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베아트릭스 여왕이 이틀 간의 일정으로 브루나이를 방문했다. 두 나라 사이의 경제관계 확대를 위한 방문이다. 그러나 브루나이는 최근 소수의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왕의 방문이 자칫 브루나이의 신앙탄압에 일종의 면죄부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 부군인 일렘 알렉산더와 아들인 막씨마 왕자, 그리고 몇몇 네덜란드 기업의 경영진과 함께 방문한 여왕은 국왕인 술탄 하사날 보이키아 회담도 가졌다. 브루나이 술탄은 올해 66세로 세계에서 가장 부자로도 알려져 있다.

이번 방문이 이루어진 것은 네덜란드의 몇몇 석유기업이 원유생산량이 풍부한 산유국인 브루나이의 원유 채굴과 정유 사업에 진출을 하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유럽의 여러 인권기관의 바램과는 달리, 여왕일행이 브루나이의 인권과 신앙의 자유 문제를 조금이라도 거론할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현실을 외면한 찬사만 나열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여왕의 방문이 비판을 받는 것은 바로 얼마 전에, 술탄이 이슬람율법을 그대로 담는 형법 개정을 천명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는 소수의 기독교인들에게 치명적인 독소법률이 될 것이 분명하다.

입법 일정은 정확하게 확정되어 있지는 않다. 또 브루나이의 의회는 국왕의 거수기 정도의 역할 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야당의 반대도 미미하다. 참고로 브루나이는 1980년대 중반, 의회를 폐지했다가 2004년에야 다시 열었고, 그 역할은 형식적인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현재의 상황도 교회에 매우 적대적이다. 교회는 반드시 당국에 등록해야 하지만, 실제로 등록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소수의 등록교회도 당국에 의해 면밀하게 감시 당하고, 예배 현장에는 반드시 정부관리나 정보원들이 법률에 의해 참석하여 감시한다. 불신자들에 대한 전도도 금지되고, 이슬람 신자들의 개종도 금지된다.

이러한 엄격한 조항을 교회가 위반할 경우 교회는 폐쇄되고 목사 등 관계자들은 투옥되기 일쑤이다. 이러한 제약 때문에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극소수의 용감한 신자들은 마을과 사회로부터 고립될 수 밖에 없다. 일터에서 차별 받거나 승진에 제약을 받는 것은 물론 해고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고, 공무원 등 공공직에 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40만 명 가량의 브루나이 국민들은 기독교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 조차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다. 심지어 해외 기독교 기관에서 세운 학교들조차도 학교 안에서 성경 교육은 물론 기독교라는 종교의 존재 사실 조차 학생들에게 이야기할 수 없다.

술탄이 1991년, 브루나이의 국체를 이슬람왕국으로 선포한 이래 헌법에 의해 국왕은 이슬람 신앙의 수호자로 규정되어 있다. 다만 브루나이에 거주하는 일부 화교들 사이에서만 이슬람이 아닌 다른 신앙이 가능하며, 그 안에는 약간의 기독교인이 제한적인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원주민계나 말레이계 주민들을 상대로 종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형사적 범죄로 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이슬람율법 요소를 형법에 크게 강화한다면, 현지의 교회의 상황은 질식의 수준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 푸른섬선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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