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대가야 고분군 2

2015.08.02 08:01

정근태 조회 수:3799







화강암을 박아놓은 길을 따라 마지막 코스를 올라갑니다.





이제 거의 다 올라왔습니다.





멀리보이는 산줄기와 고분들,
그리고 방금 밟고 지나온 길,
다 올라와서 지나온 길을 바라보면 참 멋있습니다.


2015312.JPG


갑자기 산안개가 돌기 시작합니다.





이제부터는 정상에 있는 고분들입니다.





한 때는 한 나라를 호령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누군지도 모르고 그저 숫자로 불리는 고분의 주인이 되어 버렸지요.





게다가 함께 매장된 진귀한 보물들은 다 도굴되어 빈 껍데기만 남아있는 고분들.





이렇게 산 꼭대기에 고분을 만들며 많은 사람들을 노역에 동원했을 텐데,
이제는 그 때 누리던 영화가 피어오르는 산안개가 사라져버리듯 다 사라져 버렸습니다.





명당을 차지하고 누운 가야의 권력자들,
그러나 그 나라조차도 역사의 한 줄로만 남아있고요,





한 사람의 모든 권력과 힘과 영화도 무덤에 묻혀,
육신이 탈육되고 한 줌 흙이 되듯,
다 사라져 버린 매장지.





큰 무덤이나 작은 무덤이나,
무엇이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지금은 그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그저 번호로 불리는 것을요...





이제 올라왔던 길을 다시 걸어 내려갑니다.





애써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야 하는 것이 삶이기도 합니다.





내려오는 길에 대가야 왕릉 전시관이 있습니다.





지산동 44호 고분의 내부를 재현해 놓은 곳입니다.





가운데 무덤의 주인인 듯한 이의 관이 있고,





그 주변으로는 순장된 이들의 자리들,
각종 부장품들이 발굴될 때의 모습으로 전시가 되어 있습니다.
이 지역의 고분들은 대부분 이러한 순장묘의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순장이란 한 집단의 지배층 계급에 속하는 인물이 사망했을 때,
그 사람의 뒤를 따라 강제적으로, 혹은 자발적으로 산 사람을 죽은 사람을 함께 묻는 장법인데요.
죽은 자를 위해 산자가 죽어야 하는 제도,
즉 순장되어야 할 이들에게도 가족이 있었을 것이고,
죽은 자의 곁에 산채로 묻혀야 하는 공포가 어떠했을까?
마음 한쪽이 스산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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