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국가 알제리의 조용한 혁명

2007.11.17 13:32

정근태 조회 수:6094 추천:44




극악한 이슬람주의자들에 의해 주도되었던 내전으로 10만의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지금도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나라 알제리에서 조용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여러 아랍 나라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여성의 정치 참여와 경제 분야 진출이 바로 그 중의 하나이다.

알제리 변호사의 70%가, 판사의 60%가 여성이다. 의료계 역시 여성이 장악하고 있다. 알제리 가정에서는 아내의 수입이 남편의 수입보다 더 많아지고 있다. 대학생의 60%가 여성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여성의 존재가 잘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도 알제리 여성의 모습은 여기 저기서 눈에 띈다. 알제리 여성들은 버스와 택시의 운전기사로 일을 하고 있고, 주유소에서 기름을 주유하고 있으며, 식당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남성들이 대부분의 공권력을 가지고 있고, 알제리 전체 노동 인력의 20%만이 여성 인력이지만, 이전 세대에 비하면 현재의 여성의 사회 진출은 두 배가 넘는 성장을 이룩했다. 이제 여성들은 정부 각 기관에서도 속속 눈에 띄고 있다.

알제리에서 사회를 분석하고 비평하는 학술지 나크드(Naqd)의 편집장이자 발행인인 다호 드제르발(Daho Djerbal)씨는, 이런 경향이 지속될 경우 공공 행정이 여성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새로운 현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의 기운은 권력을 차지하려는 집권당과 이슬람주의자들 사이의 계속된 정쟁을 수년간 지켜보던 알제리인들 안에서 꿈틀거렸던 것으로 보인다.

알제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변화를 가져온 원인들이 통계나 수치상으로는 소멸된 것처럼 보였으나 교육 제도와 노동 시장 내부에는 계속 존재해 있었다는 설명을 제시하였다.  

알제리에서 대학 학위는 더 이상 성공적인 직장 생활과 경제적 안정으로 인도해 주는 길이 아니기 때문에 남성들은 공부를 중단하고 일자리를 찾거나 해외로 나가고 있다고, 역사가이자 국제 위기 단체(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북아프리카 책임자인 휴 로버츠(Hugh Roberts)는 말했다.
그러나 여성은 대학 교육을 통해 집 밖의 세상으로 나와 사회에서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용인되고 있다고 로버츠는 덧붙였다. 이렇게 남녀의 다른 양상은 직업적 차원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추세라 것이 로버츠의 견해이다.

현 세대의 알제리 여성은 알제리를 위기로 몰아갔던 두 개의 큰 세력인 세속적 정부와 극단적 이슬람 사이의 길을 걷고 있다.

알제리 여성들은 과거 세대에 비해 더 종교적이면서 현대적이라고 사회학자들은 말한다. 여성들은 전통 이슬람 복장으로 머리와 몸을 가리고 이슬람 사원에 가서 기도한다. 그리고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일을 하고 있는데, 여성이 남성과 함께 일하는 것은 과거 이슬람 사회에서 금기로 되어왔던 것이다.  

