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8 14:26

(1) 아브라함이 거기서 네게브 땅으로 옮겨가 가데스와 술 사이 그랄에 거류하며
(2) 그의 아내 사라를 자기 누이라 하였으므로 그랄 왕 아비멜렉이 사람을 보내어 사라를 데려갔더니 (창세기 20:1-2)
아브라함은 소돔을 위해 하나님 앞에 서서 간절히 중보하던 사람이었습니다.
18장에서 그는 죄인들을 위해 끝까지 매달리는 신앙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19장에서 소돔이 멸망한 후, 20장에 다시 등장한 아브라함의 모습은 뜻밖에도 낯설게 느껴집니다.
믿음의 조상이라 불리던 그가 다시 한 번 두려움 앞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아브라함은 네게브 땅을 지나 가데스와 술 사이에 있는 그랄로 옮겨가 그곳에 거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랄은 팔레스틴 남부, 사해 서쪽에 위치한 작은 성읍이었습니다.
훗날 이삭도 흉년을 피해 바로 이곳으로 이주하게 되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아브라함은 애굽에서 이미 저질렀던 것과 똑같은 거짓말을 다시 반복합니다.
그는 자신의 아내 사라를 또다시 누이라고 소개하였습니다.
놀랍게도 이는 처음 있는 실수가 아니라, 이미 한 번 겪었던 죄를 그대로 되풀이한 것이었습니다.
학자들은 그때로부터 이미 이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기에, 예전의 실패가 주었던 교훈의 효력이 시간과 함께 희미해져 버렸을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사람의 결심이란 참으로 연약하여, 한 번의 뉘우침으로 영원히 굳건해지는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아브라함의 거짓말로 인해 그랄 왕 아비멜렉은 사람을 보내어 사라를 자신의 궁으로 데려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일은 당시의 관습으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 시대의 통치자들은 마음에 드는 여인이라면, 심지어 그 땅에 잠시 머무는 나그네의 아내라 할지라도 후궁으로 취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델리취(Delitzsch)주석은 아비멜렉이 사라를 취한 진짜 이유가 그녀의 미모 때문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영토 안으로 이주해 온 부유하고 강력한 족장 아브라함과 정략결혼을 통해 동맹을 맺으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SDA 성경주석 역시 아비멜렉이 이 결혼을 통해 아브라함과의 동맹을 확실히 보증하려 했을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그러나 그 배경이 무엇이었든, 정작 이 모든 위기를 불러온 것은 아브라함 자신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는 또다시 믿음이 아닌 두려움에서 나온 행동을 선택하고 말았습니다.
이 장면 앞에서 우리는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것임을 인정하게 됩니다.
아무리 위대한 믿음의 사람이라도, 순간의 두려움 앞에서는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는 존재임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진짜 중심은 아브라함의 실패에 있지 않습니다.
인간을 구원하시고 높이시는 것은 결코 그가 무엇을 잘해서가 아니었음을 이 본문은 조용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의 연약함과 반복된 실수에도 불구하고 그 언약을 거두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자신이 세우신 약속을 스스로 귀히 여기시고, 끝까지 스스로 지키시는 분이십니다.
그러기에 오늘 우리의 신앙도 우리의 완전함이 아니라, 여전히 신실하신 하나님의 성품 위에 세워져 있음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게 됩니다.
아브라함의 부끄러운 반복 속에서도 은혜는 결코 끊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늘 저에게도 깊은 위로와 소망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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