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이슬람의 라마단에 관한 기사가 났습니다.

다음은 기사 전문입니다.

 

이슬람의 성월이자 금식월인 '라마단(Ramadan)'이 지난 20일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의 아홉 번째 달을 뜻하는 말로 이 기간 이슬람교도(이하 무슬림)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 음식을 먹을 수 없다. 물조차 마실 수 없다. 9월은 인류가 이슬람을 처음 알게 된 달로 무슬림에게 가장 중요하고 성스러운 달로 여겨진다. 태음력인 이슬람력의 1년은 355일이기 때문에 라마단은 해마다 10일씩 앞당겨진다.

 

20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위치한 '서울중앙서원'은 어느 때보다 분주해 보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하얀 전통의상을 차려 입은 파키스탄인, 화려한 두건을 머리에 두른 사우디아라비아인 등 다양한 복장을 한 무슬림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한국인 무슬림들이 음식을 마련하느라 사원 뒷마당을 바쁘게 오갔다. 커다란 눈망울을 지닌 무슬림 어린이들은 서로 장난을 치며 천진난만하게 사원 주변을 뛰어다녔다. 사원을 구경하기 위해 찾은 한국인 관광객들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15시간 금식 후 첫 끼는 대추야자로

 

라마단 기간에 무슬림은 해가 진 저녁시간 동안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단식을 행하고 처음 먹는 음식을 '아프따르'라고 하는데 보통 물과 대추야자를 먹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후 7시 50분 무렵, 아프따르를 기다리며 사원에 모여 앉은 이들은 제법 긴장돼 보였다. 몇몇 한국인 무슬림들은 "기대된다"는 소리를 연발하며 몇 번이고 휴대폰 시계를 들여다봤다. 50분이 조금 지났을 무렵, 아프따르를 알리는 신호가 크게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앞에 놓인 대추야자와 물을 마시며 마침내 약 15시간의 공복을 깨는 첫 식사를 나눴다.

평소 무슬림은 하루에 다섯 번 정해진 시간에 기도를 해야 한다. 라마단 기간 동안에는 다섯 번의 의무 예배 외에도 '타라위흐'라고 불리는 특별 예배를 한다. 일반적인 기도는 보통 5분에서 10분 정도 소요되지만 타라위흐의 경우 한 시간에서 두 시간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라마단은 단지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것 외에 자신의 모든 언행을 절제하는 기간이다. 따라서 단식 중에는 흡연이나 욕설, 성관계 등을 삼가고 더 많은 기도를 하며 수행해야 한다.

1999년 입교한 뒤 올해로 열네 번째 라마단을 맞은 한국인 무슬림 심성오(37. 서울시 양재동)씨도 라마단 첫날을 기념하기 위해 서원을 찾았다. 모로코 출신의 아내와 두 명의 아이들도 함께였다. 그는 "라마단이야말로 정신을 가장 맑게 해주는 달"이라고 말했다.

"라마단은 느슨해진 신앙을 다시 추수를 수 있는 달이에요. 또 지친 몸과 정신을 재충전 할 수 있는 달이기도 합니다. 단식이 그렇게 힘들진 않아요. 요령이 있는데 동트기 전에 일어나서 음식을 좀 먹어두고 다시 한 두 시간 잔 뒤 일어나면 버티는 게 그리 어렵진 않습니다. 오히려 배고픈 상태를 경험하면서 '나눔'에 대해 더 생각해볼 수 있죠."

라마단은 배고픔과 갈증을 직접 체험하면서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무슬림은 라마단 기간에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등 자선 활동에 힘쓴다. 일부 이슬람 식당들은 단식 후 첫 식사 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 무슬림은 수입 중 생계비를 제외한 잉여금의 2.5%를 가난한 사람을 위해 기부하는 것을 의무로 하는데, 라마단이 끝난 후 단식으로 절약한 금액을 보태 기부하기도 한다.

무슬림은 남녀의 활동을 철저히 구별한다. 기도는 물론 식사도 각자 다른 공간에서 해야 한다. 성인 남녀의 경우 부부가 아닌 이상 신체 접촉이 금지돼 있다. 물론 인사 표시로 악수도 할 수 없다. 사원 뒤편에 따로 마련된 여성 공간에는 무슬림 여성들과 아이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히잡(이슬람식 머리 수건)을 쓴 한국인 무슬림 이형원(24)씨는 "입교하고 첫 번째로 맞는 라마단인데 단식을 할 수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씨와 같은 생리 중 여성, 임신부, 어린이, 환자와 노인 등은 라마단 기간에 단식이 면제된다. 그러나 정상 상태가 되면 다음 라마단이 돌아오기 전까지 빠뜨린 단식 일수만큼 보충해야 한다.

 

배고픔도 함께 나누는 무슬림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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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원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무슬림들이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무더위 속에서 물 한 모금 먹지 못한 채 기도를 해야 하는 무슬림은 지칠 법도 하건만 피곤한 기색보다 대부분 즐거워 보였다. 오후 9시 40분 무렵, 밤이 내렸지만 사원은 여전히 라마단 특별 예배를 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사원에서 나눠준 음식으로 배를 채운 이들은 종전보다 활기찬 모습이었다. 2년 전 입교해 두 번째 라마단을 맞은 이정훈(20. 남)씨도 계단을 서성이며 예배 알림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는 1년 중 라마단이 가장 즐거운 달이에요. 굶는 건 사실 생각보다 많이 안 힘들어요. 밥 한 끼 안 먹는다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뭐. 물론 물을 못 마시는 건 좀 힘들지만... 그래도 전 라마단 때가 제일 좋아요. 정신도 맑아지고 다함께 더 많이 나눌 수 있죠. 여기 사람들한테 한 번 다 물어보세요. 라마단이 가장 신나는 달이라고 대답할 걸요!"

라마단이 끝나고 이슬람력의 열 번째 달이 시작되는 날, 또 다른 축제 '이둘 피뜨르'가 열린다. 무슬림은 라마단을 무사히 마친 것을 함께 축하하고 약 3일간 서로 음식과 선물을 나누며 축제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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