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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력

2004.11.17 06:55

정근태 조회 수:1051 추천:30

(2002년 9월 17일에 기록한 글입니다.)


저는 엊그제 일요일에 수해 복구 자원 봉사를 다녀왔습니다.
남들은 이제 다 갔다 왔는데, 이제 무슨 자원 봉사냐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은 것 같습니다.

15명이 승합차 두 대에 나누어 타고 도착한 강릉 시내는 이제 정상을 회복해 가는 듯 했습니다.
길거리도 활기를 되찾고 있었고, 수해의 흔적은 거의 사라진 듯 했습니다. 단지 가끔씩 눈에 띄는 언덕에서 무너져내린 토사와, 길가의 흙과 먼지들을 씻어내는 살수차들만이 이곳에 뭔가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광경이었습니다.

그런데 강릉시 외곽으로 나가자 사정은 일변했습니다.
그곳은 그야말로 수마의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곳곳의 도로가 끊어지고, 동네엔 물에 의해 못쓰게된 가재도구들이 군데군데 쌓여있고,
반파된, 혹은 전파된 집들이 을씨년스럽게 서 있었습니다.

도착한 곳은 강릉시 성산면의 에벤에셀 예배소였습니다.
이곳은 비록 예배소이지만, 요양 시설을 겸하고 있어 상당히 큰 집회장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음~ 한 고등학교 교실 정도 크기의 본당이라고 할까요?

문제는 뒷산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교회의 옆벽을 쳤는데,
벽이 그대로 깨어져서 토사가 교회 내부로 흘러들어 상당한 높이로 교회 전체를 채워버렸던 것이지요.
우리 15명과, 동해삼육 고등학교에서 온 자원 봉사 학생들이 함께 그 토사를 치우는 작업을 했습니다.
처음엔 토사였는데, 조금 파들어가니 뻘이었습니다. 물이 괴어서 나갈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하루종일 토사와, 뻘과, 교회 내부에 있던 집기 잔해들을 밖으로 옮겨내는 작업, '삽질'을 했습니다.

왜 이런 이야기만 하냐구요?
생각한 것이 있기 때문이죠.....

무너진 벽이 토사 아래에 묻혀 있었습니다.
넓직한 벽이 그대로 무너져서 토사와 함께 있었지요..
내력벽이 아니라 벽은 무너졌어도 2층은 그냥 서있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그 벽을 보는 순간, "아, 이러니 무너졌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멘트 블록 벽이었는데, 블록을 쌓고, 그 위에 약 1 cm 의 시멘트만이 발라져 있었습니다.
이런 식의 조적(벽돌쌓기)은 종으로 오는 압력, 즉 위에서 누르는 힘에는 강하지만, 횡으로 오는 압력, 즉 옆에서 치거나, 압력을 가하는 데에는 아주 약할 수 밖에 업지요.
그러니 횡으로 가해오는 압력을 이길 수 없었던 거지요...
옆에서 진흙이 압력을 가할 때, 이를 이겨낼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우리의 신앙을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신앙도 내력(耐力;견디어 내는 힘, 다 아시나? ^^;)을 가져야 하지요.
그런데, 이 신앙의 내력은 전방위적인 내력이어야 합니다.
한쪽으로는 아주 강한데, 다른 방향의 내력이 형편없으면,
사단은 항상 그 방향을 즐겨 이용하지요.
그리고는 무너뜨립니다.

"주께서 너희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날에 책망할 것이 없는 자로 끝까지 견고케 하시리라"(고전 1:8)는 약속이 우리의 모든 부분에, 말씀 그대로 성취되는 것을 기대합니다.

어디를 어떻게 쳐도 힘없이 무너지지 않는 신앙인들이 되심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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