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과 다문화

2012.02.27 20:08

정근태 조회 수:11051

채인택님이 쓴 "코란과 다문화"라는 글이 [중앙 선데이]에 실렸습니다.
코란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한국에서는 읽어둘 만한 글이라 생각됩니다.
다음은 기사 전문입니다.


"이슬람 성전(聖典)인 코란(국내 무슬림은 쿠란으로 표기)이 무슬림(이슬람 신자)에게 주는 의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들에게 코란은 곧 신의 말씀이다. 이슬람을 창시한 예언자 마호메트(무함마드로 표기)가 23년간 전달받은 유일신 알라(하나님으로 표기)의 말씀을 기록한 것이기 때문이다. 7세기에 정리한 뒤 지금까지 한 글자도 변함없이 내려오는 신성한 경전이다.무슬림에게 마호메트는 아담-아브라함-모세-다윗-예수의 계보를 잇는 신의 마지막 예언자(사도)다. 그가 알라의 말씀을 전달받았기에 예언자로 여기는 것이다. 무슬림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되뇌는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은 없습니다. 무함마드는 그분의 사도입니다”라는 신앙고백에 그의 이름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마호메트의 언행을 기록한 하디스와 초기 신자들의 기록을 모은 사하바는 코란의 주석서일 뿐이다. 신은 아랍어로 계시를 전했으므로 다른 언어로 번역된 것은 코란이 아닌 외국어 주석서로 여긴다. 그만큼 코란의 의미는 각별하다.무슬림의 의무인 신앙고백, 기도, 라마단 단식, 하지(성지 메카 순례)는 모두 코란과 직접 관련돼 있다. 기도 때는 당연히 코란 구절을 암송한다. 이슬람 달력으로 아홉 번째 달인 라마단에 무슬림들이 단식하며 신에 대한 겸손과 복종을 되새기는 이유는 마호메트가 기원 610년 바로 그달에 메카 근처 누르 산에 있는 히라 동굴에서 대천사 지브릴(가브리엘의 아랍어 표현)을 통해 계시를 처음 받았기 때문이다. 히라 동굴은 하지 때 무슬림들이 반드시 둘러보는 성지다.이슬람 세계의 전통 교육은 대개 코란으로 이뤄진다. 8만여 단어, 33만여 글자로 이뤄진 코란을 통째로 암기해 ‘하피즈’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받은 사람이 이슬람 세계에는 수두룩하다. 그러므로 코란은 곧 이슬람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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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보니 일부에선 코란의 내용과 종이·양피지로 만든 인쇄물·필사본인 코란 책을 구분하지 않고 신성시한다. 낡은 코란은 깨끗한 물에 흘려 보내거나 땅에 묻게 한다. 경건한 장소에 보관하기도 한다. 이 덕분에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일부 지역에선 수백 년 전 사막에 묻어둔 코란을 찾는 보물찾기를 하기도 한다. 깨끗한 장소에서 소각하는 것도 허용한다고 한다.최근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도서관에 있던 ‘이슬람 불온서적’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멀쩡한 코란도 함께 불태우다 외부에 알려지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현지 미군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즉각 의도적인 게 아니라고 사과했지만 주민들은 “신성모독”이라 주장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여 희생자들을 낳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친미 정권까지 항의했다. 항의 시위는 말레이시아 등 다른 이슬람 국가로 확산되고 있다. 정황으로 보면 코란 소각 자체가 아니라 문화적 상호 몰이해가 빚은 사건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양한 문화와 종교, 사람과 주장에 대한 이해심은 다문화로 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도 필수불가결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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