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의 희생제

2012.11.15 14:27

정근태 조회 수:8673

이슬람에는 우리나라의 설날ㆍ추석과 같은 두 개의 큰 명절이 있다. 하나는 단식이 끝난 후 이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드 피트르)이고 다른 하나는 ‘희생제’라고도 불리는 ‘이드 아드하’다. 이드 아드하는 이슬람력으로 12월 10일이며 올해 우리 달력으로는 지난달 26일이었다. 무슬림들은 메카로의 성지순례가 끝나는 마지막 날 소·양·염소 등을 도살해 신에 제물로 바친다. 도살된 고기는 삼 등분해 가족·친지 그리고 가난한 이웃과 함께 나눈다. 이는 가난한 자들과 나누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른 것이다.

 본래 이드 아드하는 선지자 아브라함이 그의 아들 이스마엘을 신의 제물로 바치려 했던 것에서 기인한다. 이날이 되면 무슬림들은 설빔과 같이 새 옷으로 단장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친지들을 방문하며 같이 음식을 나눠 먹고 담소를 나눈다. 이드 아드하는 순례를 다녀온 후에 이를 서로 축하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이슬람의 순례 ‘하지’다. 하지는 이슬람의 5대 의무 중 하나로 사우디 메카의 하람 사원으로 성지순례를 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시기가 되면 무슬림들은 국적·인종·성별에 관계없이 사원에 모여 정해진 종교적 의무를 행한다. 남자들은 ‘이흐람’이라고 불리는 하얀색의 천을 몸에 두르는데 이는 모든 무슬림은 차별 없이 평등한 상태임을 의미한다.

 하지 중앙관리위원장 칼리드 파이살 왕자는 이번 해에 400만 명에 가까운 순례객이 사우디를 찾았고 이 많은 인파에도 성공적인 순례 행사를 치렀다고 밝혔다.

전 세계 무슬림은 대략 현재 16억 명에 달하고 세계인구의 24%를 차지한다. 지역적 범위 또한 광대해서 중동·아프리카 지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유럽·미주 지역까지 전 세계에 퍼져 있다. 그만큼 우리가 무슬림이라고 부르는 그들의 모습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어느 지역은 얼굴 전체를 다 가릴 정도로 보수적인 반면 무슬림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유롭고 개방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함 속에서도 무슬림들이 다른 어느 종교보다 종교적 동질감을 크게 느끼는 것은 이슬람 고유의 종교적 실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지역·문화·계층에서 온 사람들이 이 기간이 되면 모두 하나가 되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의식을 행한다. 이는 오늘날, 부와 권력 등으로 계층화된 우리네 사회에서 이색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같은 위치에서 인사를 나누고 서로 축복하는 자리가 얼마나 될까.

 이는 이슬람의 경전인 꾸란에 언급된 통합(unity)과 다양성(diversity)이 잘 표현된 것이라고 무슬림들은 말한다. 즉, 무슬림들은 하나님이 모든 인간을 하나의 영혼에서 창조했으며, 그와 동시에 각자의 다양성 또한 창조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인간의 다양성에 대한 자유를 인정함과 동시에 그들은 본질적으로 하나라는 것이다. 세계 각지에 떨어져 다르게 생활하던 무슬림들이 이 기간이 되면 하나가 되는 것, 하지가 바로 이에 해당하는 종교적 실천이다.




- 국방일보 특파원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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