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1,300 년 만에 교회가 세워지다

2008.12.23 16:19

정근태 조회 수:4230 추천:39



중동의 이슬람국가인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 무려 1,300 년 만에 처음으로 교회가 세워졌다. 그것도 은밀한 지하교회가 아니다. 비록 외국인 전용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합법적인 교회이다. 지난 2월에 카톨릭 교회가 세워진데 이어서 얼마 전에는 두 번째 교회인 성공회 교회가 착공식을 갖고 공사가 진행 중이다.  교회가 허용될 수 없는 이슬람의 땅에 교회가 세워진 사연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타르는 이슬람국가라는 특수성 때문에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대부분의 중동국가가 그렇듯이 카타르 역시 경기장에서의 여성의 관람을 일체 불허하고, 이슬람 외의 모든 종교를 억압하는 등의 상황이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이 추구하는 보편적인 가치관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으로 인해 많은 아시아국가들의 반대에 직면했고, 카타르는 적어도 아시안게임 기간 중만이라도 여성의 관람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을 포함한 몇가지 개혁조치를 단행하는 조건으로 아시안게임의 유치가 승인된 바 있다.

카타르정부는 국제사회에 약속한 개혁조치의 일환으로 2003년에 교회 건축 허용 방침을 밝혔고, 2008년 들어 실제로 세워진 것이다. 그러나 카타르에 교회가 세워진다고 해서 이것이 카타르 주민들에 대한 선교의 자유를 확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새로 세워진 교회는 내국인들에게는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외국인전용교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국인의 출입이 허용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카타르의 독특한 인구 구성을 보면, 카타르의 복음의 문이 의외로 넓게 열렸다고 볼 수도 있다. 카타르 인구의 80%는 외국 국적자이거나 외국에서 카타르로 귀화한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중동의 국가처럼 막무가내 식의 이슬람 강요는 어렵다. 실제로 전체 인구 75만 명 가운데 15 만 명이 정교회, 카톨릭, 성공회, 개신교 등 기독교권 종교 신자이다. 이들 기독교인들은 약 70개의 각기 다른 나라에서 들어와 사는 사람들이고, 대개는 필리핀, 인도, 나이지리아계이다. 이번에 세워지는 성공회의 경우 약 1만 5천 명에서 2만 명 가량의 신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교회가 없어 대개 가정예배 형식으로 모임을 이어왔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이슬람국가이며 종교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 심한 사우디와는 달리, 카타르의 경우는 지금까지도 내국인들에 대한 전도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외국인들끼리의 신앙활동은 묵인해 왔다.  정부가 외국인전용교회 건축을 허용함에 따라 현재 공사 중인 2호 교회인 성공회 교회를 비롯하여 카톨릭, 콥트교, 인도기독교 등이 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 강경파의 불만도 대단하기 때문에 건축 추진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을 뿐 아니라, 일종의 쿼터제를 시행하여 전체 교회수와 교인수를 총량적으로 제한하여 각 교단들이 모두 각기 자신들의 교회를 지어 교회가 난립하는 현상을 억제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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