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하면 쉬는’ 아랍 세계의 문화 덕분에 비아랍계 외국인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특히 올해 라마단에는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의장 등 아랍 지도자의 사망이 잇따라 휴일이 늘어나면서 비아랍계 외국인이 더욱 곤란을 겪었다.

지난 13일 이슬람 금식월 라마단이 끝났다. 한달 동안 굶느라고 참고 고생한 것을 자축하며 쉬는 사흘간의 명절도 끝났다. 휴일이 모두 끝난 셈이다.

라마단 기간에는 대부분의 아랍 국가에서는 근무 시간을 단축한다. 업무는 오전 9시 30분~10시 사이에 시작해 오후 1시면 끝난다. 그 짧은 근무 시간동안에도 기도하러 가는 등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아 평상시처럼 일처리가 되지 않는다. 정오 이후에는 관공서 업무도 사실상 중지된다.

특히 올해 라마단 기간에는 중동의 두 지도자가 죽는 바람에 업무 시간이 단축된 것도 부족해 이틀을 덤으로 놀아버렸다.

아랍의 휴일 문화에 한국 교민 등 외국인들은 황당함을 느낄 때가 많다. 한 아시아계 이주민은 “나라 전체가 쉬기 때문에 할 일이 많아도 혼자 애만 태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2일 저녁 아랍에미레이트 대통령이었던 쉐이크 자에드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요르단 정부는 밤 11시 공영방송을 통해 “내일은 공식 휴일”이라고 발표했다. 방송을 듣지 못한 외국인들은 그 다음날 출근 또는 등교했다가 되돌아 와야 했다.

11일 야사르 아라파트가 사망한 날에는 아침 8시에 소식을 전하면서 “오늘은 공휴일”로 선포했다. 대부분의 학생들과 공무원들은 이미 다 학교와 일터에 도착했다가 뉴스를 듣고 모두 집으로 되돌아왔다.

한 한국계 유학생은 “두번 다 골탕을 먹은 느낌”이라며 “대학교나 학교들은 시험기간이었는데 시험이 연기되고 관공서에 맡긴 일도 연기되는 바람에 손해가 만만치 않다”고 푸념했다. 이 유학생은 또 “중동에는 나이가 많은 왕이 많은데 그들이 사망할 때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요르단은 물론, 대부분의 아랍 국가들이 같은 형제라는 명분으로 조문을 위한 공휴일을 맞아야 한다”며 “언제일 지 모를 휴일을 알기 위해 요즘에는 뉴스를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다음 / 이지영 요르단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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