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유라시아 `新실크로드`

2013.09.16 14:10

정근태 조회 수:3629

"이 땅에서 나는 새로운 조국을 찾았다.”

동서양 길목으로 통하는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근교에 가면 소담한 `김병화 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은 머나먼 이국에서 삶의 둥지를 튼 한국인 동포 고려인들에게 자랑이자 긍지다. 김병화(1905~1974년)는 이곳에서 `콜호즈(집단농장)` 지도자로서 근면함과 창의성으로 혁혁한 성과를 일궈 옛 소련 시절 두 번이나 노력 영웅으로 선정됐다.

2005년 10월 중앙아시아 취재차 둘러봤던 김병화 박물관이 문득 떠오른 것은 지난주 매일경제와 한국외대가 공동 주최한 `유라시아 7개국 대사 초청 정책포럼`이 오버랩되면서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등 CIS(독립국가연합) 7개국 대사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이 행사에서 대사들은 고려인들 활약 등 한국과 인연을 강조하며 양측 간 경제협력과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대사는 "고려인들이 장성 국회의원 예술가 교육자로서 민간 외교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그들 뿌리인 한국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들 말과 눈빛에는 우리와 다양한 교류 협력을 통해 하루빨리 저성장 늪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절박감이 묻어났다.

CIS(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는 1991년 소련 해체 후 발트 3국과 조지아를 제외한 11개국으로 구성된 포괄적인 지역협력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CIS 간 교역 규모는 283억달러(2012년 기준)로, 20년 전에 비해 129배 늘었다. CIS에 대한 한국 투자 역시 79배 증가했다. 더 중요한 것은 CIS가 세계 석유 매장량 20%, 천연가스 40%, 석탄 20%, 산림자원 25%를 보유하고 있는 자원의 보고라는 점이다.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은 이런 CISㆍ중앙아시아를 두고 "과거 실크로드 중심지로서 동서 문물 교류에 중요한 몫을 담당했고 여전히 러시아 인도 중국과 같은 거대시장을 잇는 물류 중심지"라고 평가한다. 막대한 천연자원과 토지, 풍부한 노동력이 물류 허브와 결합하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CIS 내 교역에서 40%를 차지하는 러시아ㆍ카자흐스탄ㆍ벨라루스 3국 간 관세동맹을 기반으로 CIS 단일경제권이 형성되면 유럽연합(EU) 못지않은 거대한 단일 시장으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특히 러시아가 2025년까지 390조원을 투입하는 극동시베리아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남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3대 프로젝트(철도ㆍ가스관ㆍ전력망)는 우리 경제 성장에 모멘텀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동북아 주도권을 놓고 미ㆍ중 간 전략적 갈등과 긴장이 팽팽한 상황에서 한ㆍCIS 간 긴밀한 협력은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정세 불안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CIS 시장 진출에는 적잖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중국의 견제다. 최근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 순방에 나섰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들 국가에 49조원에 달하는 통 큰 투자를 약속하면서 "30억명 규모 실크로드 경제권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소위 `서쪽 행진 전략(marching westwards policy)`으로, 시장 개척과 함께 석유ㆍ천연가스 등 에너지 고갈에도 대비하겠다는 포석이다. "주요 석유소비 국가들은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에 밀집해 있는 유전 접근권을 보존하고자 할 것"이라고 석학 자크 아탈리가 지적한 대로 천연자원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써부터 시작된 셈이다.

CIS의 고물가, 관료들 부정부패, 자원 의존적인 산업구조 등 높은 시장 진입장벽과 종교ㆍ문화적 차이도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염두에 두고 지금부터 치밀하게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운다면 CIS를 포함한 유라시아는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자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 매일경제신문

 

- http://news.mk.co.kr/newsRead.php?sc=30500001&year=2013&no=85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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