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아람코 중역 알 투니시
금녀 업종 정유회사 활약
대형 공단 조성 책임자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에서 여성들이 가장 억압받는 나라 중 하나다.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운전과 투표를 하지 못하며, 외출할 때 얼굴과 몸을 꼭 가려야 한다. 심지어 베이징(北京) 올림픽에 출전한 사우디 팀에는 여성 선수가 한 명도 없다.

그러나 ‘철녀’라는 별명을 가진 나빌라 알 투니시(49·사진)는 이런 사회적 편견과 싸우며 사우디에서 ‘유리 천장’을 깨고 있다. 그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의 중역이다. 정유업계는 여성 파워가 강한 서구에서도 여성을 찾기 힘든 금녀의 업종이다.

경제 전문 월간지 포브스는 최근 사우디 최대의 정유화학공단 조성사업인 ‘라스 타누라’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알 투니시를 특집 조명했다. 알 투니시는 다우 케미컬 부팀장과 함께 300여 명의 엔지니어들을 지휘하고 있다. 또 이곳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을 가공해 각종 자동차 부품과 섬유 제품을 생산해 낼 배후 공단을 만드는 것도 책임지고 있다.

사우디 장군의 딸인 알 투니시는 17세 때 사우디 리야드에서 미국 포틀랜드로 유학 갔다. 포틀랜드의 루이스&클라크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포틀랜드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데 이어 스탠퍼드대의 MBA 과정을 마쳤다.

그는 사우디의 석유자원부 장관과 친분이 있는 삼촌의 권유로 아람코의 미국 휴스턴 지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그의 능력과 재능을 간파한 회사 측은 그를 사우디 본사로 발령 냈다. 미국에서 7년 동안 살았던 그에게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힘든 결정이었다. 사우디로 돌아가면 숱한 삶의 자유를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알 투니시는 이 모든 것을 무릅쓰고 귀국하기로 했고, 일에 몸을 던졌다.

그는 아직 미혼이며, 아이도 없는 싱글이다. 밤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일을 하면서도 매일 새벽 4시30분이면 수영이나 조깅을 하기 위해 일어날 정도로 자기 관리에 투철해 ‘철녀’란 별명을 얻었다.

그는 세계 최대 유전인 가와르 유전을 비롯, 모든 아람코 석유 파이프에 센서 시스템을 도입했다. 석유 매장 지역을 예측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수도 리야드의 동쪽에 있는 소도시인 압콰이크에 있는 정유소의 수작동 밸브들을 모두 전자동으로 바꿔 현대화하기도 했다.

김민경 인턴 기자(mekemeke28@naver.com)

◇라스 타누라 프로젝트=미국의 다우 케미컬과 아람코가 합작으로 2010년부터 페르시아만의 사우디 원유항만인 라스 타누라에 70억 달러를 투자하는 대형 프로젝트. 사우디는 이 공단을 발판으로 2015년까지 세계 화학업계의 1인자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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