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여느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도 도시의 중심에는 성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성을 향해 올라갔습니다.
성의 한편은 열심히 수리 중.
공사장을 피해 다른 쪽으로 올라가는 길,
흰색 성벽과 붉은 지붕, 푸른 하늘이 아름다운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올라가는 길에 성벽에서 브라티슬라바 시내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구시가지에는 헝가리 통치 시절의 고풍스러운 교회와 건물들, 그리고 오래된 기념물들
그리고 저 너머에 보이는 신시가지와 고층 건물,
도시의 젖줄인 도나우 강,
그리고 도나우 강에 놓인 현대식 다리.
이 다리는 노비 모스트(Новый мост, Novy Most)라고 하는데,
번역하면 “새(New) 다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슬로바키아의 언어는 러시아어와 비슷한 슬라브어 계열이거든요.
“노비 모스트”는 러시아어로도 “새 다리”라는 의미입니다.)
이 다리는 구시가와 신시가를 이어주고 있습니다.
성으로 올라가는 길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뽐내고 있습니다.
브라티슬라바성은 도나우강이 내려다보이는 카르파티아(Carpathian) 산 남쪽 언덕,
해발 150m 지점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평평한 평원을 내려다보기 좋은 위치지요.
브라티슬라바 성은 슬로바키아의 동전에도 그 모습이 새겨져 있고,
각종 기념품에도 단골 모델이 됩니다.
이제 성 앞에 거의 다 왔습니다.
저 문만 통과하면 본 성의 앞마당에 설 수 있습니다.
이 성은 대 모라비아 왕국 시대에 중요한 정치 거점 도시였습니다.
대 모라비아 왕국이 멸망한 이후에는 헝가리에 병합되어 국경의 요새가 됩니다.
1811년 완전히 소실되어 폐허가 되었다가,
그 이후 방치되다가 1953년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되었습니다.
현재 성 내부에는 국립역사박물관을 비롯해 많은 건물들이 자리해있습니다.
공산주의 시대에는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이 브라티슬라바에 올 때 사용하는 거처로,
그리고 슬로바키아 국회의사당으로도 사용되었습니다.
지금도 일부분은 슬로바키아 의회로 사용되고 있지요.
도나우 강 너머에는 푸른 숲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숲 너머에는 공산주의 시절에 개발된 신시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성벽과 노비 모스트의 모습이,
엣 것과 새것의 모습으로 대조로 다가옵니다.
교각의 윗부분에는 둥근 원반 모양의 구조물이 있는데,
여기에는 전망대도 있고, 레스토랑도 있답니다.
이 원반 모양의 전망대 덕분에 이 다리는 UFO 다리라는 애칭으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도나우 강 너머의 신시가는,
성 아래의 구시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사회주의식의 황량한 건물들이 가득하지요.
성벽을 지나 본 성의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수비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은 간소한 문입니다.
이제 성의 입구,
성 앞 광장에는 멋진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어디선가 들은 말입니다.
유럽의 기마상들은 말의 네 발 중,
몇 개의 발을 들고 서 있는지가 그 주인공의 용맹성을 나타난다는데,
예를 들어 네 발을 다 땅에 붙이고 있으면 그냥 위인,
한 발, 두 발, 심지어는 세 발을 들고 서 있는 동상이면 엄청난 군사적 영웅이라는~
네발을 다 든 동상을 만들 수는 없으니,
세 발을 든 동상이 최고겠지요?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브라티슬라바 성 앞에 세워진 이 동상의 주인공은,
대 모라비아 왕국의 영토를 확장시킨 '스바토플룩 1세(Svätopluk)'의 동상입니다.
이 성은 9세기경, 대 모라비아 왕국의 요새로 세워졌고,
합스부르크 왕의 대관식이 치뤄진 곳으로 유명합니다.
1761년에는 그 유명한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의 궁전으로도 사용되었지요.
현재 성 내부는 '슬로바키아 국립 역사 박물관(Slovenské Národné Múzeum)'이 있습니다.
본 성 옆에는 작은 부속 건물들도 있습니다.
사무실과 기념품 가게들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흰색의 본성은 자 모양으로 되어 있어,
성문 안으로 들어가면 중정(中庭)을 만나게 됩니다.
외부에서 중정 안쪽으로 들어오는 문입니다.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다른 유럽의 성들과는 달리 소박하고,
단아한 모습의 성입니다.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성벽과 도나우강이 보입니다.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를 거쳐 이 곳에까지 온 도나우 강은,
브라티슬라바를 지나 흑해로 향합니다.
강과같이 역사도 흐르고,
우리의 삶의 시간도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