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13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이 47살 남성과 억지로 결혼한 8살 여자 어린이의 혼인 무효 소송을 연거푸 기각해 논란을 빚고 있다.

12일 미국 CNN방송 인터넷판에 따르면 소녀의 아버지는 빚을 탕감하기 위해 친한 친구인 47살 남성에게 딸을 강제로 시집보냈다. 이 사실을 안 소녀의 어머니는 지난해 말 법원에 혼인 무효 소송을 냈지만 기각됐다. 소녀의 부모가 별거 상태라 어머니는 소녀의 법적 보호자가 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사건을 맡은 셰이크 하비브 알 하비브 판사는 소녀의 남편에게 ‘소녀가 결혼 적령기가 되기 전에는 성관계를 맺지 않겠다고 서명하라’고 하는 한편, 소녀에게는 사춘기가 된 후 스스로 이혼 소송 제기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소녀의 어머니는 항소를 했고, 사우디 항소법원은 지난달 1심 판결을 깨고 알 하비브 판사에게 재심을 권고했다.

그러나 알 하비브 판사는 최근 재심에서 또다시 결혼 무효 신청을 기각했다.

인권 단체들은 사우디 정부가 어린이의 강제 결혼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엄격한 와하비즘(이슬람 복고주의 운동)을 따르는 사우디 사회는 어린이 결혼에 관대한 편이다. 사우디 최고 종교지도자인 셰이크 압둘 아지즈 알 셰이크는 지난 1월 “10살 소녀도 결혼할 수 있다. 이들 소녀가 너무 어리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며, 소녀를 불공평하게 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츠(HRW)의 크리스토프 윌케는 “4-5달에 한번 꼴로 미성년자 결혼이 보고되고 있다”며 “사우디는 여전히 종교가 법원을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