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올해도 뜨겁다

2012.01.02 16:03

정근태 조회 수:4984

경향신문에 게제된 한양대 이희수 교수의 글입니다.


 

 "중동은 새해에도 글로벌 이슈의 중심에 서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계속되는 민주화 시위로 인한 아랍 정치지형의 지각변동,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신청과 화려한 국제무대 등장,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시나리오, 미군 철수 이후의 이라크 향방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군 계획 등 현안들이 2012년을 기다리고 있다. 나아가 아랍 세계는 반미 투쟁 일변도의 극단적 이슬람원리주의 정치세력의 약화와 함께 아랍의 자긍심 회복, 새로운 무슬림 정체성 모색, 존중받는 국제관계를 지향하는 이슬람식 민주주의라는 정치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20120102.01400130000003.01S.jpg  이희수 교수/한양대 중동학

우선 2월21일로 예정된 예멘 대선과 6월의 이집트 대선이 중동 민주화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아랍 민주화 시위는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군사정권을 차례로 종식시키고 시리아와 예멘의 독재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선거를 통한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독재타도 이후의 아랍의 변화다. 이미 온건 이슬람 정치세력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아랍의 독재정권들이 미국의 보호막 속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유지한 과거 정치에 대한 국민적 저항의 표출로 보인다. 그렇지만 서구에 무조건 반대하던 이슬람이 아닌 협력의 길을 선호하는 이슬람식 민주주의를 향한 적극적인 몸짓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21세기를 전쟁으로 열었던 미국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침략전쟁도 모두 실패로 귀결됐다. 작년 12월18일자로 미군은 공식적으로 이라크에서 철수했다. 고별연설을 한 미국 국방장관 리언 페네타는 수십만명의 인명살상과 삶의 기반을 초토화시킨 잘못된 전쟁에 대한 언급이나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떠났다. 이제는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이라크 국민들 스스로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야 한다. 전후 복구와 수백만의 난민귀환, 수니와 시아파 간의 극에 달한 종파적 갈등까지 극복해야 한다. 2012년 말까지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철수를 공언했다. 12년의 전쟁 끝에 역시 수많은 인명피해와 사회간접자본의 초토화, 종족-종파 간 증오와 분열이라는 선물만 남겨주고 떠날 것이다. 대테러전쟁의 희생양으로 삼았던 탈레반과는 이제 와서 권력분점을 통해 협력을 모색하는 역설적인 비밀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공격설로 걸프해가 다시 초긴장상태에 돌입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장차 핵무기로 전환될 수 있다는 가정을 근거로 해서 한 주권국가의 국제법적 정당성을 철저하게 부정하고 있다. 북한과 달리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충실히 받으며, 핵확산금지조약에도 일찌감치 가입해 국제적인 공조와 평화적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이 가능한데도 미국은 ‘악의 축’ 제거라는 패권주의적 발상으로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당장은 경제제재 강화로 이란의 목을 죄고 있지만, 오히려 코너에 몰린 이란의 핵 개발을 도와주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국제여론도 높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유엔 정회원국 가입신청으로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인했고, 작년 10월31일 107개국의 찬성으로 유네스코 정회원국이 됨으로써 정식으로 국제무대에 등장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대로 유엔 정회원국 지위는 얻지 못했지만, 앞으로 유엔 산하 16개 기구에 차례로 가입함으로써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과 점령지 철수, 불법인권유린 등에서 국제사회의 협력을 얻게 됐다. 

중동에서 미국은 신뢰를 상실했다. 반면 한국은 중동에서 가장 사랑받고 배우고 싶은 롤 모델로 우뚝 서 있다. 워싱턴하고만 통하면 만병통치처럼 생각해온 우리 외교의 근원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다. 11월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의 재선과 새로운 아랍 지도자의 등장으로 중동이 평화와 화해의 길로 접어들지, 걸프해의 전운으로 또 다른 화약고가 될지 2012년의 관심도 역시 중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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