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정치단체가 대표적인 종교 악법으로 기독교인들을 위협해 온 신성모독조항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는 정부에 대한 일종의 통첩을 발표했다. “우리는 아시프 자르다리 대통령이 즉시 특별명령권을 발동하여 이 조항을 페지할 것을 촉구한다. 만일 정부가 오는 2009년 9월 15일까지 이 법조항을 페지하지 않는다면 기독교계는 정부를 향한 거센 저항운동에 들어갈 것이다.-파키스탄기독교회의” 이상은 파키스탄 기독교회의의 명의로 발표한 성명의 전문이다.

신성모독조항은 지난 1980년대 이후 몇 차례 수정이 있었지만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악법이다. 이는 신성한 이슬람의 선지자와 경전 등에 대해 말, 행동 등 어떤 표현방식으로든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모독할 경우에 최고 사형까지 처할 수 있다는 법률로 기독교인들에게는 대표적인 악법이다. 당국은 마음에 들지 않는 기독교인들이 있을 경우 사소한 행동과 말까지도 꼬투리를 잡아 신성모독법을 적용하여 중형을 선고하거나 협박을 해 왔다. 기독교인들 입장에서는 이 법에 저촉되는 것은 자칫 죽을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때문에 신성모독법을 들고 위협하면 한없이 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이웃과의 분쟁과 송사를 진행하다가도 상대방이 자신의 사소한 행위를 문제삼아 신성모독 운운하기 시작하면 굴복할 수 밖에 없었고, 이 법조항만 들이대면 여성 신자들을 성폭행하는 것도 가능했다.

파키스탄 기독교회의는 파키스탄의 기독교계와 기독교인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결성된 정치단체이다. 이 단체는 지난 1986년부터 신성모독법을 기독교 사회를 위협하기 위한 폭력수단으로 규정하고 폐지운동을 벌여 왔다. 기독교회의 측은 신성모독이라는 구호만 들이대면 목회자들을 구속하든, 여성들을 성폭행하든, 가옥을 불태우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것이 파키스탄의 현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슬람 신자들이 평소에 못마땅하게 여겨온 기독교인들이 있으면, 신성모독을 빌미로 무슨 짓을 해도 처벌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각종 송사나 분쟁, 시비 등에서 기독교인들은 항상 일방적으로 밀려야만 했다. 그들이 기독교인들을 신성모독혐의자로 경찰에 신고할 경우 경찰은 증거의 유무도 따지지 않고 엄하게 처벌하거나 기소했다. 또 그들이 기독교인들에게 무슨 짓을 하든, 심지어 성폭행을 하고, 폭행을 휘둘러 불구로 만들더라도, 그가 신성모독에 해당하는 일을 했다고 한마디만 하면 증거가 있든 없든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2개월 사이에도 이러한 류의 부당한 폭력 사건이 알려진 것만 4건이다. 지난 7월 29일, 수천 명의 이슬람 신자들이 펀잡주의 기독교인 마을을 공격했다. 이유는 그 마을에 사는 한 가정이 코란을 모독했다는 소문 때문이다. 정말 모독을 했는지, 그리고 분명한 증거가 있는지는 알바 아니다. 소문만 있으면 들이닥쳐 폭력을 휘둘러도 되는 사회구조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60채의 가옥이 파괴되고, 교회 두 곳이 완전히 못쓰게 망가져 버렸다. 이 사건을 조사한 당국도 문제의 마을에서 코란을 모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처벌된 사람은 아직 없다.

8월 1일에는 역시 펀잡주의 고지라 라는 곳에서 이슬람 폭도들이 기독교인 마을을 공격하여 또 다시 50채의 가옥을 불태웠다. 8월 4일에는 공장을 경영하는 기독교인 사업가를 포함하여 공장 관계자 3명이 사망했다. 이 공장에서 일하던 종업원들이 공장주와 그 측근을 공격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사망한 사람들이 기독교인들이고 그들이 코란을 모독했다는 한마디만으로 살인자들은 처벌을 면했다. 8월 10일에는 18세의 사피안 이라는 소년이 펀잡주 구지란왈라시에서 구속되었다. 이 역시 신성모독혐의이지만 증거는 없다.

불과 열흘 정도의 사이에 이러한 일이 연달아 발생하자 국제사회도 동요하기 시작했고 정부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게 되었다. 유수프 라자 길라니 총리는 지난 8월 6일 기독교계 인사들을 만나 정부가 신성모독조상을 재검토하여 파키스탄의 종교 간의 평화 분위기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헌법 전문가들과 소수종교 대표자들, 각 종교 대표자들 등이 모여 신성모독조항이 종교간의 공존의 분위기를 해치고 있는지를 검토하고 개선의 방향을 모색해 보겠다는 것이다.



-푸른섬선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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