사회학자들과 여러 직장 여성들은, 여성의 종교적 열심과 이슬람 전통 복장 착용은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도덕적 판단과 제한으로부터 여성을 자유롭게 해주고 있다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 이슬람 복장을 입지 않은 여성의 야간 출입은 드문 반면, 늦은 밤 이슬람 사원의 기도 의식에 참석하는 이슬람 복장 차림의 여성들은 알제리의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알제리의 도로를 누비는 첫 번째 여성 버스 기사인 44세의 덴니 파티하(Denni Fatiha)는, 그녀가 이슬람 복장 차림을 하는 한 어느 누구도 자신을 비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화의 물결은 생각보다 넓고 깊은 곳까지 알제리 사회에 미치고 있다. 예를 들면, 알제리의 출생률은 감소하고 있고, 초등학교의 학급 규모는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높은 실업률이 늦은 결혼의 이유이기도 하지만, 대학 교육을 마치기 위한 여성이 증가하면서 많은 여성들이 결혼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사회학자들은 알제리 여성들이 과거에는 17세나 18세에 결혼을 했지만, 현재의 알제리 여성의 결혼 평균 연령은 29세라고 말한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이 알제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 때문은 아니다. 여성이 알제리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이 조금 넘을 뿐이다. 학자들은 알제리 사회의 열정과 기회에 의해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알제리의 젊은 남성들은 학교 교육을 거부하고 돈을 버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그들은 주로 정식 소매업을 운영하지 않고 길거리에서 물건을 팔든지, 아니면 다른 나라로 가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알제리의 젊은 남성들을 ‘hittistes’ 라고 부르는데, 이 명칭은 불어와 아랍어가 섞인 말로 ‘벽을 세우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반세기 전에 혁명을 통해 집권한 현재의 알제리 집권당을 향한 국민들의 신뢰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정치 분석가들은 말한다. 최근에 시행된 국회의원 선거의 투표율은 매우 저조했다. 97만 명의 유권자가 투표 용지를 의도적으로 훼손함으로써 집권당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고, 130만의 표가 집권당을 지지한 표로 집계되었다. (알제리 전체 인구는 3천3백만 명이다, 역주)  

부정부패와 기반 시설의 부족, 경제적 불평등에 불만을 표시하는 소동과 폭동이 알제리 여기 저기에서 발생하고 있다. 폭력 사태도 일어나고 있는데, 경찰과 공공기관 그리고 외국인을 목표로 한 폭탄테러도 일어났다. 지난 2007년 4월 11일 총리 공관을 겨냥한 3중 자살폭탄테러가 일어나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국에서, 여성은 사회 변화를 위한 알제리의 가장 유력한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사회학자들은 말한다. 알제리 여성은 이미 정부 각 기관에 진출해 있고 일반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도 온건하면서도 현대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사회학자들은 설명한다.

알제리 대학교(University of Algiers)의 사회학 교수인 압델 나제르 드자비(Abdel Nasser Djabi) 박사는, 알제리 여성과 여성 운동이 알제리 현대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러한 역동적 변화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몇몇 사회정치 분석가들은, 최근 알제리사회에서 부활하고 있는 폭력적이고 극단적 이슬람주의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의 증가를 비롯한 사회적 변화를 지연시키고자 하는 시도들이라고 말한다.

일부 알제리인들은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가 이슬람 신앙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주장한다.

알제리의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이슬람 사원의 지도자 에스마일 벤 이브라힘(Esmail Ben Ibrahim)은 종교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변화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면서 이러한 변화들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중동지역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 프랑스에 의해 국경선이 그어지고 베르베르(Berber)어, 아랍어, 그리고 불어를 사용하는 알제리 국민들에게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가장 복잡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알제리는 프랑스의 식민 통치를 겪었으며, 수십만 명의 목숨을 빼앗아 간 후 결국 1962년 독립을 가져다 준 7년 간의 혁명 전쟁의 뼈아픈 경험도 갖고 있다. 그 이후 알제리 지도자들은 국가의 통합을 위한 사상으로 이슬람과 아랍 정체성을 수용했다. 불어를 대신해 아랍어가 교과과정의 언어로 채택되었고, 프랑스식 세속주의적 교과과정이 이슬람에 큰 비중을 두는 종교 교육으로 대체되었다. 동시에 여성들도 교육을 받도록 권장되었다.  

40년이 넘은 지금 알제리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30세 미만의 알제리 젊은이들은 아랍어를 사용하며, 중동 정세의 혼란 속에 자라난 세대이다. 또한 이들은 불어가 사용되는 텔레비전보다는 알자지라(Al-Jazeera)와 같은 아랍권 방송을 더 선호하고 있다.

