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향

2004.11.14 11:52

정근태 조회 수:5769 추천:32

한글 킹제임스 성경을 읽다가 낯선 단어를 발견했습니다...

(민 24:6) 『그들이 뻗어감이 골짜기들 같고 강가의 동산들 같으며 주께서 심으신 알로에 나무 같고 물가의 백향목들 같도다.』

알로에? 개역 성경에서는 전혀 찿아볼 수 없는 단어였기에, "성경에 알로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나?"하는 의문을 가지고 탐구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개역성경등 다른 번역판들을 찿아보았지요.

(개역) 『그 벌어짐이 골짜기 같고 강 가의 동산 같으며 여호와의 심으신 침향목들 같고 물가의 백향목들 같도다』
(표준) 『계곡처럼 뻗었구나. 강가의 동산 같구나. 주께서 심으신 침향목 같구나. 냇가의 백향목 같구나.』
(공동) 『굽이굽이 뻗은 계곡과 같고 강물을 끼고 꾸며진 동산 같구나. 야훼께서 손수 심으신 느티나무와 같고 물가에서 자라는 송백 같구나.』
(현대인) 『그 천막들이 펼쳐져 있는 모습이 골짜기 같고 강변의 동산 같으며 여호와께서 심으신 침향목 갈고 물가에 심겨진 백향목 같구나.』
(현대어) 『늘어선 골짜기 같고 푸른 초원, 시냇물 끼고 도는 동산과 같다. 여호와 손수 심어 놓아 감미로운 향취 풍기는 느티나무 같고 시냇가에 심어 놓아 은은한 향기 풍겨 내는 송백과 같다.』
(KJV) 『As the valleys are they spread forth, as gardens by the river's side, as the trees of lign aloes which the LORD hath planted, and as cedar trees beside the waters.』
(NKJ) 『Like valleys that stretch out, Like gardens by the riverside, Like aloes planted by the LORD, Like cedars beside the waters.』
(NIV) 『"Like valleys they spread out, like gardens beside a river, like aloes planted by the LORD, like cedars beside the waters.』
(NRS) 『Like palm-groves that stretch far away, like gardens beside a river, like aloes that the LORD has planted, like cedar trees beside the waters.』

위의 결과들을 보고, 일단 이곳에 알로에로 번역된 것이 "침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아 영어성경에는 다 Aloe 로 번역이 되었네?" "그럼 침향이 알로엔가?", "그럼 왜 공동 번역에는 '느티나무'라고 번역했을까?" 이런 의문들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다른 도구들을 사용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성경 주석을 찾아보니,

"침향목 - 주로 인도 지방에서 자생하는 귀한 나무로 높이 3-3. 7m 정도까지 성장한다. 주로 고급 향품의 재료로 사용된다."

라고 간단히 적혀 있었는데, 어쨓든 알로에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인터넷을 뒤져 보았습니다..

침향은 오래전부터 향의 대표로 알려져 왔다. 인도를 비롯하여 동남아시아가 자생지이고 고대이집트, 아랍 및 동북아시아등 세계 고대문명에서는 침향에 대한 기록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오랜시간과 문화 지역간 차이는 있지만 침향이 “모든 향중의 왕”이라는 칭호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역사상 침향은 희소·진귀하여 국왕과 고급관료의 전리품으로 사용되었으며 일반대중들은 접할 기회가 없었다. 침향의 신비한 약효와 미묘한 향기는 국가간 선사하는 최고급 선물이며 개인의 부유와 품격을 상징하는 물품이었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침향(Aquilaria Agallocha Roxb.- A.A.R.)은 서향과 (Thymelaeaceae) 식물중 수지를 함유한 목재로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가 주요 산지이다.
침향수 높이는 30∼40m이며 나무 표면이나 내부에 상처를 입게되면 상처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수지가 자연히 형성된다. 오랜시간후 수지가 일정농도에 다다르면 채취하여 침향으로 되는 것이다. 하지만 상처가 수지형성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니며 침향수 내부나 부폐된 부분에 자연히 형성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침향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목질부분을 제거해 주는 가공작업이 필요하며, 가공한 침향 대부분은 불규칙한 모양을 이루고 있다(덩어리, 편, 모자모양) 침향의 길이는 평균 7∼30㎝, 너비는 1.5∼10㎝ 이지만 때에 따라선 1m이상의 진품도 있다. 좋은 침향은 무겁고 견실하며 윤기가 많고 목질이 없어 연소시에는 기름이 끓는 현상을 볼수가 있다. 그리고 연소전의 수지 본체는 향기가 거의 없다.
침향의 등급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는 수지의 함량이다. 침향수지는 매우 무겁다. 침향원목의 비중이 0.4로 물에 뜨지만 수지함량이 25%를 넘으면 어떤 형태(덩어리,편,가루)의 침향도 침수된다. 침향이라는 명칭도 여기서 유래된다.
일반적으로 침향이 형성되기까지는 수십년이 필요하며, 수지함량이 높은 침향은 수백년까지 소요된다. 예로부터 침향의 공급은 수요에 비해 미비하여 이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침향의 공급은 거의 끊히고 있다.

결국은 원래 위치로 돌아왔습니다.
"침향은 알로에도 느티나무도 아닌 '서향과 식물중 수지를 함유한 목재'를 '침향'이라고 하는구나!"

이런 평범한 결론을 얻으려고........
어쨌든 '침향'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침향이 뭔지 알려고 여기저기 찾다가 보게된 에세이 한편입니다.
필자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소개합니다.

