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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낭 불교사원인 '누워 있는 사원'에 있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와불.>

 

 

페낭을 흔히 인도양의 에메랄드라고 표현한다. 페낭의 아름다운 자연은 에메랄드빛 해변으로 드러나지만 아름다운 진실은 섬의 역사 속에 숨겨져 있다.

섬의 아름다움은 그 해변에 있다. 페낭 대교를 지나서 해안을 따라 가다가 주도 조지타운을 건너뛰면 탄중 붕가, 바투 페링기, 텔루크 바항 등이 마중 나온다. 이 해변들은 유럽 광객이나 휴양객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곳이다. 이곳을 건너뛰면 텔루크 바항에 있는 작은 어촌에서 멍키 비치까지 이어지는 하이킹 코스가 있다. 예전에 누드 비치로 알려진 멍키 비치까지의 하이킹은 절경과 파도의 합창을 동시에 느끼는 해안 산책길이다. 해안에서의 산책이 끝나고 무료하거나 지겨우면, 페낭 전통문화센터에서 공연을 보거나 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 그 가운데 밀림생활의 간접 체험은 페낭 산림공원으로 가면서 직접 체험으로 바뀐다. 그 공원 입구에는 밀림 트레킹 코스를 간판으로 보여주고 있다. 트레킹을 마치면 산림공원 부근에 있는 박물관이나 나비 농장 등을 둘러 보거나 다시 해안을 따라서 하이킹을 할 수 있다. 해양스포츠를 즐기거나 그냥 멍 때리기에 적합한 해변과 그 바다 빛의 아름다운 풍경, 파도소리를 따라서 걷는 하이킹, 밀림 속 트레킹과 그 숲 속의 동식물들이 섬의 아름다운 자연 소에서 이루어진다.

   
페낭 섬의 최북단 무카 곶에 있는 어촌 마을.

이 섬의 역사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조지타운에 산재해 있다. 그 역사로의 여행은 배낭 여행자를 위한 저렴한 숙소와 식당들이 자리잡고 있는 르부 출리아 거리에서 시작하여 반나절 정도 걸린다. 그 시간 동안 여행자들은 220년쯤으로 되돌아 간다. 이 섬은 1786년 영국 동인도 회사가 '프린스 오브 웨일즈'(웨일즈 왕자의 섬)로 명명하면서 기지를 두었다가 1826년에 이르러서는 멜라카 및 싱가포르와 합병되어 (말레이) '해협 식민지'가 되었다. 곧 인도와 중국으로 가는 해상 무역의 거점으로 식민지화된 것이다. 1867년 이후 인도와 중국 간 해상 항로의 기항 무역항으로 번창하면서 중국인, 인도인, 수마트라인, 미얀마인들이 몰려들어 다인종, 다문화 사회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 중심이 조지타운이다. 시 전역에 산재해 있는 유네스코 문화 유산들, 곧 옛 성, 박물관, 성공회 및 가톨릭 교회들, 이슬람, 힌두교, 중국 사원들이 대부분 10분 이내의 거리에 모여 있다.

그 여정의 출발 지점은 콘월리스 성채이다. 성채가 1786년 영국 동인도 회사의 무역상 프랜시스 라이트가 상륙한 곳에 지어진 것이다. 무역상들은 문화와 종교를 함께 가지고 상륙한다. 당시 영국인의 생활 문화는 길을 따라서 여러 채로 연결되어 있는 1층의 점포와 2층의 살림집으로 된 가옥, 숍 하우스에 그대로 남아 있다. 종교는 1818년에 세워진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국교 성공회의 세인트 조지 교회에 남아 있다.

물론 영국 성공회뿐만 아니라 가톨릭은 이미 이 섬에 상륙해 있었다. 아시아 지역에 선교사를 파견하여 교회를 세우고 성직자들을 양성할 목적으로 창설한 파리외방전교회가 1807년 페낭신학교를 설립 운영하고 있었다. 이 신학교에서 1882, 1883, 1884년의 3차례에 걸쳐 조선 신학생 21명이 유학을 했고 대부분 신부의 서품을 받아 선교에 이바지했다. 이 신학원은 한국 가톨릭에 뚜렷한 역사의 흔적을 남겼다. 이 섬에서 가톨릭의 역사는 1786년에 설립된 '성모 승천 교회', 1899년에 설립된 '성령으로 잉태된 교회' 등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가톨릭의 상륙과 거의 비슷한 시기, 거점 무역항이기 때문에 이 섬으로 중국과 인도의 무역상과 주민들이 이입되기 시작되었다. 현재 차이나타운과 리틀인디아 거리를 이루고 있다. 차이나타운은 불교 사원의 역할을 겸한 중국 전통 가옥으로 씨족 단위로 함께 모여 사는 집, 곧 '콩시'로 이루어져 있다. 쿠 콩시 사원, 얍 콩시 사원, 체 콩시 사원 등이 그렇다. 그 가까이는 1880년 중국 광동성, 복건성 사람들이 이주하여 만든, 이 섬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 불교 사원 관음사가 있다. 멀리 페낭 힐 남쪽 자락에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큰 불교 사원 극락사가 있다. 중국 남부지역 이주민들은 불교 사원이나 콩시를 통해서 마을을 이루면서 말레이 주민들과 혼혈로 바바 냐뇨 문화(중국 남성 바바와 말레이 여성 냐뇨 간의 결혼)라는 새로운 혼종 문화를 만들어 현재에 이른다.

