유적지로 들어가기 전에 박물관 야외 정원에 놓여있는 검은색 대리석으로 제작된 정교한 야외 종합 안내판을 볼 수 있습니다.
검은 대리석 표면의 왼쪽에는 하얀 글씨로 아프라시압(Afrasiab) 유적지의 고고학적 가치와 역사적 개요가 우즈베크어와 영문으로 빼곡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고대 도성을 둘러싸고 있던 케슈 문(Kesh Gate), 나우베카르 문(Naubekhar Gate), 부하라 문(Bukhara Gate), 중국 문(China Gate) 등 견고했던 성벽과 네 개의 성문 위치를 선명한 백색 선으로 복원해 놓은 성곽 지도도가 정밀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안내판 우측 하단에는 이 역사적인 안내판이 대한민국의 공적개발원조(Korea ODA) 사업의 고귀한 지원을 통해 제작되었음을 알리는 문구가 선명하게 박혀 있습니다.
이 안내판은 기원전 6세기부터 문명의 꽃을 피웠으나 1220년 잔인한 징기스칸(Genghis Khan)의 철퇴를 맞아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사마르칸트의 비극적인 운명을 묵묵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바람을 맞으며 안내판에 새겨진 고성 지도를 손가락으로 따라 그려보니, 철통같은 성벽 너머로 수천 마리의 낙타 행렬이 쉴 새 없이 드나들며 활기를 띠었을 고대 도시의 우렁찬 함성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는 드넓은 유적지 전망대에 서서 사마르칸트 시내를 등지고 아프라시압의 황량한 진흙 구릉지대를 넓은 구도로 바라봅니다.
이곳은 기원전 6세기부터 13세기 초 몽골 제국의 침략으로 철저히 파괴되기 전까지 번영했던 고대 사마르칸트의 실제 도성 터입니다.
가뭄을 견뎌낸 듬성듬성한 풀들과 낮게 누운 관목들이 누런 흙 언덕 표면을 듬성듬성 덮고 있고, 멀리 지평선 너머로는 현대식 건물들과 아스라한 푸른 하늘이 조화롭게 대비를 이룹니다.
언덕 곳곳에는 기나긴 세월 동안 비바람에 씻겨 내리고 무너져 내린 고대 성벽과 주거지들의 진흙 잔해들이 자연스러운 둔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거칠고 황량한 언덕이 바로 한때 세계를 주름잡던 소그드 상인들이 금과 비단을 가득 쌓아두고 호사를 누리던 실크로드 최고의 무역 도시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요합니다.
하늘과 맞닿은 아프라시압 야외 유적지의 또 다른 완만한 언덕배기를 따라 길게 뻗은 메마른 평원을 바라봅니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이어지는 누런 대지 위로 이름 모를 풀들이 잔잔하게 바람에 흔들리고,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대지를 넓게 품어 안고 있습니다.
문명의 흔적들이 모두 흙 속 깊숙이 침잠해 버린 이 벌판은 이제 고요한 침묵 속에 빠져 있습니다.
이 넓고 황량한 벌판을 걷다 보면 수천 년 동안 이 길을 지나갔을 수많은 무역상과 전사들, 그리고 위대한 구도자들의 고독한 발걸음이 머릿속에 겹쳐 흐릅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도 이 언덕을 바라보며 “내가 들었던 사마르칸트의 모든 아름다움은 직접 와서 본 것보다 훨씬 미치지 못한다”라며 극찬의 탄성을 내질렀습니다.
인간이 만든 성벽과 궁전은 모두 스러졌지만, 대지를 스치며 불어오는 실크로드의 영원한 바람만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이 언덕을 지키고 있습니다.
황량하게 깎여 나간 점토 언덕의 복판에 우뚝 솟아 있는 검은색 대리석 발굴 기념비가 유적지의 거친 흙바닥 위에 장엄하게 서 있습니다.
기념비의 정면에는 백색 선으로 정교하게 복원된 고대 소그드 궁전의 평면도와 발굴 당시의 고고학적 세부 드로잉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기념비 너머로는 세월의 무게로 붕괴되고 깎여 나간 붉은 사막색의 거대한 진흙 구릉들이 웅장한 자연 성곽의 형태로 끝없이 물결치며 뻗어 나갑니다.
이 지점은 1965년 고대 도로 건설을 위해 흙을 파내던 중, 우연히 바르후만 왕의 찬란한 '사절단 벽화'가 발견되어 온 세상을 뒤흔들었던 바로 그 궁전 발굴터입니다.
수천 년 동안 차가운 진흙 속에 묻혀 침묵하던 고구려과 여러 나라의 사신들의 기상이 이 척박한 언덕 한구석에서 마침내 찬란한 빛을 발하며 세상 밖으로 드러난 곳입니다.
