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르면 혁명은 없다' 22년 장기 집권 확실

2005.12.07 10:48

정근태 조회 수:5392 추천:84





색깔혁명 '무풍지대' 카자흐스탄 대선 D-2
  
카스피해를 낀 중앙아시아의 자원대국 카자흐스탄에서 4일 조기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당초 2006년 말로 예정돼 있던 것인데 조기 선거를 요구하는 여론을 의회가 수용, 1년 앞당겨 치르는 것이다.

최대 이슈는 15년 장기 집권을 해 온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65) 대통령의 3선 여부다. 최근 2년간 옛 소련권을 강타했던 '색깔 혁명'바람이 이 나라에도 불지도 관심거리다.

그러나 결론부터 짚으면 이번 대선은 김빠진 요식행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다수 전문가는 카자흐스탄에서, 그루지야의 '장미 혁명'이나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과 같은 신선한 바람이 불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한다.

대선에 모두 5명의 후보가 나섰지만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승리가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무엇보다 석유 수출에 힘입은 높은 경제 성장이 현 정권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고된 승리=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소련 붕괴 전인 1990년 카자흐스탄 대통령에 올라 지금까지 권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앞으로 7년을 더 통치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야당 후보가 없어 그가 쉽게 이길 것으로 보고 있다.

4명의 야당 후보는 범민주 세력임을 자처하는 '정의로운 카자흐스탄을 위하여'의 지도자 자르마한 투야크바이, 온건 야당 '악 졸'의 당수 알리한 바이메노프, 환경운동연합 '타비카트'의 멜스 옐레우시조프, 공산당 당수 예라실 아빌카시모프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뺏지 못하고 있다.

선거 1주일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나자르바예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배가 부르면 혁명은 없다'=나자르바예프는 유세에서 "카자흐스탄에서 시민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공언했다.

그는 '가난은 혁명을 낳고, 혁명은 다시 가난을 낳는다'는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말을 인용하며 "카자흐스탄의 경제는 색깔 혁명이 일어난 나라들과는 비교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카자흐스탄은 91년 독립 이후 나자르바예프 주도로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옛 소련 국가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 중 가장 개방적인 시장경제체제를 갖췄으며, 이를 기반으로 2000년 이후 연 9% 이상의 고속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올해도 9% 이상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일인당 국민소득은 3400달러를 웃돈다.

카스피해 연안과 내륙에 풍부하게 묻혀 있는 석유자원이 이 같은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나라의 원유 매장량은 세계 7위다. 나자르바예프 정부는 해외 에너지 기업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 유전 개발과 석유 수출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막대한 오일머니를 벌어들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이웃 국가들이 시장개방을 미루다 아직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고속성장은 나자르바예프 정권이 정치적 안정을 누리는 근본적 배경이 되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철권통치, 야당과 언론 탄압, 대통령 일가의 부정부패 등에 대해서도 국민이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관위 "카자흐 현 대통령 91% 압도적 승리"
야당의 부정투표 항의 속에 4일 치러진 카자흐스탄 대통령 선거에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65) 현 대통령이 91%의 지지율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잠정집계 결과를 인용, 5일 밝혔다.

오날신 주마베코프 중앙선관위 위원장은 잠정집계 결과 나자르바예프가 91.01%의 표를 얻어 6.64%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한 야당 '카자흐스탄 정의를 위하여' 당의 자르마한 투야크바이 당수를 크게 앞섰다고 말했다.

전체 9천580개 투표소중 9천542개소의 투표를 집계한 결과 최종 투표자수는 약 77%에 달했다고 주마베코프 위원장은 덧붙였다.

지난 16년간 집권하면서 옛 소련 연방의 벽지에 해당하는 카자흐스탄을 신흥 산유국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얻고 있는 나자르바예프는 이번 승리로 또다시 7년임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의 승리는 야당들이 선거부정을 항의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공산당 후보인 아빌카시모프는 잠정집계 결과에 대해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지시를 받아 투표했다"고 주장했다. (아스타나<카자흐스탄>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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