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이슬람화(化) 전망

2008.04.22 08:36

정근태 조회 수:6526 추천:39



[인도네시아 무슬림]

인도네시아의 공업도시 탄게랑(Tangerang)의 지역 종교 경찰 안토니우스 티하디(Antonius Tihadi) 경장(Lieutenant Colonel)은 호텔 방에서 미혼 커플을 대질 심문 할 때 예의를 갖춘다고 말했다. 티하디 경장은 문을 거칠게 찬다거나 그와 유사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슬람의 샤리아(Shariah) 법 조항들이 반영된 지방 조례에 따라, 티하디는 술을 파는 상점을 수색하고 밤에 혼자 외출하는 여성을 조사하며, 부도덕한 행동을 한 미혼 커플을 검거하는 인도네시아 종교경찰대를 지휘한다.

티하디 경장은, 종교경찰들이 호텔 방에서 발견한 커플들에게 결혼 증거 서류를 보여 달라고 정중히 요청하며, 만약 그들의 주소가 동일하지 않을 경우 그들에게 개별적으로 친척들의 이름을 말하도록 하여 그들의 결혼 사실을 추궁한다고 말했다.      

탄게랑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사례들은 한 지방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앞으로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50개 지방에서 이슬람법 샤리아와 유사한 법 조항이 채택되었다. 세계 최대의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온건하면서도 관용적인 전통이 (무슬림) 보수적 세력에 의해 도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슬람 강경 단체 및 이슬람 정당이 출현하고 여성들의 머리를 가리는 이슬람 두건 착용이 확산되며, 테러 집단에 의한 폭력 사건들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정치 분석가들은 탄게랑이 인도네시아의 미래 모습이 될 것이라고는 전망하지 않는다.  

호주 국립대학교의 인도네시아 전문가 그렉 필리(Greg Fealy) 박사는,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이 성장세에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지만 그러한 견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종교와 문화가 이슬람화(化) 되고 있지만 정치 영역에서 이슬람 세력이 확장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필리 박사는 단언하였다.

일부 분석가들은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법 도입이 지난 10년간의 경제 침체와 동반한 사회적 혼란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났지만 급진주의와는 무관하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장기 집권을 하던 군부 출신 독재자 수하르토(Suharto) 전(前) 대통령이 1998년에 물러나며 발생한 민주화 항쟁의 산물로 이슬람 법 도입 움직임이 일어났다고 여기고 있다.

정치적 분권화가 이뤄지고 공공기관에 대한 온갖 규제가 철폐됨에 따라 지역 공동체는 그들만의 독자적인 법률을 제정할 수 있게 되었다.

사회 분위기의 변화는 대학의 캠퍼스에서 감지될 수 있는데, 10년 전 민주주의를 위해 시위에 참여했을 법한 학생들이 이슬람 협회를 결성하고 그들의 관심을 지역으로 돌리고 있다. 과거의 짧은 치마는 무슬림 두건으로 대체되었다.

대부분의 인도네시아인처럼 성(姓)과 이름이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이름만 사용하는 인도네시아의 한 세속주의를 표방하는 대학교의 학생 부디(Budi)는, 민주주의는 인도네시아인(人)들에게 원하는 것을 마음껏 얘기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민주주의의 문이 활짝 열렸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인들은 보다 쉽게 이슬람의 가치와 교훈을 확산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2억3천5백만 명의 인구 중 90% 정도는 스스로 이슬람교도라 칭한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이슬람은 타 신앙을 수용하고 서로의 다름을 포용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12세기 외국의 무슬림 상인들에 의해 인도네시아로 보급된 이슬람은 힌두교와 불교, 애니미즘의 요소가 혼합되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의 이슬람은 정통 이슬람이기 보다는 신비주의적 요소들을 많이 내포하고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보스턴 대학교의 인도네시아 이슬람 전문가 로버트 헤프너(Robert Hefner) 박사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자유주의자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어떤 면에서는 다원론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지금 큰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도네시아가 다행히도 인종차별 국가가 아니라 다민족 국가가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슬람과 민주주의 간의 긴장은 국가가 세워진 19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무슬림들은 이슬람의 일곱 말씀(the seven words)으로 불리는 내용을 헌법에 포함하려다 실패했다. 일곱 말씀은 무슬림이 샤리아 법을 실천할 의무를 골자로 하고 있다.  

무슬림을 대표하는 이들은, 수하르토 대통령이 물러난 후 또 다시 한 번 일곱 말씀을 법제화하려 했으나, 2002년 이전보다 더 큰 반대에 부딪혀 좌절되었다.

보스턴 대학교의 헤프너 박사는, 이것은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민주주의와 어떻게 통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라고 설명하였다.
미국의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략과 2003년 이라크 침략 당시, 급진주의 이슬람은 인도네시아에서 세력을 보다 확장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잠잠했던 온건파 이슬람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일부 분석가들에 따르면 급진주의는 이미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던 2002년 발리 폭탄 테러사건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테러리스트 검거를 강화했다. 그로 인해 상당수 테러분자들이 체포되면서 인도네시아의 주요 테러집단인 제마 이슬라미야(Jemaah Islamiyah)의 세력이 약화되었다.  

한 사설 여론조사 단체와 온건 무슬림 단체인 와히드 연구소(Wahid Institute)가 1,000명의 인도네시아인을 대상으로 지난 2007년 조사한 설문 연구에 따르면 불과 2%의 무슬림들만이 비(非)무슬림에 대한 폭력 투쟁을 지지한다고 답변하였으며, 7%의 무슬림들만이 군사적 행동을 용납한다고 응답하였다.

