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4 16:53

사라가 임신하고 하나님이 말씀하신 시기가 되어 노년의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낳으니 (창세기 21:2)
하나님의 말씀은 결코 허공으로 사라지지 않고, 당신께서 뜻하신 바로 그 시간에 반드시 성취됩니다.
창세기 21장 2절의 말씀은 그냥 출산의 기록이 아닙니다.
인간의 생물학적 가능성이 완전히 끝나 버린 가장 깊은 절망의 한가운데서,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시간표가 온전히 가동되었음을 선포하는 엄숙한 증언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성취되는 시점을 가리키는 '기한에 미쳐'라는 표현은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우주의 모든 거대한 역사와 우리의 삶을 향한 가장 세밀한 은혜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며, 오직 주님께서 정하신 완벽한 시간의 톱니바퀴에 맞추어 흘러감을 말해줍니다.
성경은 온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한 하늘의 가장 위대한 약속이자 정점이었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역시, "때가 차매"(갈 4:4) 이루어졌다고 분명하게 선언합니다.
신명기 28장 12절에서도 여호와께서 하늘의 아름다운 보고를 열으사 우리의 땅에 "때를 따라" 비를 내리시고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복을 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해마다 어김없이 봄이 오고 여름이 지나 풍성한 가을의 결실을 맺는 자연계의 정확한 계절 변화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만물의 주권자이신 하나님의 시간표가 단 일 초의 오차도 없이 작동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피조물과 우주 만물은 창조주께서 부여하신 저마다의 때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품고 있습니다.
전도서 3장 1절에서 8절의 말씀은 모든 일에는 다 기한이 있고, 하늘 아래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어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삶의 자리에서 겪는 울음과 웃음, 슬픔과 기쁨, 전쟁과 평화의 모든 순간은 우연의 연속이 아니라 하나님의 거대한 섭리 안에서 저마다의 찬란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엘렌 화잇(Ellen G. White)은 시대의 소망을 통해, "하나님의 경륜은 조급하거나 지체하는 법이 없다"고 말합니다.
히브리인들의 역사관 안에서 시간은 흘러가 사라지는 덧없는 것이 아니라, 각 순간이 하나님의 주권 아래 고유한 목적을 지닌 지극히 긍정적이고 신성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창조주의 거룩한 시간 개념 아래 나 자신의 생각과 고집을 꺾고 온전히 복종하는 삶이야말로, 피조물인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지혜이자 경건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다락방에 모인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때와 기한은 아버지께서 자기의 권한에 두셨으니"(행 1:7).
이는 결코 우리가 억지로 통제하거나 미리 헤아려 불안해할 영역이 아닙니다.
미국의 유명한 설교자이자 언제나 평정과 온유함을 잃지 않는 성품으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던 필립 브룩스(Phillips Brooks) 목사님에게도 숨겨진 영적 몸부림이 있었습니다.
대중 앞에서는 늘 바다와 같이 넓고 고요한 평온을 유지하던 그였지만, 정작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는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일로 늘 뜨거운 갈등과 몸부림이 휘몰아치고 있었습니다.
그와 절친했던 친구들은 그가 때때로 자신의 성격 때문에 괴로워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한 친구는 그가 울 안에 갇힌 사자처럼 마루 위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브룩스 박사, 뭐가 문제지?" 하고 물었습니다.
대답인즉슨, "나는 급해 죽겠는데 하나님은 그렇지 않으시다는 게 문제야!"했다는 것입니다.
이 솔직한 고백은 오늘날 믿음의 길을 걸어가면서 늘 조급해하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내 삶의 위기가 찾아오거나 간절한 기도의 제목이 생기면 내 시간표를 펼쳐 들고 하나님을 향해 어서 결재해 달라고 채근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일하심은 우리의 조급한 불순종과 다그침에 의해 앞당겨지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우리가 자아를 내려놓고 잠잠히 주를 바라볼 때 비로소 선명해집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의 자손을 주시겠다고 하신 하늘의 시간은, 사라가 90세가 되어 자신의 인간적인 힘이 완전히 먼지처럼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약속을 받은 후로도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르자, 약속의 신실함을 의심하고 인간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말았습니다.
그는 아내 사라의 제안을 받아들여 하갈을 취하였고, 결국 그의 나이 90세에 육신의 아들인 이스마엘을 낳았습니다.
시간의 법을 온전히 따르지 못하고 인간이 스스로 때와 법을 바꾸려 하는 모든 시도는, 영적인 눈으로 볼 때 매우 위험한 불순종의 길입니다.
다니엘 7장 25절은 적그리스도의 가장 참람되고 본질적인 악행은 "때와 법을 변개코 자 하는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합니다.
하나님이 세우신 창조의 시간과 때의 법을 무시하고 내 마음대로 시간을 주무르려 하는 것은, 피조물이 스스로 하나님이 되려는 교만의 뿌리에서 나옵니다.
신앙생활의 모든 갈등과 혼란은 "내가 생각하는 지금 이 순간"과 "하나님이 보시는 가장 합당한 순간"이 서로 어긋날 때 발생합니다.
나는 지금 당장 이 기도가 응답되어야 하고 지금이 바로 일하실 때라고 굳게 믿고 고집하는데, 하나님은 아직은 때가 아니니 더 깊은 골짜기에서 기다리라고 말씀하십니다.
내 생각과 하나님의 위대한 시간표 사이에 거대한 간극이 생길 때, 우리의 마음은 겉잡을 수 없는 의심과 원망, 그리고 깊은 영적 침체라는 어둠 속에 갇히고 맙니다.
그러나 사라는 자신의 태가 완전히 닫힌 그 노년의 때에 비로소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믿음으로 바라보았고, 마침내 약속하신 기한에 이삭을 품에 안으며 위대한 웃음의 고백을 올렸습니다.
참된 믿음이란 내 시간표를 하나님께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내 초조한 시계를 멈추고 주님의 신실하신 손길에 내 온 삶의 타이밍을 완전히 위탁하는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의 삶을 향해 가장 아름다운 구원의 드라마를 쓰고 계시는 주님의 때를 기대하며, 조급한 숨을 고르고 잠잠히 주님의 임재를 묵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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