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진하는 아프리카의 극단 이슬람

2013.01.24 08:52

정근태 조회 수:5250

'아랍의 봄' 결과로 부활한 알 카에다, 사하라 사막 건너 말리 분쟁 부추겨
이슬람 대 기독교… 전통 종교와 갈등… 아프리카, 새로운 테러 戰場 될 수도

 

 

2010~2011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은 이집트, 리비아, 예멘을 거쳐 동진(東進)하면서 오랜 독재 정권을 차례로 무너뜨렸다. 아랍 시민들은 고무돼, 곧 도래할 평화로운 민주주의를 꿈꾸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독재자는 물러났지만 오히려 알 카에다가 부활했다. 아랍의 봄이 가져다준 아이러니다. 그리고 부활한 테러리즘은 아프리카 내륙으로 방향을 틀었다. 북아프리카를 거점으로 하는 알 카에다 마그레브 지부(AQIM)가 사하라 사막을 건너 남진(南進)하고 있다. 말리는 그 첫 무대가 되었다.

사하라 이남에서 가장 평화롭고 온건한 이슬람 국가인 말리에서 먼저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리비아에서 넘어온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주도하는 말리의 반정부 이슬람 운동 '안사르 디네(Ansar Dine)'가 위기의 발단이다. 이들은 갈등을 획책하면서 북부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분리·독립운동인 '아자와드(Azawad) 해방 국민운동'과 손을 잡았다. 이 극단 세력은 평온하게 살던 북부 말리의 유목민 투아레그족에게 저항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인구의 90%가 이슬람 신비주의 종파 수피즘을 신봉하는 말리의 이슬람 전통을 이단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보수주의 정통 이슬람인 와하비즘에 근거한 신정(神政)국가를 건설하자며 유목 민족을 부추기고 나섰다. 위협을 느낀 말리 정부는 프랑스에 도움을 청했다. 이 지역의 테러리즘 발호를 우려한 프랑스는 전투기와 무장 헬기를 동원, 말리 반군 거점을 맹폭격했다.

말리의 불안한 정정(政情)은 인근 국가들을 긴장시켰다. 이슬람 세력이 샤리아(이슬람법)에 근거한 혁명을 확산시킬까 우려하고 있다. 니제르·차드·나이지리아 등에서 이슬람 테러 집단이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말리 반군을 소탕하기 위해 나이지리아를 중심으로 인근 국가들이 파병을 시작했다. 내전이 국제 분쟁으로 심화하는 국면이다. 프랑스의 개입을 비롯, 말리 분쟁의 확산은 인근에 퍼져있는 호전적인 이슬람 세력을 자극했다. 알제리 가스전의 대형 인질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알제리 인질극을 주도한 모크타르 벨모크타르 역시 최근까지 알 카에다 소속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와 완연히 다른 지정학적 구도를 보여준다. 빈 라덴 사살 이후 거의 궤멸한 것으로 알았던 알 카에다의 부활도 놀라운데, 이 이슬람 극단 세력들이 아프리카 내륙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조짐을 볼 수 있다.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근본주의 집단인 보코 하람은 이미 알 카에다와 밀접하게 연대하고 있다. 해적의 본거지인 소말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집단 알 샤밥도 마찬가지다.

이런 아프리카 내륙 정치 지형의 변화는 험난한 미래를 예견케 한다. 나이지리아나 수단에서 보듯 아프리카 남부의 기독교 세력과 북부에서 밀고 내려오는 이슬람 테러 세력 간 충돌은 필연적으로 보인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충돌이라는 문명 갈등의 장(場)이 아프리카에서 다시 펼쳐질지 모른다. 그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내륙 각 부족의 전통적 종교나 애니미즘을 구실로 이슬람 극단 세력은 다양한 형태의 갈등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빈번한 정치 변동과 만성적 종족 분쟁 때문에 취약한 아프리카 내륙 국가들은 조직화된 연계망을 가진 이슬람 테러 집단의 침투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힘들다. 더욱이 서방과 밀접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중동과 달리 아프리카에 대한 국제사회 개입의 여지는 크지 않다. 이 경우 아프리카는 과거 아프가니스탄 같은 테러리즘의 온상으로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이 있다. '미지의 대륙,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가 자칫 '분쟁과 테러의 전장(戰場)'이 될까 두렵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중동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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