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돌궐(突厥, Türk) 제국(545-742)

2004.11.05 10:51

정근태 조회 수:6982 추천:43

돌궐은 부민(Tumen)이라는 투르크족의 지도자에 의해 건설되었다. 그는 서위(西魏)와 연합하여 연연을 멸망시킴으로 스텝(steppe)의 지도자가 되었는데, 그가 정권을 잡자 그는 카간(Kagan)이라는 왕호를 사용하였다.

이후 부민이 사망한 후 아버지의 유산을 여러 아들들에게 나누어주는 돌궐의 전통에 따라, 그의 두 아들이 제국을 동돌궐과 서돌궐로 나누어 다스리게 되었는데, 대외적으로는 동돌궐의 지도자가 전체 돌궐 제국을 대표하였다. 이후 주변 지역에 대한 침략을 통해 그 세력을 넓혀가던 돌궐은, 583년에 수(隨)와의 전쟁에서 패한 후, 중국의 수(隨)와 당(唐)에 의하여 지배를 받게 된다. 당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돌궐의 노력은 후돌궐의 집권 후 잠시 그 성과를 얻는 듯 했으나, 742년, 돌궐의 마지막 왕 텡그리(Tengri)가 바스밀(Basmil), 위그르(Uygur), 카를록(Karluk)부족의 연합군에 의해 제거됨으로 종언을 고하게 된다.

돌궐 제국의 초기에는 샤마니즘(Shamanisim)이 신앙의 주종을 이루고 있었으나 6-7세기에 이르러 불교가 전래되었다. 비록 국가의 지도자들은 불교가 국민들로 전쟁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반대했지만, 국민들 사이에서는 불교가 비교적 성행하고 있었다. 기독교의 경우는 네스토리우스(Nestorius) 교도에 의해 경교(景敎)라고 불리우는 기독교가 전파되었으나 큰 실효를 거두지는 못하였다. 한편 이슬람은 사산조(朝) 페르시아(Sasanian Persia)를 무너뜨리고 중앙 아시아 지역과 그 경계를 같이하게 되면서 영향력을 증대시키기 시작했으며 8세기에 이르러는 중앙 아시아 지역에 대한 이슬람의 영향력이 증대되었다. 특히 움마야드 왕조(Ummayad, 661-750)의 페르시아 지역의 통치자인 쿠타이바 이븐 무슬림(Qutaiba ibn-Muslim)은 서돌궐의 여러 부족들을 점령하며 박트리아(Bactria), 부하라(Бухара), 사마르칸드(Самарканд) 지역을 지배하게 되었고, 이 지역에 대한 이슬람의 영향력을 크게 확대하였다.

747년 당(唐)은 쿠차(Kuqa, 庫車)의 절도부사(節度副詞)였던 고구려 출신 고선지(高仙芝) 장군의 지휘하에 파미르고원(Pamir Plat.)으로 원정군을 파견하였고, 고선지 장군은 파미르고원을 넘어, 바로길(Baroghil)고개를 거쳐, 길기트(Gilgit)로 내려가 티베트(Tibet)의 속신(俗神)이던 왕을 투옥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후 고선지는 쿠차에 본영을 두고 중앙 아시아 지역 전체를 다스리는 중국의 총독으로 행세했다.

고선지는 750년에 타쉬켄트(Ташкент, Tashkent) 원정을 감행했는데, 이때 자행했던 잔인한 약탈 행위와 약속의 위반은 그 지역에 잔존하고 있던 돌궐인들로 하여금 남서쪽의 이슬람 압바스(Abbas) 왕조의 칼리프(Caliph)에게 구원 요청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압바스는 티베트와 돌궐계 카를룩(Karluk)과 연합하였고, 중국은 전통적 우방인 돌궐계 위그르 제국과 연합하여 전쟁에 돌입하게 되었는데, 751년 7월 이들 각 진영은 현재의 타쉬켄트 부근 탈라스(Таллас, Talas)강 유역에서 충돌하여 이른바 탈라스 국제전이 발발하게 된다. 이 전쟁은 압바스-티베트-칼를룩(Karluk) 동맹군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중앙 아시아의 심장부인 투르키스탄(Türkistan)은 이후 1세기 동안 티베트의 지배를 받게 되었고, 서부 트랜스옥시아나(Трансогдиана)는 압바스 왕조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바르톨르는 이 역사적인 날이 중앙 아시아의 운명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이후로 중앙 아시아는 중국이 아닌 이슬람 세력에 그 눈을 돌리게 되었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중앙 아시아 지역은 이슬람 세계의 일부로 남아 있게 되었다.

돌궐족에게 있어 특기할 것은 중앙 아시아의 여러 민족들 중에서 최초로 자체의 문자 기록을 남겼다는 것이다. 그들에 의해 세워진 오르혼(Orkon) 투르크비는 투르크어로 기록되었는데, 이 비의 비문은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문화에 대한 많은 자료를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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