1990년대 알제리에서는 극단적 이슬람 사상이 인기를 누렸으며, 권력쟁취의 수단으로 테러리즘이 사용되는 것이 폭넓게 수용되었다. 수년 간의 내전으로 10만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는 혼란을 겪은 후 알제리 국민의 대다수는 극단적 사상을 거부하게 되었다. 비록 현재의 알제리인들이 피비린내 나는 1990년대 보다 더 종교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현대화를 더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알제리 여성이 사회의 한 세력으로 부상하는 것을 설명하는 한 이유가 된다고 사회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여성이 지금도 전통의 굴레 안에서 살고 있는 알제리의 산악 지대에도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알제리 국민의 집단 의식이 내전 시대보다 훨씬 미약하게 되어 이슬람 테러분자들이나 극단주의 이슬람주의자들이 더 이상 알제리 국민의 지지를 얻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사회에서 여성의 활동 분야가 새롭게 주어지고 있는 것은 이러한 알제리 국민의 일반적 정서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극단적 이슬람 사상을 거부하고, 신비스러운 북아프리카 전통 신앙으로 회귀하기 시작했다고 알제리의 사회학자와 종교지도자들은 말하고 있다.

알제리 도심에서 만난 36세의 여성 와히바 나브티(Wahiba Nabti)는, 알제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이슬람 신앙에 모순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슬람이 일할 자유를 주었다고 말하였다. 그녀는 이슬람 신앙은 신과 자신과의 문제라는 견해를 밝혔다. 검정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온 몸을 검정 천으로 덮어 쓴 와히바는 크레인 운전기사가 되고 싶어 하는데, 그 이유는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였다. 알제리 여성이 언제까지 남자에게 의존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그녀는 귀띔해 주었다.  



알제리의 개략적 정보

100년 이상의 프랑스 식민 통치를 받아 오다 1950년대 독립 투쟁을 벌여 1962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하였다. 독립 이후 민족 해방 전선(National Liberation Front, 이하 FLN)이 권력을 장악하여 왔는데, 1990년대에는 집권 세력 FLN과 이슬람 구원 전선(Islamic Salvation Front, 이하 FIS)과의 권력 투쟁으로 1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한 혼란을 겪기도 하였다. 결국 권력 투쟁에서 이긴 FLN은 FIS 계통의 무장 단체들을 소탕하고, 이슬람 무장 단체들을 불법화하였다. 1999년 선출된 대통령은 부정 선거 의혹을 받았으나, 2004년 선거에서는 압승을 거두어 재선되었다. 정부는 현재 소수 부족의 자치 요구와 정부의 부정 부패, 사회 기반 시설의 부족, 극단주의 단체들의 위협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알제리는 지중해에 접해 있는 아프리카 북단에 위치에 있으며, 국토의 면적은 한반도의 약 10배가 넘는 2백3십8만 평방 킬로미터이다. 하지만 국토의 대부분은 북부 산악 지대와 남부 사막지대로 덮여 있어 경작할 수 있는 땅은 전체 면적의 3%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인구는 3,333만 명이며, 1.21%의 인구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알제리 전체 인구에서 경제 활동 인구(15세-64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67.9%이다. 국민의 평균 수명은 73.5세로, 여성의 평균 수명(75.2세)이 남성 평균 수명(71.9세)보다 약간 더 많다. 아랍계 베르베르(Berber)족이 전체 국민의 99%를 차지하며 아랍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종교 상황은, 전체 국민의 99%가 수니파 무슬림이며, 유대교와 기독교를 믿은 이들이 1% 정도를 이루고 있다. 15세 이상의 국민 중 남성의 79.6%, 여성의 60.1%가 글을 읽고 쓸 수 있다. (2002년 통계)

지중해와 접해 있는 도시 알제(Algiers)가 알제리의 행정 수도이다. 알제리의 정부 구조 상 대통령이 국가의 대표를 맡고 있지만, 국정을 실제로 운영하는 이는 총리이다. 일인당 국민 총생산(GDP)는 2006년 산정 6,700 달러이며, 2.9%의 연(年) GDP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15.7%(2006년) 의 높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출처:파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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