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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다."

2010.03.02 10:30

정근태 조회 수:4709 추천:43




“오늘날 울란바토르 근교에 가면 돌궐제국을 부흥시킨 명장 톤유쿠크의 비문이 천년의 세월을 견디고 있다. 이 비문은 당시 유목민이 겪었던 눈물겨운 사연들을 구구절절 기록하면서 다음과 같은 장군의 유훈(遺訓)을 깊이 깊이 새기고 있다.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 남을 것이다.

닫힌 사회는 망하고 열린 사회만이 영원하리라는 이 말은 성을 쌓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사람들과는 크게 다른 이상(理想)을 가진 자들이 추구한 사회적 이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유럽이 겨우 중세의 아침을 맞고 있던 시기(기원 7,8세기)에 벌써 열린 세상을 꿈꾸라고 외쳤던, 이 전율할 듯이 선구적이고 예언자적인 집단이 일구어 놓은 문명의 능력과 품위를 인류는 오랫동안 신뢰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성을 파괴하고 길을 놓으려 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에 읽은 책 김종래님의 <유목민 이야기>에 있는 글입니다.

사람들은 정주(定住)하길 좋아하지요.
인간의 문명도 정주민들을 중심으로 기록된 것이구요.
그러나 지금 세계는 정주된 문명으로부터의 이탈을 꿈꾸고 있습니다.
사이버 혁명과 교통 수단들, 통신의 발달은 이미 세상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세상은 이동가능한 네트워크의 형태로 재편되었습니다.
이 말은 누구든지 자신이 원하는 길로 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향은 사실 인간이 추구하는 일반적인 경향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좋던 싫던, 일부가 정주된 곳에 남아있으려 하는 것과 관계없이 세상은 이미 활짝 열려 있습니다.

물리적인 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2007년 3월 통계청은 <2006년 인구이동통계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한 해 동안 사는 곳을 옮긴 사람은 9백34만2천 명으로 2005년보다 54만7천 명이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총이동률곧 행정 읍면동 경계를 넘어 이동한 사람의 비율은 19.1%로 2005년에 비해 1.0%가 늘어났습니다. 2006년 한 해 동안 국민 10명 가운데 2명이 사는 곳을 옮겼다는 이야기입니다. 가구 전체가 사는 곳을 옮긴 것이 아니라 식구 가운데 한둘이 사는 곳을 옮긴 경우를 포함하는 것이라도 그 비율이 놀랍습니다. 그야말로 국민 모두가 끊임없이 이동하는 시대라 하겠습니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할까요?

아직도 닫힌 곳에서 자신이 가진 것만 바라보고,
자신의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담을 더 높이 높이 쌓아올리며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닫힌 사회는 망하고 열린 사회만이 영원하리라”는 톤유쿠크의 외침이 마음을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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