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키즈_전기중독_생활

2011.01.17 04:26

천용우 조회 수:3460 추천:40




사춘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촛불에 대한 동경을 가졌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불빛을 밝히는 초를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숙연해 지고, 마음이 차분해 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순간에 무언가 비장한 각오와 결심 내지는 내일을 위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자신을 태우면서 어둠속에 빛을 밝히는 초는 묵상하는 사람들에게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 그리고 설교하는 목사님들에게 많은 영감과 영감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제가 선교를 하고 있는 이곳은 자연스럽게 이러한 촛불을 자주 자주 밝혀야 하는 환경입니다. 하루에 한번 꼴로 정전이 되는 상황을 맞으면서, 또 때로는 하루 혹은 삼일씩 전기 없이 살아야 하는 상황 속에서 “내가 전기 중독에 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합니다. 전기가 없다가 전기가 갑자기 들어오면 모든 것의 활력을 얻습니다. 그 때가 언제이든지 전기가 들어오면 미루어 놓았던 일들을 하게 됩니다. 노트북을 충전시키고, 물을 끓여서 증류수를 만들어 마실 물을 얻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집안일을 서둘러서 합니다. 인터넷을 켜고 익숙했던 세상과 다시 연결을 시도합니다.

전기로 인한 유희(遊戱)를 마치고 나면, 왠지 모를 감정이 제 마음에 밀려옵니다. “과연 나는 전기 중독자로구나!” 전기가 없는 날이면 저희 가족의 삶은 대단히 단순해집니다. 겨울철 이곳은 해가 오후 5시 30분이면 사라집니다. 해가 지고나면 초를 켜고 단순한 저녁 식사와 함께 하루 일과를 마치게 됩니다. 초를 켜고 무언가 더 해보려고 하지만, 이내 포기하게 됩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면 충분한 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른 아침 눈을 뜨게 되고 손을 더듬어서 전기를 확인합니다.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조용히 무릎을 꿇고, 여러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됩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핸드폰의 시계를 통해서 시간을 확인합니다. 아직 해가 떠오르려면 한참이나 더 기다려야 합니다. 왜냐하면 겨울철에는 해가 8시 30분이 넘어야 그 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읽었던 말씀을 기억해 봅니다. 그리고 그 말씀이 어떻게 나의 삶에 적용되었는지를 되짚어 보려고 합니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들을, 그리고 만나야 하는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전기가 없이 사는 것도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아니!! 정말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가 들어오면, 생기가 돌고 즐거워집니다. 이런 저의 모습을 보면 “중독되었구나!”라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터넷 중독, 알콜중독, 약물중독, 드라마중독 그리고 전기중독 이렇게 나열해 보니깐, 중독은 좋지 않은 것이 확실합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셨을 때에, 세상의 여러 가지 것들로 중독되어 예수님으로 즐거워하지 못하고 그분에게서 쉼을 얻지 못한 이들을 향하여 하신 말씀을 기억해 봅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러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마태복음 11장 28~30절

오늘도 자신을 태워 어두운 밤을 비추는 초를 바라보면서, 이 순간을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인생이 되고자 기도해 봅니다. 타는 초를 바라보면서 예수님의 생애를 묵상합니다. 흉흉한 바다와 같았던 마음에 쉼과 평안을 주시는 주님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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