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아시아 지역과 한국과의 문화적 관련성

2004.12.03 16:28

정근태 조회 수:4351 추천:34

그 동안 우리는 우리 민족의 고유 문화의 형성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중국 문화의 영향만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제 서서히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이른바 실크로드(Silkroad)를 중심으로 한 북방과 중앙 아시아 문화의 유입과 영향은 적어도 우리 문화 형성의 초기에 있어서는 가히 절대적인 것이었다.  우리 문화와 전통 가운데 중국적인 요소들을 제거하고 순수하게 우리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곧 그 뿌리와 맥락이 중앙 아시아 지역의 문화에 닿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 아시아를 중심으로 아시아 대륙에 널리 분포되어있는 투르크족, 몽골족, 만주 퉁그스족과 한민족은 알타이 문화권으로 유사 문화권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알타이 제(諸)민족의 역사와 문화는 중국과 인도의 역사와 비교할 때에 매우 독특한 것이었다. 내륙 아시아의 알타이 제(諸)민족들의 문화는 원천적으로 볼 때 기마 민족, 혹은 유목 민족의 문화라 할 수 있다.

또한 신라의 고승 혜초(慧超)는 5천축(五天竺國)국뿐만이 아니라, 중앙 아시아 지역과 서아시아 지역의 여러 나라들을 다니며 각국의 역사와 문화, 정치, 풍속, 물산, 종교등을 사실적으로 기술하여 소개하는 등, 빈번한 왕래는 중앙 아시아 지역과 한반도의 문화 교류에 일조하였다.

이러한 교류는 고대 한반도의 여러 부분에 영향을 미쳤는데, 예를 들면 한반도의 고대 국가인 부여의 잘 알려진 통치 체제인 사출도(史出道)는 마가(馬加), 우가(牛加), 저가(猪加), 구가(狗加)등 네 명의 지방 장관과 한 명의 중앙 통치자인 부여[夫餘, 王 - 부여는 그 한자의 의미와는 관계없는 알타이어의 가차(假借)로, ‘사슴’을 의미한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는 흉노족이나 돌궐족들이 지도자들의 관직명으로 동물명을 사용했던 것을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Baqa Tarqan = 'ruler of toads', Boqa Kaɣan = 'king of bulls', Böri Kaɣan = 'king of wolfs', Senkor Tigin = 'Prince of hawks' 등이 있다.)

고려 시대의 몽골과의 접촉은 의식(衣食)문화에도 영향을 주어서, 의복과 음식에서 몽골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일부에서는 우리의 고유의 복식인 ‘두루마기’의 어원이 몽골어의 ‘쿠루막치’에서 나왔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한국과 중앙 아시아 지역의 복식은 유형 분류에 있어서 앞이 트인 카프탄형(Kaftan, 展開形)이며, 직선 재단, 섶과 무가 달려있고 당을 댄 바지와 저고리의 착용, 뾰족한 모자와 깃털 장식, 선을 두르는 것 등 공통적인 요소가 많이 있다.

기름 없는 쇠고기로 만드는 육회는 동양 삼국 중 특히 우리 나라에서 발달한 음식인데, 이도 몽골의 지배를 받던 시절에 몽골인을 통하여 날고기를 먹는 법을 배운 결과이다.

씨름은 가장 민속적인 우리 고유의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는 중앙 아시아 지역에서 들어온 것이고, 굴렁쇠를 굴리는 놀이도 몽골 등 동북아시아 지역에 널리 행해지는 공통된 놀이인 것이다.

이와 같이 의식주(衣食住) 전반과, 세시(歲時) 풍속, 놀이 문화에까지 공통점들을 찾아 볼 수 있는데, 이는 중앙 아시아의 투르크족과 한민족이 얼마나 친근한 관계에 있는지를 말해줄 뿐 아니라, 앞으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접촉점을 마련해 준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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