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결혼식

2009.07.14 17:09

정근태 조회 수:4821 추천:47





'순교자' 남편 보내고 시동생과...

  

지난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아주 특별한 합동결혼식이 열렸습니다.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강경 무장정파 하마스가 주선한 결혼식으로 신랑, 신부 100쌍이 참가했는데, 신부 100명 대부분이 애가 딸린 미망인이라는 점이 여느 결혼식과는 다른 특징이라고 하겠습니다.

신부들은 모두 지난 1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때 남편들이 맞서 싸우다 숨진 이른바 '순교자'들의 아내들입니다.
가장인 남편을 잃고 자녀들과 함께 생활고에 빠진 여성들을 위해 하마스가 나서 새로운 짝을 찾아준 것입니다.

이는 이슬람 포교 초기 잦은 정복전쟁을 통해 전사자가 양산되자 남은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뜻에서 도입된 전통으로, 비 이슬람권이 야만시하는 이슬람권의 1부 다처제 역시 남성들의 호색에서 비롯됐다기 보다는 이같은 구호차원의 고려가 더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식 아내만 10여 명을 둔 것으로 알려진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 역시 첫번째 아내 (비록 부자였지만)를 포함해 다수의 아내가 과부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네 정서로 이해하기 힘든 대목은 바로 가자의 미망인들이 새로 맞은 신랑들이 거의 대부분 숨진 남편의 시동생들이란 점일 것입니다.
우리 고대국가 일부에서도 행해졌던 <형사취수>의 관습을 연상케 하는 일인데 이 또한 사촌간 결혼이 당연시되는 이쪽 동네의 전통상 그리 흉잡힐 일이 아닌듯 합니다.

하마스는 이번에 미망인과 그 자녀를 새 식구로 맞은 신랑들에게 1인당 미화 3천 달러, 우리 돈 4백만원 가량을 지급하며 새출발을 도왔다고 합니다.
신랑이 될 자격 조건도 나름 엄격히 마련해 신앙심과 도덕성이 투철하고 새 식구들을 추가로 수용할 만한 크기의 집을 가진 자에 한했다고 하니 이스라엘의 맹폭으로 거의 전역이 초토화된 가자지구 형편상 신랑 후보감 찾기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같은 조상을 두고도 땅을 놓고 철천지 원수가 돼 60년 넘게 싸움을 그치지 않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다 보니 옛날 얘기인줄만 알았던 특별한 풍습이 오늘날에도 재현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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