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불교-이슬람교, 왕조가 바뀌어도 문화는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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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세기 무렵 건립된 프람바난 사원. 현존하는 인도네시아 최대의 시바 신전이다.>

 

인도네시아어로 '평화의 마을'을 뜻하는 욕야카르타는 자바 섬 중남부에 위치해 있으며, 자바 전통 문화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시이다. 자바 섬에는 기원 초부터 외래인들이 도래하여 인도계 왕조, 힌두교계 왕조, 대승불교계 왕조, 이슬람 왕국 등이 건립되었다가 20세기 전반 네덜란드의 통치를 끝으로 공화국을 수립하여 현재에 이른다. 자바 섬의 역사 유적을 순례하는 것은 욕야카르타에서 시작한다.

 

그 유적을 찾아서 시내로 들어가면 처음 만나는 것은 자바의 전통 문화이다. 소노부도요 박물관은 네덜란드인에 의해서 자바 양식으로 건축된 것으로 신석기 시대 토기에서부터 8~10세기 유물과 전통 인형극 와양의 인형들, 전통 기악 합주 가믈란에서 사용하는 악기들 그리고 바틱으로 채색된 천과 카페트 등이 전시되어 있다.

   
대승불교가 국교였던 시대에 세워진 보로부드로 사원. 자바 불교예술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건축물로, 199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와양, 가믈란, 바틱은 자바문화의 핵심이다. 와양은 조정자 한 사람이 음악 반주에 맞추어 이야기 줄거리를 말하면서 여러 역할을 하는 전통 그림자 인형극이다. 고대 인도 서사시 '라마야나'이며, 인도 비슈누의 화신 라마 왕자가 마왕 라바나에게 빼앗긴 부인 시타를 다시 찾아오는 과정의 사랑과 모험을 그린 것이다. 가믈란은 자바와 발리에만 있는 토착 기악 합주로서 우리 꽹과리에 해당하는 공과 나무망치로 치는 조율악기, 선율 타악기, 여러 종류의 금속막대 울림악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틱은 밀랍으로 천에 모양을 그려서 식힌 다음 눌려서 무늬를 물들이는 염색법이다. 이곳에 있는 바틱 중앙연구소는 그 제작과정을 보여 주고 광객들에게 직접 체험하게 하기도 한다.

박물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크라톤 왕궁과 물의 궁전 따만 싸리가 있다. 왕궁의 이름은 이슬람 3대 종교축제의 하나인 그레벡 솔로에서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크라톤에서 유래한다. 그레벡 솔로는 일 년에 세 번 개최된다. 첫 행사는 자바 달력으로 수로달(정월)의 첫 날 이슬람 왕실에서 전해내려오는 전통의식 수난 솔로이다. 두 번째 큰 행사는 모하메드의 탄생을 기념하는 축제와 같이하는 그레벡 마우루드이다.

세 번째 행사는 일주일 동안 밤낮으로 계속되는 가믈란 악단의 연주와 한 달 동안 열리는 바자회, 곧 세카텐 솔로이다. 왕궁은 술탄과 이슬람교의 중심 역할을 한다. 술탄은 현재에도 남아 있다. 비록 명예직이긴 하지만, 술탄은 세속이 아니라 직접 선거에 의해서 선출된다. 현재 술탄 하멩쿠부워노 10세도 직접 선거에 의해서 선출되었지만, 초대 국왕 하멩쿠부워노 1세의 후손이다. 직접 선거에 의한 술탄의 선출은 이슬람 국왕의 세습 원칙을 민주주의 공화제와 결합시킨 것이다. 이곳에서 베짝(앞쪽에는 사람이 타는 자리, 뒤쪽에는 페달이 있도록 자전거를 개량한 것)을 타면 불과 몇 분 안에 왕족들의 유원지인 따만 싸리, 곧 물의 궁전으로 간다. 크라톤 왕궁과 따만 싸리를 비롯한 시내 유적지들은 이슬람의 역사를 현재에도 간직하고 있다.

시내를 벗어나면, 이슬람 이전 힌두교 시대의 역사로 거슬러가게 된다. 그 역사는 10세기 무렵 건립되었던 라라종그랑 사원, 곧 프람바난 사원이다. 이 사원은 힌두교의 시바 신앙을 국교로 삼았던 시대에 건립되어 현재에 이르러서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시바 신전으로 남아 있다. 사원의 높은 곳에는 6개의 신전이 있다. 그 신전들은 힌두교의 3신과 이 신들이 타고다녔던 동물을 모시고 있다. 우주를 생성한 브라흐마 신과 앙사(거위 혹은 백조), 그 질서를 유지한 비슈누 신과 가루다(인간의 형상을 한 독수리), 새로운 우주를 창조한 시바 신과 난디(소)이다.

