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아시아 지역에 이슬람이 전파되기 전까지는 각종 숭배와 신앙이 모자이크처럼 다양하게 분포해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유목 민족들의 자연에 순응하는 특성과, 목초지를 찾아 이동하는 그들의 생활 양식 때문이기도 했지만, 지역적으로 동양과 서양의 문화들이 자연스럽게 교차되는 지리적인 환경 때문이기도 했다.

고대 중앙 아시아 지역에 산재했던 유목 부족들의 신앙은 많은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그 속에는 샤마니즘(Shamanisim), 씨족과 조상 예배 의식, 정령 사상(Animism)과 토테미즘(Totemism), 그리고 천신(天神) 사상 등이 있었다.  특히 고대 투르크족들은 하늘을 콕 텡그리(Kok Tengri)즉 천신(天神)으로 불렀는데, 이러한 사상은 우리 한민족의 조상들이 하늘을 천신으로 섬겨왔던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러한 요소들 중에서 중앙 아시아 지역에 가장 깊게,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이 샤마니즘이다.  샤마니즘은 그 어원이 되는 단어인 샤만(Shaman) 자체가 퉁그스계 언어로서 무당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샤만은 굿을 하며, 영적인 세계와 인간의 영적 중계자의 역할을 한다.  굿은 알타이계 민족들 사이에서는 원시 사회로부터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우리 나라에서도 과거나 현재에도 쉽게 발견되고 있다.  

예를 들면, 카자흐의 무당들은 열병, 류마티즘, 중풍 등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병을 악령의 역사의 결과로 본다.  이들은 또한 예언도 하는데, 과거의 미지의 사건과 장차 일어날 일을 드러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카자흐인들에게 있어 조상 숭배는 단지 조상의 영을 예배할 뿐만 아니라, 조상이 아니라도 거룩한 사람의 무덤에 대한 예배 의식을 가지기도 한다.  이러한 조상 숭배는 18세기말에 가서는 약화되었으나 아직도 일부에서는 강하게 행사되어지고 있다.

우즈벡의 경우에는 지금도 그 주민들 가운데 이슬람의 교리를 잘 아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샤머니즘과 결합된 형태의 신앙을 가지고 있는데, 카자흐의 경우에서와 비슷하게 조상의 무덤을 숭배하는 등 변질된 형태의 이슬람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일례로 우즈벡인들은 아무다리야(Амударья)강 삼각주에서 조상신들에게 제물을 바치는 의식을 자주 행하는데, 이러한 조상 숭배 의식은 심지어 이슬람의 명절에도 행해진다.  즉 이슬람이 이 지역에 전파되기 이전에 이 지역인들의 신앙이라 할 수 있는 샤머니즘이 견고한 신앙과 신학 체계를 지닌 이슬람마저도  변형시켜서 변형된 이슬람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키르기즈인들에게도 또한 고대 샤마니즘적 전통이 매우 강하게 뿌리내려져 있는데, 16세기에 이 지역을 침공한 아랍인들도 그들을 완전한 무슬림으로 만들지 못했다. 그 이후 종교의 힘을 빌려 이 민족을 좀 더 쉽게 통제하려고, 19세기에 이슬람 사원을 지어주고 뮬라(mullah, 이슬람교의 학자, 교사, 율법학자에 대한 경칭(敬稱))를 보냈던 러시아인들도 그들을 완전히 이슬람화하지는 못했다.  키르기즈인들 가운데서도 그들이 표방하는 정통 이슬람의 모습은 쇠퇴하고 자신들의 전통이었던 샤머니즘과 결합한 정령주의적인 모습이 강하게 표출되어, 조상을 숭배하고, 두려움을 없애기 위한 주술과 굿을 행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샤마니즘은 아직도 이들 중앙아시아 제 민족의 문화와 관습에서 여전히 살아남아 있으며, 사실상 중앙 아시아의 이슬람은 ‘무속적(巫俗的) 이슬람’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