이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해 인도네시아의 샤리프 히다야툴라(Syarif Hidayatullah) 국립이슬람대학교의 아즈유마르디 아즈라(Azyumardi Azra) 총장은, 인도네시아의 이슬람은 온건하고 관용적인 노선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논평하였다. 물론 (이슬람) 보수주의가 확산되긴 하겠지만 보수주의가 곧 급진주의를 의미하진 않는다고 아즈라 총장은 주장하였다.

그는 사회 변화를 가시적으로 나타내는 무슬림 머리 두건의 확산에 대해, 많은 여성이 점점 두건을 착용하지만 돈독한 신앙심을 나타내는 것일 뿐 급진성을 의미하는 건 아니며,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샤리아 법을 지지하는 이유는 그들에게 샤리아 법이 이슬람의 법 규제라기보다 이슬람 윤리적 가치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아즈라 총장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샤리아 법을 지지하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그렇다고 대답하며, 일반적으로 이슬람 기도와 금식, 메카 순례를 생각하지만, 간음한 사람에게 채찍질을 하거나 돌 던지는 등의 처벌은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탄게랑의 지방자치제를 언급하면서, 코란과 무함마드 선지자의 교훈으로 된 이슬람 율법을 수행하는 것이 샤리아 법이 아니며, 매춘이나 음주 단속과 같은 것은 샤리아 법의 부차적인 규정일 뿐이라고 아즈라 총장은 말했다.

예외가 있다면 최근까지 분리 독립을 외치는 아체(Aceh) 지방이다. 아체는 특별 자치권을 얻었기 때문에 공개 태형처럼 매우 엄격한 샤리아 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곳의 엄격한 처벌은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샤리아 법의 확산에 따라 사람들이 샤리아 법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한다. 인도네시아 국토보안부에서 테러방지대책을 담당하는 관리 안샤아드 엠바이(Ansyaad Mbai)는, 지난 2-4년 간 샤리아 법은 하나의 흐름이었지만, 사람들은 어떤 일이 자행되는지 깨닫고 점차 샤리아 법에 등을 돌리게 되어 샤리아 법이 일시적인 사회 현상이 되었다고 말했다.

보스턴 대학교의 헤프너 박사는 인도네시아에서 몇 년 전 활발하게 운영되던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의 웹 사이트가 지금은 무슬림들이 이러저러한 신앙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 모임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수하르토 정권이 몰락 후 등장한 이슬람 정당들은 사람들이 이슬람 행동 강령에 대해 매우 조심스런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걸 어렵사리 알게 되었다. 선거인단 투표에서 지지율이 20%를 밑돌자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정당들은 선거 운동을 하며 샤리아 법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인도네시아의 주류 정당인 정의복지당(the Justice and Welfare Party)은 샤리아 법이 창당 원리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깨끗한 정부와 공공기관을 선거 공약으로 삼았다. 정의복지당 내부 청년 조직의 핵심 지도자인 줄키에플리만샤(Zulkieflimansya) 의원은, 이슬람 국가 운운하는 것은 그다지 핵심적 사안이 아니며, 샤리아 법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훌륭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소속당의 이념을 대변하는 발언에서, 자신의 당 이념은 이슬람 국가를 세우는 것이지만, 시민 서약을 발전시킨 미국을 우리의 본보기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줄키에플리만샤 의원은 오늘날 샤리아 법령이 확대된 것을 경제적 위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민주주의 체제에서 생활이 조금도 나아지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샤리아 법령은 신속하고 현실성 있는 해결책으로 다가왔었다고 그는 설명하였다. 이와 같은 예가 바로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 인접한 150만 명의 인구를 가진 공업도시 탄게랑(Tangerang)이다. 탄게랑은 지난 1997년 인도네시아에 몰아친 경제 위기에 큰 피해를 입었다.

경제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범죄와 매춘, 마약이 증가하고 알코올 중독이 인근 지역으로 번졌다고 인도네시아의 신문 수아라 펌바루안(Suara Pembaruan)의 탕게랑 담당 데위 구스티아나(Dewi Gustiana) 기자는 말했다. 구스티아나 기자는, 이렇게 경제 위기로 인해 사회가 혼란한 시절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정부에게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하였고, 특히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슬람 가치관을 사회에 도입하려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압박을 받았다고 설명하였다.

샤리아 법령이 2005년에 채택되었고 200명의 공무원으로 구성된 지역 종교 경찰대가 샤리아 법 집행을 담당하게 되었다. 아직도 샤리아 법 단속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탄게랑 지역 종교 경찰은 2007년 5월 한 달 동안 주류 판매점 10곳을 수색하고 호텔 방과 거리에서 각각 한 명의 여성을 체포했다.

물론 이에 대한 불만의 소리도 있다고 구스티아나 기자가 말했다. 일례로 종교 경찰들이 밤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는 여공들을 붙잡아두기도 했던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무슬림 두건과 상관없는 복장 규정의 대안을 제시하였다. 즉 한밤에 귀가하려는 여성이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수색 받고 싶지 않다면 반드시 공장 유니폼을 입도록 한 것이다.  

(출처: International Herald Tribune, 2007년 9월 28일, 한국선교연구원(krim.org) 파발마 6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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