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라마단이 끝난 후 단식이 종료됐음을 축하하는 명절기간 '이드 알 피트르'. 시리아 유학생 김가연(가명, 24세)씨는 초대받아 간 친구 마르얌네에서 할머니부터 5살 아이까지 온 가족의 시선을 한 눈에 받았다. 마르얌은 "집안의 어른인 할머니께 먼저 인사드리자"며 김씨를 인도하더니, 할머니를 시작으로 15명 모두에게 차례로 볼을 마주대는 뺨 인사를 시켰다. 이후 시작된 저녁 식사. 메인요리부터 디저트, 차까지 장시간 이어진 마라톤 같은 저녁식사는 11시가 되도록 끝날 줄 몰랐다. 마르얌의 가족은 식사하는 내내 서로의 일과를 묻고 답하며 일상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김씨는 시골에 내려가 친지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담소를 나누던 지난 추석을 떠올렸다.

 

#2. 한국의 한 무역회사 이집트 지사에서 근무 중인 정윤현(가명, 29세)씨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언제 어디서나 이집트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을 받는다. 하루는 동네청년들이 짓궂은 장난을 치려는지 웃으며 정씨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귀찮은 마음에 왼쪽 손에 낀 실반지를 보여줬다. 이집트 청년들은 놀라며 '아이도 있냐'고 물었고, 그녀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후 동네에서 그녀에게 무례하게 구는 사람은 없었고, 누군가 장난을 치려하면 주변 사람이 나서 만류했다. 이슬람문화에서 부모는 예의를 갖춰 공경해야 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는 미혼으로 반지는 패션일 뿐이었지만 덕분에 편하게 이집트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

 

아직은 우리에게 이질적인 '이슬람'. 이슬람하면 히잡을 쓴 여인과 일부다처제, 연신 땅에 이마를 조아리며 기도를 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그들 문화에는 한국 전통문화와 맞닿아 있는 동질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바로 '사람'을 향한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문화권임에도 사람에 대한 '정'과 가족중심주의로 파생된 문화의 본질은 하나로 연결돼 있었다. 이슬람이 멀지 않은 가까운 이웃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앗 쌀라무 알라이쿰." 아랍어로 "안녕하세요"라는 의미를 지닌 인사말이다. 여기서 '쌀람'은 평화를 뜻한다. 한국의 인사말 '안녕(安寧)' 역시 무탈·평안을 의미하니, 상대에게 인사를 통해 안전을 바라는 마음이 일맥상통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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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이드 알 피트르'가 시작되면 무슬림들은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 귀성길에 오르는데, 이 기간 펼쳐지는 귀성전쟁은 마치 우리나라의 명절 때 모습과 비슷하다고 한다.

 

이슬람권에서도 '인사'는 중요한 예의로 여겨진다. 무슬림이 쿠란에 이어 제2의 경전으로 삼는 하디스(예언자 무함마드 언행에 대한 기록)에 "말하기 전에 인사를 먼저 하라"고 기록됐을 정도다.

또한, 이슬람문화는 우리의 '장유유서'와 같이 어른에게 먼저 인사하는 것을 예의로 삼는다. 이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자연스레 인사를 건네는데, 이는 유목민족으로 생활했을 때 인사를 통해 상대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표현했던 것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적의가 없음을 드러내 안전을 도모하려는 의도로 사용됐으나, 현재에 와서는 인사예절로 자리 잡은 것이다.

반면, 여성이 남성에게 먼저 인사를 하는 것은 실례다. 우리 역시 엄격한 유교사상 속에서 여자가 외간 남자와 대화하는 것은 어긋난 예절로 간주된 바 있다.

 

부모를 공경하고 가족문화를 중시하는 문화 역시 유교사상과 비슷한 면이 많다. 이슬람 경전인 쿠란에는 "너의 주님께서 명하시니 그분 외에는 어떤 것도 경배하지 말고 너의 부모에게 효도하라. 그리고 그들 중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이 연로해졌을 때 그들을 멸시하거나 그들에게 저항하지 말라. 그리고 그들에게 고운 말로 대하라"고 언급돼 있다.

이 같은 사상이 몸속 깊이 자리한 아랍인들은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기 때문에 개인보다는 가족을 사회구성의 기본으로 여긴다.

김나연씨는 "이슬람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이드 알 피트르'가 시작되면 무슬림들은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 귀성길에 오른다. 이 기간 펼쳐지는 '귀성전쟁'은 마치 우리가 설날과 추석을 맞아 고향으로 내려가는 모습과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녀는 "결혼을 개인적인 일이 아닌 가족과 친족을 포함, 집안간의 중대사로 여기는 것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사막에서 유목생활을 했던 아랍인에게는 과거 길을 잃은 자에게 누구든 도움을 주는 풍습이 존재했다. 이같은 옛 전통이 남아 지금도 자신의 집에 찾아온 손님을 후한 인심으로 대하고 있다.

방문객에게 전하는 "만질루나 만질루쿰(우리 집이 당신의 집이다)"이라는 인사말 역시 옛 아랍인이 유목생활을 하던 전통습성에 기인한 것으로 학자들은 풀이한다.

한국 전통 속 '사랑채' 또는 '사랑방' 역시 예부터 정성껏 손님을 맞이하는 별도의 공간이었다. 이는 유목생활을 하던 아랍인이 위험에 처한 사람을 지나치지 않고 도움을 주는 한편, 손님을 환대했던 풍습과 비슷한 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두 문화권의 전통은 손님을 남이 아닌 내 가족과 함께하는 사람으로 환영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 프라임경제

 

http://www.newsprime.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7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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