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중심 탁심광장이 터키판 '월가 점령' 시위 장소가 되고 있다. 터키에서 벌어진 시위로는 수십 년 내 가장 격렬한 양상을 띠고 있는 이번 사태의 원인은 1923년 공화국 건설 이후 국가이념의 뿌리였던 '세속주의' 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이끄는 '이슬람주의' 간의 '문화 충돌'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3일 오전 현재 탁심광장에는 최소 1500명의 시위자들이 몰려들어 점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5월 28일 처음 이스탄불에서 시작된 시위는 2일 전국 약 60개 도시로 확산되면서, 1700명가량이 경찰에 구속됐다. AFP통신은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사망자 2명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총리는 2일 TV로 방송된 연설에서 "이번 사태는 내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표로는 (나를) 이길 수 없는 야당이 사주한 것"이라면서 시위자들을 '소수의 약탈꾼(looter)들'로 부르며 타협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시위사태는 정부가 탁심광장 옆에 있는 겐지공원을 밀어버린 다음 이곳에 19세기 오토만 제국시대 스타일의 건축물과 이슬람 사원을 세우려는 계획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몇몇 시민운동가를 과잉 진압한 것이 단초가 됐다. 시민단체들은 지난 2003년 취임 이후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슬람주의 강화정책을 취해온 에르도안 총리가 터키 현대 정치의 1번지이자 '공화국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르튀르의 기념상이 있는 탁심광장의 정신을 훼손하려는 것이라며 공원 재개발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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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일간신문 후리예트는 3일자 기사에서 에르도안 총리가 이끄는 집권 정의개발당(AKP) 주도로 지난 5월 말 의회가 오후 10시∼오전 6시 주류판매 금지 및 주류광고 금지법을 전격 통과시킨 것도 서구식 생활문화를 규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지적했다. 수도 앙카라에서는 공공장소 내 애정표현 규제 움직임에 저항해 약 200쌍이 지하철역에서 공개적 키스 시위를 벌이는 등 최근 터키에서는 세속주의 대 이슬람주의, 서구식 문화 대 이슬람식 문화 간의 충돌이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제1야당인 공화국민당(CHP)은 "술탄(오스만투르크제국 통치자)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이슬람 정신과 생활문화의 회복을 내세워 권력을 강화하려는 에르도안 총리를 맹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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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위사태가 '아랍의 봄'과 같은 대규모 시위와 정권붕괴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한계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앙카라의 가지대 아흐메트 시그뎀(정치학) 교수는 2일 로이터 등과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시위를 통해 '당신(에르도안 정부)'의 생각과 문화를 내게 강요하지 말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 기사 : 문화일보

- 사진 - 연합뉴스

- 표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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