   
조지타운 레이트 스트리트의 골목에 있는 야외 술집

차이나타운과 나란히 리틀인디아 거리가 있다. 1800년부터 인도 무역상들은 이슬람교, 힌두교와 함께 상륙했다. 가까운 곳에 1801년 남인도 무역상에 의해서 세워진 이슬람교 사원 카피탄 클링 모스크, 1883년 건립된 힌두교 마하 마리아만 사원이 있다. 뿐만 아니라 거점 무역항이기 때문에 국경지역에 있으면서 서로 분쟁을 일삼았던 국가들인 태국, 미얀마의 인종 및 문화 유입이 자유로웠다. 1803년 당시 버마인들에 의해서 세워진 다하미카라마 버마 사원, 1900년 태국인들이 건립한 세게에서 세 번째로 큰 와불을 모신 '누워 있는 석가 사원'도 있다.

조지타운에서의 반나절은 220여년의 과거로 거슬러 가서는 다인종들의 공존을 둘러보는 것이다. 그 공존의 중심에 이슬람이 있다. 비록 과거에는 시내 중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현재에는 이슬람이 과거의 힌두교 및 불교의 유적들과 함께 있다. 페낭 국립 모스크(이슬람 사원)는 현재 진행형이고, 그 이전부터 있어 왔던 종교적 여정은 이슬람 묘지의 유적지에 묻혀 있다.

이슬람은 힌두교 및 불교와 함께 과거의 역사를 묻고 현재 서로 공존하고 있다. 그 공존은 다인종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서로를 인정함으로써 일상 생활문화를 공유하고 이를 통하여 원주민과 이주민들이 결혼으로 결합하고 그 후세대들은 그 혼종문화를 이어가는 것이다. 현재 다문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는 우리 사회도 백의민족이라는 단일 민족의식을 버릴 수 있을까?


# 싸고 푸짐하고 맛있고 길거리 음식 천국

페낭은 여전히 중국과 인도 간 해상 항로의 기항지이자 무역항이다. 2008년 이후에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도시라는 별을 하나 더 달고 있다. 섬은 자연과 혼종 문화의 역사 그리고 관광 휴양의 명소가 되어 있다. 섬의 먹거리도 풍요롭다. 그것도 포장마차에서 착하고 착한 가격으로. 조지타운 시계탑 근처의 스리 웰드 푸드 코트, 섬 사람들이 밤에 전부 모인 것처럼 붐비는 포장마차 거리 거나 드라이브, 윈스턴 커피 가든를 중심으로 한 안손 포장마차 거리, 바투 페링기 해변의 포장마차 거리 등 크고 작은 포장마차 거리가 곳곳에 있다.

포장마차에도 냐뇨 요리를 비롯해 영국, 중국, 인도, 태국 요리와 그 혼종 요리 등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 사슴고기 스테이크, 풋고추와 향신료를 곁들인 매화볶음밥 핫 워크, 돼지고기를 얇은 피에 말아서 튀긴 로바크, 생선을 통째로 넣어서 익힌 피시 헤드 카레 등은 이 섬에서만 맛 볼 수 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전통 꼬치구이 사테, 전통 볶음밥 나시 고렝, 빙수에 열대 과일과 설탕 시럽을 곁들인 아이스 카상 등도 여행자에게 풍족함을 준다. 거기에 이슬람교도들에게는 금지되어 있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세계 맥주르 곁들이고 공연까지 본다면 여행의 피로는 순식간에 달아나버린다. 여기까지 만족하지 못한다면, 여행자들은 세계 각국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와인 바 '쿠바'로, 갖가지 주류를 마시면서 당구나 오락을 즐길 수 있는 '뮤직 펍 20'으로, 레게 음악만을 고집하고 있는 '레게 클럽' 등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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