침향

`침향(沈香)' 이란 말을 처음 듣게 된 것은 어느 날의 차회(茶會)였다.
뜻이 통하는 몇몇 사람들이 함께 모여
우리 나라의 전통차인 녹차(綠茶)를 들면서 대화를 나누는 모임이 한 달에 한 번씩 있었다.
차인(茶人) ㅅ선생이 주재하시는 차회(茶會)에 가보니
실내엔 전등 대신 몇 군데 촛불을 켜놓았고 여러 가지 다기(茶器)들이 진열돼 있었다.
ㅅ선생은 끓인 차를 찻잔에 따르기 전
문갑 속에서 창호지로 싼 나무토막 한 개를 소중스러이 꺼내 놓으셨다.
그것은 약간 거무퉤퉤한 빛깔 속으로 반지르 윤기를 띠고 있었다.
마치 관솔가지처럼 보이는 이 나무토막을
ㅅ선생은 양손으로 감싸쥐고 비비시며 말씀해 주셨다.
"이게 침향(沈香)이라는 거요."
나를 포함한 차회 회원들은 그 나무토막을 코로 가져가 향기를 맡아 보았다.
향나무보다 더 깊은 향기가 마음속까지 배여왔다.
"옛 차인들이 끓인 차를 손님에게 권할 때 손에 배인 땀냄새를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이 침향으로 손을 비벼 향긋한 향기를 찻잔에 적신 다음, 권해 드리는 것이라오."
나는 이날, ㅅ선생으로부터 처음으로 `침향'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침향은 땅 속에 파묻힌 나무가 오랜 세월동안 썩지 않고 있다가,
홍수로 인해 땅 위로 솟구치게 된 나무라고 한다.
감나무나 참나무가 1천년 동안 땅 속에 썩지 않은 채로 파묻혀 있다가 땅 위로 솟아오른 것이어서,
그 나무엔 1천년의 심오한 향기가 배어난다는 것이다.
나무가 땅 속에 묻혀서 1천년 동안 썩지 않은 것은,
땅 속이 물기가 많은 곳이었거나, 나무가 미이라가 된 상태일 것이라고 했다.
이 침향은 땅 속에서 오랜 세월이 지날수록 향기를 간직하게 된다고 한다.
침향을 들고서 1천년의 향기를 맡아 보았다.
땅 속에 파묻힌 1천년의 향기가 가슴속으로 흘러 들었다.
이 침향이야말로, 썩지 않는 나무의 사리(舍利)이거나 나무의 영혼일 것만 같았다.
침향에 1천년 침묵의 향내가 묻어났다.
방안의 촛불들이 잠시 파르르 감격에 떠는 듯 했다.
차를 들면서 1천년의 시-공(時-空)이 내 이마와 맞닿는 듯한 느낌이었다.
1천년의 그림자가 찻잔에 잠겨 있었다.
지난 1988년 4월,
경남 창원시 다호리 고분에서 삼한(三韓)시대의 유물이 출토된 일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대형 통나무 목관(木棺)과 붓이 들어 있었다.
2천년 전의 통나무 목관이 거의 원형의 모습으로 나온 것을 보고 감격과 신비감에 사로 잡혔다.
낙동강 유역의 다호리 고분에서 나온 통나무 목관과 붓은
물에 잠긴 진흙 속에 파묻혀 있었기 때문에 썩지 않고 보존될 수가 있었다.
이로써 나무가 땅 속에 파묻혀 2천년 이상 썩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촛불 아래서 침향에 젖은 차를 마셔 보았다.
1천년의 말들을 생각해 보았다. 썩지 않는 나무의 영혼과 말들을 생각해 보았다.
참으로 고요하고 담백하기 만한 차의 맛처럼 1천년이 지나가 버린 것일까.
손바닥만한 나무토막, 모르는 사람이면 눈길조차 주지 않을 보잘 배 없는 것이
1천년 세월을 향기로 품고 있다니,
다시금 손으로 어루만져 보곤 하였다.
나는 가끔 침향을 생각하며 그 향기를 꿈꾼다.
과연 무엇이 1천년 동안 썩지 않고 향기로울 수 있을까.
세월이 지날수록 퇴색되지 않고 더욱 향기로울 수 있단 말인가.
침향이야말로, 영원의 향기가 아닐까.
땅 속에 파묻혀 아무도 모르게 버려졌던 나무토막이 1천년의 향기를 전해주고 있다니,
참으로 신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나의 삶도 한 1백년의 향기쯤 간직할 수 있을까.
땅 속에 파묻힌 듯 침묵으로 다스린 인내와 인격 속이라야만 향기가 밸 수 있으리라.
어쩌면 땅 속에 묻혀 썩을 것이 다 썩고 난 다음, 썩을 것이 없을 때, 비로소 영혼에 향기가 나리라.
나는 꿈 속에서도 가끔 침향을 맡으며 삶 속에 그 향기를 흘려 보내고 싶어한다.
침향을 보배이듯 간직하고 계신 ㅅ선생님이 부럽기만 하다.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차회에 은근히 침향으로 인해 마음이 당겨 참석하곤 한다.
창호지를 벗기고 침향을 만지면, 마음이 황홀해진다.
내 마음을 촛불이 알아 펄럭거리고, 어디선가 달빛 젖은 대금산조 소리가 들려올 듯싶다.
침향이 스민 차 한 잔을 들면, 1천년의 세월도 한순간일 것만 같다.
차향(茶香)에 침향(沈香)을 보태면, 찰나와 1천년이 이마를 맞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운 이여, 조용히 차 끓는 소리. 촛불은 바람도 없이 떠는데,
침향으로 손을 비비고서 마주 보고 한 잔 들어보세.
1천년 침묵의 향기, 세월의 향기가 어떤가. 촛불 아래 차 끓이는 소리-.
침향으로 손 비비는 소리. 코 끝에 스미는 차향과 1천년 침향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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