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아랍 민주화 운동의 영향으로 이집트는 장기 군부독재정권을 타도하고 민주주의 정권을 창출했다. 하지만 새 정권은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대다수 이집트인들이 원했던 형태가 아니라 이슬람주의를 주창하는 정권이었다. 그 중심에는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과 무슬림형제단(MB), 자유정의당(FJP)이 있었다.

 

30일은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1년 동안 이집트는 4900여 차례 파업과 22차례의 대규모 시위 등 수많은 정치·사회적 혼란을 겪었다.

이집트 정치와 사회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주체는 이슬람 세력과 세속주의 세력, 군부다. 내부의 역학구도는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의 대립, 이슬람 세력과 군부의 갈등, 기득권 세력과 일반 대중의 갈등으로 형성돼 있다. 30일 대규모 시위를 주도한 세력은 지난 4월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타마르루드’(Tamarrud) 운동이다. 이는 무르시 정권에 대한 불신임, 불복종 운동으로서 세속주의 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운동은 지난 대선 후보자였던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등 야권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운동은 무르시 대통령의 하야와 조기 대통령 선거를 요구하고 있으며, 1500만명 이상의 지지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반면 친 무르시 지지자들은 6월부터 ‘타자르루드’(Tajarrud)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공평과 공명정대, 합법성을 주장하는 운동으로 이슬람주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운동은 무르시 대통령이 민주적 절차에 의해 합법적으로 당선됐기 때문에 반(反)무르시 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반헌법적이고, 미국과 시온주의자(유대 민족주의자)들의 사주를 받은 무모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대중들은 지난 30년 동안 축적됐던 부패와 타락을 해소하기 위해 1년은 너무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4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치적으로 1년 만에 무르시를 몰아내면 더 큰 혼란이 닥쳐 이집트의 정치는 더 큰 수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양 진영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30일 반정부 시위 이후 이집트 사회의 미래가 여전히 불안한 것은 이슬람주의자들과 세속주의자들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계속 대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군부는 위기 때마다 정치에 개입할 공산이 크고, 이슬람은 이집트의 전통적·현대적 가치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84 세속주의의 역습 … 중동 덮치던 이슬람 물결 급제동 file 정근태 2013.07.19 4023 0
183 말레이시아, "이슬람 개종은 쉽게 타 종교는 어렵게" 법 정근태 2013.07.18 3628 0
182 한국이슬람교, '할랄인증' 발급기관 됐다 정근태 2013.07.12 3888 0
181 농심 '할랄 辛라면' 이슬람 공략 성공 file 정근태 2013.07.09 5614 0
180 시민혁명 + 쿠데타 … 아랍의 봄 다시 표류 file 정근태 2013.07.05 4437 0
» 이슬람·세속주의 충돌… 군부 개입이 관건 정근태 2013.07.02 3625 0
178 <16> 마지막 여정, 롬복과 길리 - 민병욱의 이슬람에게 공존을 묻다. file 정근태 2013.06.11 4854 0
177 <15>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로 - 민병욱의 이슬람에게 공존을 묻다. file 정근태 2013.06.06 7113 0
176 터키 격렬시위 뿌리는.. '세속주의 vs 이슬람주의' 충돌 file 정근태 2013.06.04 6692 0
175 <14> 페낭에서 과거로 느리게 걷다 - 민병욱의 이슬람에게 공존을 묻다 file 정근태 2013.05.30 5230 0
174 <13> 말레이시아의 첫 도시 멜라카 - 민병욱의 이슬람에게 공존을 묻다. file 정근태 2013.05.26 5704 0
173 <12> 터키 여정, 신화 속의 미래를 헤매다. - 민병욱의 이슬람에게 공존을 묻다. file 정근태 2013.05.22 5209 0
172 <11>주말르크즉 마을 고양이를 보며 모순의 공존을 생각하다 - 민병욱의 이슬람에게 공존을 묻다 file 정근태 2013.05.20 4573 0
171 <10> 부르사, 신의 축복이 이교도에게도 널리 베풀어지길 - 민병욱의 이슬람에게 공존을 묻다 . file 정근태 2013.05.12 4304 0
170 <9> 쇠케, 도시국가에서 제한적 민주주의를 보다. - 민병욱의 이슬람에게 공존을 묻다 file 정근태 2013.05.01 4932 0
169 <8>터키 에페소, 성지순례를 하면서 인간의 길을 물어 보다.-민병욱의 이슬람에게 공존을 묻다. file 정근태 2013.04.29 5080 0
168 사우디, 주말 '목·금→금·토' 변경 추진 정근태 2013.04.26 4722 0
167 <7>터키 쿠샤다스, 분쟁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다-민병욱의 이슬람에게 공존을 묻다. file 정근태 2013.04.18 6996 0
166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자전거 탑승이 허용되다 정근태 2013.04.16 5401 0
165 <6> 터키 파묵칼레, 자연의 축제속에서 사회적 통제에 묶이다. - 민병욱의 이슬람에게 공존을 묻다. file 정근태 2013.04.11 6070 0

SITE LO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