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성장이 밑거름, 불안한 후계구도 ‘내전’ 우려

78년. 중앙아시아의 옛소련권 국가들인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지도자들의 총 집권기간이다.

2011년 초 시작된 북아프리카 아랍권 국가의 독재 정권을 잇달아 무너뜨린 ‘아랍의 봄’은 이 지역에서는 아직 요원하다.

9일(현지시간) 실시된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선거에서 일함 알리예프 현 대통령이 예상대로 압승을 거두며 부자(父子)가 25년 연속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됐다.

아제르바이잔 대선은 지난 선거에서 부정논란이 제기됨에 따라 유럽의회와 유럽평의회의원총회 등이 파견한 국제 참관인 1천400명을 포함, 5만 2천 명이 투표 과정을 지켜봤다.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아제르바이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투표소 1천 곳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스마트폰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처음으로 후보단일화에 성공한 야당은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알리예프 대통령의 벽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오는 11월 6일 대통령 선거를 앞둔 타지크도 결과는 같을 것으로 보인다.

에모말리 라흐몬 대통령이 20년째 집권하는 타지크는 이날부터 대통령 후보 등록을 시작했다. 타지크 중앙선관위는 4선에 도전하는 라흐몬 대통령이 첫 번째로 등록을 마쳤으며 22만여 명에 달하는 지지자들의 서명도 함께 제출했다고 밝혔다.

폐쇄정치와 인권탄압 등으로 2011년 시사 주간 타임이 선정한 세계의 주요 독재자 10명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이름을 올렸던 라흐몬 대통령은 강력한 지도력과 풍부한 수자원을 활용한 대규모 발전소 건설을 통해 경제발전을 제시하며 국민의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2006년 대선에서는 79%의 지지율을 끌어내며 3선에 성공했다.

이에 지역전문가들도 그의 낙승을 점치고 있다.

소련시절 공산당 서기장을 시작으로 24년째 카자흐를 통치하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도 2007년 의회가 초대대통령에 한해 연임 제한을 철폐함으로써 사실상 종신 대통령의 길이 열려 있다. 나자르바예프는 독립 후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연 10%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하며 2011년 대선에서 95.5%의 경이적인 득표로 승리를 거뒀다.

최근 장기집권에 따른 지역 불균형으로 일부 민심이 돌아서고는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역시 24년째 권좌에 있는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1991년 처음 집권했다. 그러나 당시 선거는 투표율을 조작한 불공정한 선거로 평가되며 이후 무자비한 정당 탄압으로 야당 지도자 대부분은 해외로 망명했다.

더불어 올해 초 국제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가 발표한 ‘2013년 세계 자유 보고서’에서 우즈베크는 북한, 시리아 등과 함께 정치적 권리와 시민자유에서 최악의 국가에 오를 정도로 인권상황이 심각하다.

현재 우즈베크에서는 그의 후계자로 장녀인 굴나라 카리모바가 거론되며 정권세습의 순서를 밟고 있다.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정치전문가들은 이들의 장기집권이 가능한 이유를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한 고도성장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측근들의 치열한 정쟁으로 마땅한 후계구도가 마련되지 않아 장기집권의 끝은 내전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알마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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