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07 21:42
수공예품이나 그림들을 길가에 늘어놓고 판매하는 타슈켄트의 브로드웨이거리. |
타슈켄트의 브로드웨이 거리는 시내의 중심이자 젊음의 거리로 저렴하게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다. 길거리에는 어른 아이 구분 없이 거리의 악사들이 많으며 식당에서도 어린 아이들이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저녁 9시 30분쯤이면 열리는 야시장에는 거리의 화가들이나 공예품들 등 각종 미술작품들을 만날 수 있고, 골동품이나 장신구, 책 등을 사고파는 사람들과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그리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산책 나온 가족들을 볼 수 있다.
여행을 하면서 먹거리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다. 우즈베키스탄은 과일 천국이다. 강수량이 1년에 500밀리미터도 안 될 만큼 건조하지만 일조량이 많아서 당도가 아주 높다. 포도는 말할 것도 없고 수박이나 멜론 맛도 일품이다.
더군다나 가격까지 우리 돈으로 500원 남짓하니 절로 손이 간다. 그 밖에 각종 고기를 꼬치에 끼워 숯불에 구운 샤실릭과 우즈벡식 짬뽕인 라그만도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수도 타슈켄트는 몇 가지 점에서 한국과 인연이 닿아 있다. 이곳과 연관이 있는 최초의 한인은 고구려 출신 당나라 장수인 고선지 장군이다. 1300여 년 전 고선지 장군이 파미르고원을 넘어 석국을 정복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바로 이 석국이 오늘날의 타슈켄트다. 그리고 1937년 구 소련에 의해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한 한인들의 일부가 타슈켄트 근방에 정착을 했고 그 후손들의 상당수가 아직도 이 지역에 살고 있다.
시내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시골집 구조나 아궁이가 있는 부엌이 우리 시골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중앙아시아에는 고려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 우리 문화와 비슷한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에서 분리가 되면서 고려인들에 대한 배타적인 감정 때문에 경제적으로나 어려운 점이 많다고 한다.
타슈켄트에는 한인들 농장이 몇 개 있다. 그 중 한인의 이름을 딴 농장이 딱 한 개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김병화 농장이다. 고려인의 자랑이자 한민족의 자랑인 이곳은 그래서 한국 관광객의 방문 제 1순위에 속한다. 머나먼 중앙아시아 땅에 한국인 이름을 딴 거리가 있고 그의 동상과 기념관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하다.
김병화 선생은 이 농장으로 강제 이주 당한 한인들을 보살폈고 한편으로는 쌀 생산을 성공으로 이끌어 노동영웅의 호칭을 받았다. 당시의 사진과 의복, 신문자료 등이 김병화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주 초기 그들의 핏줄은 한인이지만 국적은 러시아도 우즈벡도 아닌 상태에서 교육이나 사회참여의 기회가 매우 적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척박한 땅을 개척해 농사를 짓게 되기까지 많은 피와 땀을 쏟아 부었다. 김병화 농장에도 한때 1500명의 고려인이 거주했지만 지금은 젊은이들이 도시로 많이 떠나가 약간 썰렁함이 느껴진다.
최근에는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즈베키스탄을 많이 찾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국제규격을 갖춘 타슈켄트의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은 327,000평의 면적에 사시사철 푸른 잔디와 멀리 천산산맥을 배경으로 5개의 아름다운 호수들을 따라 만들어진 코스가 환상적이다.
천산산맥의 눈 녹은 물이 흘러내려 만들어진 호수에는 수달이나 야생동물이 살고 물고기도 많아 배를 띄워 낚시를 하기도 한다. 원래는 제일 큰 공원이었지만 독립이 되고 나서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외국의 흐름을 받아들여 골프장으로 변경시켰다.
한때 고려인들이 살아 숨쉬던 우즈베키스탄에서 골프를 치는 이 기분, 순간 만감이 교차한다. 문득 김병화 박물관에서 본 문구가 떠올랐다. “이땅에서 나는 새로운 조국을 보았다.”
그 어디에 있든 살아 있으라 근면하라. 내 삶의 모토도 이것이 아니겠는가.
촬영/편집 = 진종훈기자 jin0412@nspna.com
타슈켄트에서 만난 여행자들과 도용복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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