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쯤, UN관리가 마크셋 가족을 차에 태워 공항으로 데리고 갔다. 그 곳에서는 그 동안 함께 신앙생활을 해 온 동료 교인 50명 가량이 그들을 송별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약 15분 정도 그들과 이런 저런 인사를 나누었다. 송별인사 시간이 길어지자 UN관리들의 표정에 조바심이 나타났다. 울음과 웃음, 크고 작은 인사말, 그리고 주변의 시선이 그들에게 모아지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도 주변에는 KGB 요원들이 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고, 비행기에 탑승하고 비행기가 이륙하여 카자흐스탄 영공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그들은 핸드폰을 통해 우즈베키스탄의 누쿠스에 있는 친척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쿠스는 우즈베키스탄 내의 자치공화국인 카라칼파크스탄의 수도이다. 그들은 이 통화를 통해 자신들이 자유롭게 되었음을 알려주며 작별을 고했다. 우선 아이굴과 아이들이 먼저 세관심사를 받고 통관하도록 했고, 마크셋은 그들이 안전하게 통관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자신의 출국수속을 시작했다. 아이들과 아내는 여권이 있었지만 마크셋은 여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관직원이 마크셋에게 여권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고, 마크셋은 “나는 여권이 없습니다. 나는 지금 막 감옥에서 나와 출국허가를 받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세관원은 마크셋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이르고는 상급자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그 사이에 마크셋은 가족들이 탑승게이트를 통과하여 안전하게 비행기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여기서 잘못되어 가족들과 영영 이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도 들었다. 세관원은 물었다. “여권이 없으면 어떻게 카자흐스탄에 들어왔지요?” “나는 밀입국했습니다.” 그들은 컴퓨터를 통해 조회를 하고, 무언과 서로 상의를 하는 듯 했다.

그리고는 이윽고 무슨 서류에 출국 스탬프를 찍어 마크셋에게 주었다. 그제서야 마크셋은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는데, 다시 세관원이 그를 불러 세웠다. “한가지 알려드릴 것이 있습니다. 당신은 2017년까지 카자흐스탄으로 입국하는 것이 금지 되어 있습니다.” 순간 마크셋은 낙담했다. 제3국으로 가, 그 나라 시민권을 획득하면 정당한 절차를 통해 다시 돌아와 그가 돌보던 교회를 다시 돌보려 했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그러나 생각했다. “그것도 당신이 하신 일이니 순종하겠습니다.” 함께 비행기까지 동행하면서 UN관리는 안전을 위해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은 물론 다른 중앙아시아국가들도 2017년까지는 다니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충고했다. 중앙아시아의 각국 정보기관들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우즈벡 정부가 여전히 그의 송환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으니, 다른 나라의 정보기관들이 그를 체포해 우즈베키스탄으로 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여간 그는 알마티 공항을 이륙했다. 새벽 2시 30분 쯤이다. 독일로 가는 비행기이지만 중간에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에 잠시 착륙하여 머무르게 되어 있다. 그러나 아스타나에서도 별일은 없었고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 안착했다. 그 곳에서 스웨덴으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고 스웨덴에 도착하여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UN관리들을 만났다. 3주 후는 그들에게 뜻 깊은 성탄절이었다.

 

 

 

 

- 푸른섬선교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