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말이 '때리지 마세 요,제발!'이란다.
그 차별과 폭력을 고스란히 떠안고도,불법체류 자라는 딱지때문에 추방의 공포에 떨고 있는 그들. 겁먹은 그 큰 눈들에 지금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한 동화책 '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 값싼 동정심에 기대거나 현실을 고발하는 상투적 서술에 머물지 않고, 그들의 삶에 깊숙이 개입한 날 것의 동화라는 게 장점이다.
함께 어울려 어깨겯고 나갈 수 있는 희망가도 훨씬 현실적이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작가 김중미가 쓴 '반두비'가 이런 범주에 든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초등학생 디이나는 학교 급식에 나온 돼지고기 카레를 못 먹는다.
무슬림이기때문. 같은 반 아이도 무 슬림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빈라덴,테러리스트로 몰아붙인다.
하지 만 같은 반 친구인 민영은 디이나를 위해 소고기 카레를 사다주고 ,이슬람교를 믿는다고 모두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 인다.
방글라데시말로 참 좋은 친구라는 '반두비'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동화책에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또 다른 '반두비'들을 만날 수 있다.
한국에 온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에게 따뜻한 밥 한끼와 말을 건네는 독일 간호사 준호 고모(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나,베 트남 아내,며느리에게 전혀 편견을 보이지 않는 수연 아빠와 할머 니(마,마미,엄마)가 그런 사람들이다.
어린이 대상 동화지만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별다른 이유없이 서양인에 대해서는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고,동남아시아 나 아프리카 출신에겐 우월감을 드러내는 어른들에겐 필독서다.
초등고학년용. 창비/7천원.
[부산일보 2004-12-14 12:12] 에서 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