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우즈벡 교육부장관이 한글을 쓰네”

2009.10.27 07:25

정근태 조회 수:5626 추천:48





[사진 상] 가이라트 우즈벡 교육부 장관이 백일장 주제인 ‘어머니’를 쓴 뒤 보이고 있다.  
[사진 하]  제2회 중앙아시아 성균 한글 백일장이 22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팰리스호텔에서 열렸다. ‘어머니’를 시제로 받아 든 대학생들이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

중앙일보 - 성균관대 주최, 중앙아시아 4개국 한글 백일장
  


지난 22일 오후 1시, 우즈베키스탄 수도인 타슈켄트 중심부에 위치한 타슈켄트 팰리스 호텔 1층. 머리와 콧수염이 희끗희끗한 60대 남자가 호위를 받으며 한글 백일장 행사장 안으로 들어섰다. 우즈베키스탄 국민교육부 장관인 쇼우마로브 가이라트(63)다. 그는 연단으로 걸어가 직접 한글로 ‘어머니’라고 썼다. 이날 백일장의 시제다.

“아니, 교육부 장관도 한글을 쓰는 거야?”

우즈베키스탄뿐 아니라 인근 카자흐스탄, 키르키즈스탄·타지키스탄에서 대표로 선발돼 온 51명의 대학생들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가이라트 장관은 “대통령 주재 회의가 길어져 좀 늦었다”라고 사과한뒤 “서울에서 4800여㎞ 떨어진 이곳까지 찾아와 한글 백일장을 여는 건 사명감이 없으면 힘들었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시했다. 또 “우즈벡 젊은이들도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동북아의 신흥 강국인 한국을 연구하고 우리나라 발전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가이라트 장관은 한글을 배우고 싶어하지만 아직 쓰지는 못한다. 하지만 대학생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이날 시제를 연습해 칠판에 직접 쓴 것이다.

성균관대 한국어위원회(위원장 이명학 사범대학장)와 중앙일보가 공동주최하는 ‘한글 백일장’은 중앙아시아에서 한글붐이 일어나는데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글백일장은 지난해에는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티에서 열렸다. 이번엔 우즈베키스탄으로 장소를 옮겼다. 하지만 인근 3개국 대학생들이 행사에 참가해 4개국 대학생들의 한글 경연대회가 된 것이다.

어머니를 주제로 두 시간여 동안 쓴 글 가운데 금·은·동상은 3개국 학생들이 골고루 차지했다.

타지키스탄의 메메토바 엘비라(20·국립외국어대 5학년)가 금상을 차지했다. 고려인 3세인 남 마르가리따(22·타슈켄트 IT대학 경영학과 4학년)는 은상을 수상 했다. 동상은 카자흐스탄에서 온 아셀 주메코바(20·알마티 세계언어대 한국어과 3학년 )가 받았다.

  
수상자들은 장학생으로 성균관대 대학원에 진학하는 특전이 주어진다. 한글백일장 위원회는 내년 우즈베키스탄 3회 대회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15개 CIS(독립국가연합) 국가 대학생들을 전부 참여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명학 학장은 “한글백일장을 한국을 사랑하는 중앙아시아 청년 인재들을 키우는 발판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타슈켄트 세계언어(외국어)대 총장을 지내다 지난해 5월 장관에 발탁된 가이라트 교육 장관 인터뷰.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나.

“초등학교 다닐때 교장 선생님과 내 짝이 모두 고려인이었다. 한국을 세번 방문했는데 갈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한국에 의부·의형·의동생이 다 있다. 아내와 나는 현대차만 몬다.”

-우즈벡 교육의 장점은

  

“우리 학생들은 초등학교 5~7학년이면 모든 나라의 수도를 외운다. ‘0’의 창시자와 의학의 아버지가 다 우즈벡 사람이다. 사마르칸트엔 천문대도 있다. 얼마 전 파리 유네스코 학술회의에 갔을 때 전 세계 140여명의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우즈벡 교육시스템에 대한 발표를 해 호평을 받은 적 있다. 하지만 컴퓨터 교육과 IT 등 기술적인 분야가 뒤떨어져 있어 문제다.”

-한글 백일장을 어떻게 보나.

“우즈벡 학생들이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는 구심점이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워서 한국이 아시아의 신흥강국이 된 이유를 알아야 한다. 이들은 양국 관계의 다리 역할도 할 것이다. 나는 한국과 한국말을 사랑한다. 한국 갈 때마다 필요한 단어를 외우는데 돌아오면 잊어버린다. 기회가 닿으면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 

[중앙일보]타슈켄트=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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