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이치, 카자흐 전자제품 시장 점령`

2007.10.23 07:47

정근태 조회 수:6722 추천:44



중앙 일보에 중앙 아시아 등지의 고려인들에 대한 기사가 났습니다.

http://news.joins.com/article/2922713.html?ctg=1305

연해주를 비롯한 러시아 극동 지역에 살던 한인 17만여 명이 소련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지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19세기 말 가난과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두만강을 건너 러시아 땅으로 이주했던 한인들이 또다시 6000km나 떨어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황무지로 내몰렸다. 지금도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약 53만 명의 한인 동포들. 스스로 '고려인'이라 부르는 이들이 겪었던 비극과 오늘을 사는 모습을 현지 르포로 3회에 걸쳐 살펴본다.

강제 이주 이후 수십 년이 지나는 사이 옛 소련 당국의 감시와 차별, 주변의 인종차별을 견뎌내고 정치.경제계의 거물로 우뚝 선 고려인이 나날이 늘고 있다.

지난달 15일 오후 카자흐스탄의 제2도시 알마티 북쪽 외곽 순환도로 인근에 있는 전자제품 유통업체 '술팍' 매장. 5000㎡(약 1500평)가 넘는 거대한 매장에 한국.일본.유럽산 전자제품들이 꽉 들어차 있다. TV.세탁기.에어컨.전자레인지.청소기 등 없는 게 없다. 길이가 200m는 돼 보이는 매장이 주말을 맞아 쇼핑에 나선 방문객들로 북적댄다.

알마티와 수도 아스타나를 비롯한 전국 20개 도시에 40개에 가까운 매장을 운영 중인 카자흐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 술팍의 사장은 고려인 3세 안드레이 박(43)이다. 그가 1992년 현지인 친구 술탄가진과 회사를 공동 창업하면서 회사 이름을 두 사람의 성을 합친 술팍으로 정했다. 이 회사는 현재 카자흐 가전시장의 35%를 주무르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만 3억 달러(약 2700억원)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 또 다른 대형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플라넷타 엘렉트로니키(사장 바체슬라프 김)'와 '테흐노돔 플러스(사장 에두아르트 김)'도 고려인 회사다. "카자흐 전자제품 시장은 '카레이치(고려인들)'가 점령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다.

세계 10위의 구리 채광.제련업체로 시가 총액만 100억 달러를 웃도는 '카작무스'의 블라디미르 김(45) 회장도 고려인이다. 김 회장은 2006년 영국 선데이 타임스가 선정한 '영국 최고 갑부 명단' 34위에 오른 세계적 부자다. 개인재산만 14억3700만 파운드(약 2조6000억원)에 이른다. 그는 카자흐 정부가 90년대 중반부터 삼성물산에 위탁 경영을 맡겼던 카작무스를 2004년 삼성물산 현지 지사장이던 차용규씨와 함께 인수해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듯 소련 붕괴 이후 오일.자원 달러를 바탕으로 고속 경제성장을 이루어가고 있는 카자흐의 주요 기업인 가운데는 30~50대의 고려인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은 최근 정치 분야로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올 8월 중순 치러진 의회 선거에서 유리 채(59) 고려인협회 회장이 6년 임기의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대형 건설회사 '악아울' 대표인 빅토르 최(50)는 4년 임기의 하원의원으로 선출됐다.

고려인의 활약상은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에서도 눈에 띈다. 러시아에선 은행가인 이고리 김(41)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지 은행업계 15위권인 '우르사방크'의 회장인 그는 올 초 러시아 경제주간지 '피난스'가 발표한 러시아 100대 부호 명단에서 92위를 차지했다. 개인재산이 5억8000만 달러에 이른다. 우랄산맥 인근 도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컴퓨터 CD 제조업체 '미렉스'를 이끌고 있는 스타니슬라프 태(41)도 성공한 기업인으로 꼽힌다. 미렉스는 러시아 전체 CD 시장의 10%를 장악하고 있고, 연 매출이 1900만 달러에 이른다.

러시아 정계에서 성공을 거둔 인물로는 2003년부터 하원의원을 지내고 있는 류보미르 장(47)이 두드러진다. 그는 러시아의 유일한 고려인 의원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24년간 교사로 근무하다 2005년 상원의원이 된 고려인 2세 베라 박(67.여)과 현지 소시지 업계의 선두 주자인 '테겐' 사장 겐나지 정(46) 등이 성공신화의 주인공들이다.


알마티(카자흐스탄).모스크바=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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