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주의와 이슬람교

2013.01.11 08:35

정근태 조회 수:5907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의 무슬림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저자 바삼 티비는 이슬람주의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진보주의 이슬람교 학자로 명성이 나 있다. 40여 년간 이슬람문화를 연구한 그는 은퇴하기에 앞서 혼신의 힘을 쏟아 마지막 작품을 내놓았다. 그 결정체가 바로 “이슬람주의와 이슬람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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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주의 이슬람교 학자인 그는 이슬람 세계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도피생활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던 외로운 길을 걸어왔다. 그렇게 40여 년간 연구한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기까지도 쉽지 않았다. 예일 대학에서 책을 집필하고 탈고한 후에 두 차례에 걸쳐 전문가 여덟 명이 검토하고 네 차례의 편집과정을 거쳐 최종 통과됐다. 예일 대학 출판부는 다시 세 명의 검토자를 선정해 몇 차례의 원고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민감한 주제임에 그 같은 과정이 있어졌다고 저자는 말하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책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는 그만큼 간절히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목표가 있었을 것이다.

 

그가 이 책을 통해 가장 역설하는 점은 이슬람교 신앙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슬람교의 종교성을 도입한 이슬람주의의 종교화된 정치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슬람권 밖의 사람들이 이슬람교와 이슬람주의를 동일한 것으로 보는 까닭은 이슬람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이념의 뿌리가 이슬람교라고 확신하며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삼 티비는 이슬람주의자들이 이슬람교를 순수한 종교로 보지 않고 정치적으로 해석해 신정정치를 실현하는 것이 무슬림의 사명으로 간주하고 17억 무슬림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선동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다시 말해 이슬람주의는 국가질서를 위한 정치적 수단에 불과하고 이슬람교는 그런 것과는 상관없는 무슬림의 생활양식과 세계관을 규정하는 문화적, 종교적 제도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슬람주의를 반대하는 무슬림으로서 다양한 문화와 종교 안에서 이슬람교가 새로이 인식돼야 함을 주장한다. 진보주의 무슬림으로서 그는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를 표방하는 이슬람주의의 전체주의적 외관은 반유대주의와 관계가 깊으며, 이슬람주의자들이 무슬림과 비무슬림의 양극화를 부추길 뿐 아니라 이슬람 공동체의 내분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슬람주의자들이 자살테러 등 폭력으로 세계를 위협하는 데도 영향력 있는 서양 학자와 정치가들은 이슬람교와 이슬람주의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동 이슬람 세계에 대한 정책을 펴고 있어 현재 이슬람교가 문명의 충돌 혹은 문명의 위기에 분수령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슬람주의와 이슬람교에 관한 무지는 서양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예외라 할 수 없는데 이는 17억 인구를 가진 이슬람 세계에 대한 우리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정책에도 큰 혼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저자는 경계한다. 우리는 종교로서의 이슬람교는 존중해야 하나, 종교를 빙자해 정치적 목적을 무력으로 달성하려는 이슬람주의자들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종교가 종교화된 정치의 탈을 쓰고 공공영역에 귀환한 것은 이슬람교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범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슬람교의 이데올로기는 여느 종교적 원리주의보다 세계의 정치에 중요하다. 전통적인 보편주의를 종교적 토대 위에 제기된 새로운 국제주의로 옮기는 데 이슬람주의가 다른 원리주의보다 더 공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슬람주의자들은, 9・11테러 사태 이후 에드워드 사이드가 그랬던 것처럼 “발광하는 폭력배”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슬람주의는 팔레스타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릇된 서양식 정치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신세계질서를 추구하는 세력이다. 이는 아랍 및 이슬람세계의 구조적・규범적 위기에 매우 깊이 내재되어 있다.” -2장 이슬람주의와 정치질서 p86


바삼 티비 지음 / 知와 사랑 펴냄

 

천지일보=고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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