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30 14:05

저녁때에 그 두 천사가 소돔에 이르니 마침 롯이 소돔 성문에 앉아 있다가 그들을 보고 일어나 영접하고 땅에 엎드려 절하며
이르되 내 주여 돌이켜 종의 집으로 들어와 발을 씻고 주무시고 일찍이 일어나 갈 길을 가소서 그들이 이르되 아니라 우리가 거리에서 밤을 새우리라
롯이 간청하매 그제서야 돌이켜 그 집으로 들어오는지라 롯이 그들을 위하여 식탁을 베풀고 무교병을 구우니 그들이 먹으니라 (창세기 19:1-3)
저녁이 되어가는 때에 두 천사가 성문에 도착했습니다.
그곳 성문 어귀에는 롯이 앉아 있었습니다.
낯선 이들이 나타나자 롯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일어나 영접합니다.
드립니다. “내 주여 돌이켜 종의 집으로 들어와 발을 씻고 주무시고 일찍이 일어나 갈 길을 가소서.”
사양하는 그들을 향해 롯은 간절히 매달립니다.
이 간청 끝에 차려진 소박한 무교병 한 상은,
소멸해가는 도성 소돔에서 피어난 마지막 은총의 불꽃이 되었습니다.
성경에서 롯이 ‘성문에 앉아 있었다.’는 것은 단순한 휴식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당시의 성문은 도시의 심장이자 지혜의 광장이었습니다.
장로들이 공의를 세우고,
상인들이 신뢰를 거래하며,
나그네들이 타향의 첫 숨을 들이마시는 곳이었습니다.
그 삶의 한복판에 롯이 있었다는 것은,
그가 소돔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살피는 사람이었음을 암시합니다.
어둠이 깔리는 시각까지 그가 자리를 지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거친 거리에서 밤을 지새워야 할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깨어 있는 환대의 본능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롯의 이러한 태도에는 어쩌면 ‘가문의 전통’이 배어 있습니다.
상수리나무 아래서 세 천사를 대접했던 삼촌 아브라함의 넉넉함,
훗날, 나그네의 갈증을 외면하지 않았던 리브가의 친절은 이 집안의 전통을 잘 보여줍니다.
이러한 가풍은 교육되는 것이 아니라 전이되는 것입니다.
윗세대의 삶을 보고 자란 롯에게 낯선 이를 영접하는 일은 선택이 아닌 존재의 방식이었습니다.
그는 길 위에서 밤을 지내겠다는 천사들의 거절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소돔의 밤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아는 자의 절박함, 그것이 ‘간청’이라는 단어 속에 녹아 있습니다.
롯은 손님들을 위해 급히 무교병을 굽습니다.
발효될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밀가루를 반죽하여 불을 지피는 그 분주함 속에는 계산되지 않은 순수한 열정이 담겨 있습니다. 화려한 만찬은 아니었으나,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나그네의 허기를 채우려는 그의 손길은 그 어떤 성찬보다 뜨거웠습니다.
이 평범한 식탁은 훗날 히브리서 기자가 고백한 것처럼, “부지중에 천사를 대접한” 기적의 자리가 되었습니다.
롯은 단지 배고픈 나그네에게 빵을 내어주었을 뿐이지만,
하늘은 그 작은 환대를 통해 그의 온 가족을 구원할 서막을 열었습니다.
오늘도 수많은 ‘성문’을 지나는 우리에게 롯의 이야기는 묻습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 타자를 향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지,
소멸해가는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환대의 무교병을 구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 말입니다.
저녁 어스름 속에서 건넨 작은 친절 하나가 거대한 구원의 역사를 깨웠듯,
우리의 소박한 환대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하늘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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