이 신전들의 벽면에는 힌두교 대서사시 '라마야나' 이야기를 묘사한 장면들이 새겨져 있다. 반면 낮은 지대의 비교적 작은 4개의 신전은 완전히 복구가 되지 않고 있다. 이 사원들은 '10세기 시바 예술의 특징을 잘 보여 종교 건축물'이라는 근거로 1991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다.

힌두교 시대를 2, 3세기 거슬러가면 불교 시대의 역사를 만난다. '언덕 위에 있는 불교 사원'이라는 뜻을 가진 보로부두르 사원이다. 이 사원은 대승 불교를 국교로 삼았던 시대에 건립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사원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층계식 정방형의 피라미드로 되어 있다. 10개의 층으로 되어 있고 맨 위층 꼭대기 중앙에는 스투파(반구형의 돔 형태)가 있다. 맨 아래 층 정방형 플랫폼을 거치면 층과 층 사이에는 원형 플랫폼으로 올라가고, 그 벽 속에는 72개의 부처상이 있다. 각 층 벽면에는 부처의 삶과 가르침을 표현한 조각이 새겨져 있다. 맨 아래층에서부터 불상과 벽면 불화를 따라서 맨 위층으로 올라가면 그 중앙에 있는 스투파는 비어 있다. 비워 둔 것은 깨달음의 완성, 해탈을 뜻하는 것 같다. 이 사원은 '불교의 전승을 기록하고 자바 불교예술의 특징을 잘 보여준 건축물'이라는 근거로 1991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다.

시내를 벗어나 시외로 가면 15, 16세기 동안 보존돼 온 힌두교와 불교의 역사 유적들을 만난다. 수 세기 동안 도시 국가의 왕조와 국교가 바뀔 때 그 이전의 문화와 종교는 그 이후의 것으로 바뀌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어 현재까지 전승된다. 서로 다른 문화와 종교가 함께 공존하여 전승함으로써 특정 종교의 문화가 아니라 자바 문화라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다. 서로 다른 문화의 혼합, 혼종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다. 다문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는 우리 사회도 서로 다른 문화를 공유할 때, 우리만이 가능한 새로운 혼종 문화를 만들 수 있다.


# 여러나라와 국경 맞댄 인도네시아 한달 여행,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된 4곳 둘러봐

   

인도네시아 공화국은 대통령 중심의 공화국으로서 세계 최대 섬 국가이면서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이기도 하다. 인도양과 남태평양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인도네시아는 섬에서는 말레이시아, 파푸아 뉴기니와 국경을 이룰 뿐,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동티모르, 오스트레일리아와는 해상 국경을 이루고 있다. 섬이나 바다에서 여러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는 여행의 출발지이면서 종착지 역할 밖에 하지 못한다.

필자는 싱가포르를 환승지로 하여 수마트라 섬(메단, 파당, 팔렘방), 자바 섬(자카르타, 욕야카르타, 수라비야), 레서 순다 군도(발리, 우붓, 롬복, 길리 3섬)으로 한 달 넘게 여행했다. 그 여행 기간 둘러 본 곳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4 곳이다. 곧 욕야카르타를 기점으로 한 보로부두르 불교사원과 프람바난 힌두사원, 수라카르타를 기점으로 한 산기란 초기 인류 유적, 발리 섬의 문화 경관이 그곳이다. 이 지역은 여행자의 접근을 불허할 만큼 현지 사정과 교통사정이 매우 열악했다.

한 달이 넘는 여행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자카르타의 꼬따 지구와 세투 바바칸 마을, 욕야카르타, 길리 세 섬이었다. 꼬따 지구에서 동서양 문화가 만난 화려한 옛 도시에서 살아가는 빈민의 삶을 볼 수 있었다. 세투 바바칸 마을에서는 자카르타 원주민 베타위족의 전통 공연을 볼 수 있다. 욕야카르타에서는 세계 3대 불교사원과 힌두교 최대 사원이 공존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길리 트라왕간, 길미 메노, 길리 에어의 세 섬으로 되어 있는 길리 군도에서는 이슬람마을 공동체의 현장을 만났다. 종교 국가라는 이름으로 썩어가는 사회와 그 사회 속에서도 오히려 종교 전통을 지키려는 일반 민중들, 문화 전통을 지키려는 예능인들에 의해서 사회와 문화가 유지되고 있었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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