위대한 발견의 흥분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유적에서 기념비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역사가 간직한 신비롭고 거대한 생명력을 생각해 봅니다.
수천 년 동안 깎이고 파여 나간 아프라시압 성곽 유적지의 깊은 구릉지대를 비스듬한 상단 구도로 넓게 조망합니다.
빗물과 바람에 쓸려 내려가 불규칙하게 패인 붉은 황토색의 깊은 계곡들과 그 사이에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흙 둔덕들이 마치 자연이 빚어낸 조각품처럼 늘어서 있습니다.
가까운 왼쪽 벌판 위에는 발굴 기념비의 검은 실루엣이 황량한 자연 구도 속에서 뚜렷한 이정표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 거친 구릉들은 인위적인 계곡이 아니라, 고대 도성을 방어하기 위해 흙을 견고하게 다져 쌓아 올렸던 난공불락의 겹성벽과 해자 시설이 무너져 내린 흔적들입니다.
당시 고대 사마르칸트를 공략하려 했던 당나라와 돌궐의 수많은 영웅은 이 거대한 성벽 앞에서 진군을 멈추고 팽팽한 외교전과 격렬한 전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지금은 황량한 구릉과 거친 수풀만이 남아 지난날의 핏빛 전쟁과 영광의 함성을 가만히 덮어둔 채, 끝없는 상상력을 선사할 뿐입니다.
아프라시압 유적지의 가장 깊숙한 안쪽을 향해 뻗어 있는 길고 구불구불한 흙길과 깊은 진흙 구덩이의 파모습입니다.
수 세기 동안 진행된 고고학적 발굴의 손길이 지나간 자리마다 깊게 패인 대지의 상처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멀리 지평선 부근에는 푸른 숲과 사마르칸트의 시골 마을들이 평화롭게 늘어서 있습니다.
길쭉하게 뻗은 비포장 흙길은 고대의 궁전과 민가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상인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였을 번화한 대로의 흔적입니다.
실크로드의 상권을 장악하며 막강한 부를 축적했던 소그드인들은 이곳에 화려한 다층 저택을 짓고 동서양의 온갖 사치품들을 향유하며 낙원과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13세기 초 칭기즈칸이 이끄는 몽골군의 침공은 이 아름다운 도시를 단 며칠 만에 영원히 생명이 자라지 않는 죽음의 땅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끝없이 이어진 아프라시압 언덕의 광활한 풍경을 초광각 파노라마 뷰로 조망합니다.
기원전 6세기 소그드 시절부터 번영을 거듭했던 고대 도성은 1220년 칭기즈칸(Genghis Khan)의 철퇴를 맞기 전까지 동서 교역의 중심이었습니다.
구름 한 점 없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둥근 아치 모양으로 드넓은 대지를 포근하게 감싸 안고 있습니다.
초록빛 수풀이 드문드문 피어난 사막색 언덕 위로 옛 가옥들과 궁전이 허물어져 내린 진흙 둔덕들이 파도처럼 구비치며 끝없이 흐릅니다.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이 거대한 자연 성채를 바라보며 지난날 사마르칸트를 지배했던 영웅들을 가만히 반추해 봅니다.
발굴 기념비와 함께 기념 샷입니다.
기념비 너머로는 가뭄을 견뎌낸 거친 풀들이 듬성듬성 자란 황량한 진흙 언덕과 멀리 희미하게 실루엣을 드러낸 현대식 빌딩들이 세대의 대비를 이룹니다.
이 장소는 바로 7세기 바르후만(Varkhuman) 왕의 찬란한 접견실 벽화가 기적적으로 발굴되어 온 세상을 뒤흔들었던 역사적인 현장입니다.
머나먼 타향의 척박한 언덕 위에서 선조들의 모습이 서린 유적을 마주하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빗물과 바람에 쓸려 내려가 불규칙하게 깎인 아프라시압의 거대한 성벽 잔해들이 계곡과 구릉을 형성하며 조각품의 형태로 끝없이 이어져 있습니다.
이 거친 점토 언덕들은 과거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 대왕마저 그 견고함에 감탄하게 만들었던 난공불락의 이중 성벽 성곽이었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아프라시압 박물관 야외 정원에서 현지 소녀들을 만났습니다.
한국어를 듣고, 반갑다고 사진찍기를 청하는 우즈베키스탄의 순박한 두 현지 소녀를 보며, 요즘 한류의 위력을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이 뜻밖의 만남은 머나먼 실크로드 길 위에서 마주한 우정의 이정표이자 여행이 주는 진정한 선물입니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어 서로를 향해 짓는 따스한 미소 속에서,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인류의 연대와 우정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찬란하게 숨 쉬고 있음을 가슴 깊이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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