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아시아 지역과 한국과의 언어적 관련성

2004.12.02 13:28

정근태 조회 수:8231 추천:38

언어적으로 보면, 투르크어, 한국어, 몽골어, 만주 퉁그스어는 이들 언어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공통점으로 인하여, 소위 ‘알타이어’로서 같은 부류의 언어로 취급되어지고 있다.  문법과 문장의 어순이 동일하며, 조사 등 동일한 형태소들이 많이 있으며, 어원적으로 같은 단어들이 많다.  이들 알타이어는 발칸 반도, 소아시아, 서남 아시아, 볼가강 유역, 중앙 아시아, 남부 시베리아, 동북부 시베리아, 몽골리아, 만주 지방, 한반도 등지를 포함하는 유라시아 전역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알타이 계통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략, 투르크계 1억 2천만명, 몽골계 5백 3십만, 만주 퉁구스계 4백 5십만, 한국계 7천 5백만 등, 총 2억 1,000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알타이 언어학의 창시자인 람스테드(G. J. Ramstedt)는 그의 논문인 "Remarks on the Korean Language"(1928)에서 투르크어, 몽골어, 만주-퉁그스어와 함께 한국어를 알타이어군(語群)의 한 언어로 취급했으며, 다시 "Über die Stellung des Koreanischen"(1939)라는 논문에서 한국어는 특히 투르크어와 가깝다고 주장했다. 한국어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만주 퉁그스어나 일본어보다 오히려 중앙 아시아의 투르크어(크르크멘어, 우즈벡어, 키르기즈어, 카자흐어 등)와 유사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많은 증거들이 있지만 몇 가지 예로서, 고구려의 도읍 졸본성의 ‘졸본(Colbon, Cholbon)’은 투르크어, 만주 퉁그스어 ‘colpon’과 동일한 단어로서 그 의미는 ‘새벽별, 금성’이며, 알타이 제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또한 고조선(古朝鮮)의 마지막 왕의 이름인 ‘우거(右渠)’는 투르크어의 ‘지혜의 者’라는 뜻을 가진 ‘öge’로 나타난다, 이는 지혜가 많고 나이가 지극하며 정사에 능통한 통치자에게 붙여주는 관직명으로 고대 투르크 관직 서열에서 tegin 다음 서열에 위치했다.

고구려의 왕 및 왕비족 등의 원로 지도자에게 주어졌던 칭호 ‘고추가(古雛加)’는 ‘koch’와 ‘ka’ 두 단어로 형성된 것이다.  koch는 본래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염소’의 뜻으로, 고대 투르크 시대에 ‘왕자, 귀공자’를 상징하는 지도자의 칭호로 쓰였다.  ‘ka’는 고대 투르크 왕에게 준 칭호 ‘kagan’(ka+kan)에 나타난다.  한편 고대 투르크 왕의 칭호인 ‘kagan’은 신라 시대의 지도자 칭호중의 하나인 ‘각간(角干, kakkan/kakgan)’과도 동일한 것이다.  신라의 창시자로 알려진 박혁거세(朴赫居世)의 ‘혁거세’도 한자는 그저 음만을 나타내는 가차로 보이는데, 그 뜻과 어원을 한국말 내에서 찾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이는 고대 투르크어의 ‘kök kishi’와 동일한 것으로 추정되는 바, ‘kok’은 본래 하늘을 뜻하나 ‘거룩, 힘’등을 상징하는 뜻으로 쓰였으며, ‘kishi’는 국가 지도자의 칭호로 쓰였었다.

또한 고대 국가 중의 하나인 ‘부여(夫餘)’의 이름도 역시 알타이어인데, 만주 퉁그스어의 ‘bugu’는 사슴을 의미한다.  아마도 당시의 만주 퉁그스인들은 사슴을 성스러운 것으로 생각하여 부족의 상징으로 한 것 같다.  동물을 국가의 상징으로 한 것은 고대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유라시아 지역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부여’는 고대 투르크어, 몽골어에도 ‘bugu’로 나타난다.

이러한 고대 투르크어는 백제(百濟)에서도 나타나는데, 백제의 실제적 창시자라 할 수 있는 ‘고이(古爾)’왕의 경우, 그 이름이 한자로 표기되어있기는 하지만 이는 가차(假借)이고, 이 한자의 고대어 발음은 ‘kony’로 추정된다.  이것은 고대 투르크어의 염소를 의미하는 ‘kony’ 혹은 ‘koy’와 같다.  또한 백제 시대에 왕비를 ‘어룩(於陸)’이라고 한자로 표기했는데, 이것 역시 투르크 시대의 왕비 ‘Oluk’과 같은 단어로 보인다.

이러한 공통점들은 비단 관직명이나 인명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일상 용어들에서도 발견된다.  강한 줄을 말할 때 사용하는 ‘동아줄’이라는 표현에서 ‘동아’도 투르크어의 ‘tonga’로 나타나는데, 고대와 중세의 투르크어에서 관직명으로 많이 사용된 어휘이다.  일례로 이 단어는 중국 문서에서 고대 투르크계 관직명을 소개하면서 ‘同俄(d'unng-nga)’의 형태로 나타난다.  또한 사내아이를 일컫는 ‘-돌이(tori)’라는 말도, 투르크어의 영웅을 지칭하는 ‘tor’에서 왔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박혁거세를 추대했던 신라의 고허촌장(古墟村長) 소벌도리(蘇伐都利)의 이름이 나오는데, 이 소벌도리가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蘇伐公으로 표기되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샤만이 복을 기원하는 행위인 굿(Kut)도 알타이어로 고대 투르크어와 만주-퉁그스어에도 나타나며, 그 뜻은 “행복, 행운”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투르크계 부족들은 무당을 캄(Kam)이라고도 불렀는데, 이 어휘는 우리의 고대 사회에서도 사용되었는데, 후에는 대감(大監), 영감(令監) 등 권위를 가진 지위를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게 된다.  사둔이라는 말도 ‘친척’, 혹은 ‘친척 관계’를 나타내는 몽골어 ‘sadan’과, ‘친척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의 만주어 ‘sadulambi'로부터 온 알타이어의 흔적이다.  한국어에서 설풍(雪風)을 의미하는 ‘bora’는 명사 ‘눈보라’에서만 나타난다.  그런데 이 보라는 투르크의 오르혼 비문에 ‘bor’ 형태로 나타나며, 또한 현대 투르크 제어에서도, 또한 몽골어에서도 ‘boran’, ‘boraɤan’의 형태로 사용되는데 그 의미는 ‘snowstorm, rainstorm’이다.

이렇게 문법과 언어의 구성 요소들, 그리고 단어들의 어원도 공유하는 투르크 제어(諸語)와 한국어는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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